폴 윤 NASA 태양계 홍보대사 인터뷰
① 우리는 왜 우주로 가야 하나
'우주에 왜 가야 하는지' 국민 공감대 우선
"이미 세계는 우주경제 편입된 만큼
우주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인식 중요"
적은 예산에도 성과낸 한국 우주과학계에 경의

폴 윤 NASA 홍보대사의 인터뷰를 두 차례 싣습니다. 우리가 우주항공청 개막과 더불어 우주시대를 여는데 중요한 메시지들을 전합니다. 다음 내용은 '②우주시대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입니다.[편집자주]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에서 폴 윤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지명훈 기자]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에서 폴 윤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지명훈 기자]

“우주이야기가 아침마당 같이 주부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의 단골 주제가 돼야 우주로 나갈 준비가 된 거라고 생각해요."

폴 윤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 태양계 홍보대사는 대덕넷과의 인터뷰에서 “5월 한국에서도 우주항공청(우주청)이 개청할 예정인데, 조직 구성이나 연구개발(R&D) 계획도 중요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보다 많은 국민이 우주에 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UC버클리 수학과를 나온 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현재 엘카미노 칼리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 대학교 입학사정관, 우리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미국 SAT 수학문제 출제위원을 역임했다. NASA 태양계 홍보대사로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우주전도사 역할을 하는 세계적 우주전문가다.

폴 윤 교수를 만난 건 1월 2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커피숍에서 였다. 우주청 개청 논의가 활발해질 때 쓰기 위해 미리 기획 인터뷰를 해놓기 위해서였다. 정부 자문이나 NASA 홍보 등을 위해 매년 12월 중순에 내한해 그 이듬해 1월 말 되돌아가는 것이 폴 윤 교수의 연례 일정이다. 그는 다음날인 30일 미국으로 출발할 비행기 티켓을 끊어 놨다고 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우주가 영화 스타워즈처럼 공상과학의 세계가 아니라 지갑의 신용카드처럼 현실의 문제라는 점이다. 또 우주는 과학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폴 윤 교수는 이를 “우주는 단순히 로켓이나 R&D가 아니다. 사회 속에서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홍보대사(앰버서더)가 하는 일은 뭔가. 
“NASA는 자신들의 업무를 국민과 공유한다. 연간 세금은 30조 이상을 쓰는데 돈의 주인인 국민한테 충실히 보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국민도 지속적으로 믿어주고 도움을 줄 거 아닌가. 한국 과학계도 우주 탐사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다.”

━ NASA는 어떤 일을 하나. 
“NASA의 우주탐사의 과학적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고 둘째, 외계에 생명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이를 통해 지구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NASA가 하는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도 모두 이 세가지에 연결돼 있다. 화성에 가느냐, 목성에 가느냐는 세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예를 들어 향후 50년 동안 NASA는 우주에 나가 무수히 많은 샘플을 채취해올 예정인데, 이는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다. 신체 증상의 비밀을 알기 위해 조직검사를 하는 것에 같다. 상대성원리는 맞는 것인지, 암흑물질은 존재하는 것인지 NASA는 우주에서 이런 것들을 확인한다.” 

━ 외계 생명체를 찾는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NASA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운영하는 '테스(TESS)를 비롯해 여러 탐사를 통해 태양계 밖 다른 행성 5000개를 찾아냈다. 전체 외계행성 후보(8414개)의 약 60%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구와 같은 생명 거주 환경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일부 행성에서는 생명의 조건인 물의 흔적도 찾아냈다 아직 생명체로 진화하기에 부족한 단계의 행성도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먼 행성의 생명 존재 가능성을 들여다 보고 있다.”

━ 외계인은 존재한다고 보나.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본다. 논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NASA는 이런 종류의 논리적인 판단을 할 때 그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철학자들도 참여시킨다. 외계생명체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몇 년 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책을 하다가 해파리 같은 물체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저거야 말로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신문을 보니 우주로 향하고 있던 스페이스X 발사체였다. NASA는 식별되지 않는 비행 물체를 의미하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보다는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란 용어를 더 선호한다. UAP 물리적으로 존재하나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 우리도 ‘K-NASA’라고도 부르는 우주청 개청을 앞두고 있다.
“우주청법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참석인원 266명 가운데 263명 찬성)의 동의로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한국의 우주청도 과학적 탐사와 미션 수행에서 성공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성장동력을 찾아 키워야 한다. 학계 및 산업계와의 유기적인 연결이 중요하다. 정부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건 뭔가.
“왜 우주로 가는지 명확한 이유를 아는 거다. 수년 전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우주에 대한 강의를 했다. 초중고교생 일색일 줄 알았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70%를 차지했다. 학생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결정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TV 아침방송에 출연해 우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했다가 일거에 거절을 당했다. 아마 시청률 때문이었을 거다. 아직 한국인에게 우주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다.”

━ NASA는 어떤 방식으로 국민이 우주에 친근하게 다가서게 하나.
“NASA는 언론을 통해, 그리고 강연과 교육을 통해 국민에게 우주 탐사와 개발에 대해 알린다. 이벤트를 통해 우주 탐사에 국민의 참여 기회도 마련한다. NASA는 화성에 보내는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로봇)들의 이름을 미국 초중고교생이 짓게 한다. 2021년 터치다운에 성공한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는 중학생 알렉산더 매더가 지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그럼 늦었지만 질문해 보자. 우리는 왜 우주에 가야 하나.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우주 탐사와 개발 혜택 속에 살아 가는지 알면 자명해진다. 우주 산업은 수많은 기술을 파생시킨다. 어딘가 신체 내부가 이상하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지 않나. 이게 달표면 연구에서 나왔다. 아마도 MRI가 생명을 구한 사람은 지금까지 수백만명에 이를 거다. 화재경보기, 신발쿠션, 잘 깨지지 않는 안경 유리, 내비게이션 등 오늘날 우리를 지탱하는 수많은 것들에 우주 DNA가 있다.”

━ 미국은 NASA가 수행한 미션을 어떻게 활용하나.
“우주 탐사와 개발의 결과를 과학과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한다. NASA는 항상 안 해 본 걸 시도한다. 그러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혁신 기술이 개발되면 기업에 넘긴다. NASA가 해온 우주 개발을 스페이스X(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우주기업)가 잇는다.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키우는 거다. 처음엔 엄마사자인 NASA가 기술 및 정책적 지원을 통해 아기사자인 스페이스X를 우주에 데려다 준다. 정부는 아기사자가 성장하면 한국(다누리호) 같은 고객을 알선해 준다. 아기사자는 점차 부를 창출해 국가에 막대한 세금을 낸다. NASA는 현재 스페이스X를 포함해 14개 회사들을 지원해 달탐사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미국 스타일이고 NASA 스타일이다.”

━ 미국이 저만치 앞서 가 있는데, 우주 개발에 지금 뛰어들어도 되나.
“이미 우주생태계 속에 살고 있는데 다른 대안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얼마 전 KBS의 경제토론을 봤다. 내놓으라 하는 경제학자들이 반도체 얘기만 했다. 마지막에 반도체 이후의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그 다음의 성장동력이 우주라고 생각지 않나. 지금 대한민국의 우주 분야 지분은 1%가 채 안된다. 어떻게 돈을 벌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이미 잘 버는 사람들을 보면 된다. 미국, 유럽, 일본은 이미 1998년부터 우주탐사 전초기지인 국제우주정거장에 수조원 씩을 투자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거라지 않나. 이들 국가들은 자신들이 그리는 미래의 판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생명, 화학, 지질,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정부출연기관들을 합쳐 놓은 거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이미 이 탐사 로버를 만들만한 인재와 기술, 시스템을 갖췄다.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좋은 조건을 갖췄다. 얼마 전 대한민국 라면이 매출 1조 원을 기록했다. 그 경쟁력이 온전히 맛에서만 나온 것은 아닐 수 있다. 동남아 면(누들)도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체 관계자를 만나 물어보니 케이팝(K-POP) 영향이 클 거라고 한다. 아마도 한국형 우주산업(K-SPACE)이 펼쳐지면 많은 나라들이 K-POP을 연상하지 않을까 싶다.” 

폴 윤 교수가 정리한 '인류의 우주분야 활동 영역'. [그래픽= 폴 윤 교수] 
폴 윤 교수가 정리한 '인류의 우주분야 활동 영역'. [그래픽= 폴 윤 교수] 

━ 많은 국민들은 당장 교량을 놓거나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우주 탐사나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return)이 막대하지만 성과가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돈 버는 일에 누구보다 예리한 월스트리트(미국의 증권가) 투자분석기관들도 다른 산업 분야와는 달리 우주산업에 대한 전망은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그 만큼 우주산업은 역동적이고 그에 따라 예측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 손에 만져지지 않은 것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 역사를 보면 현실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1945년 2차 대전이 끝나자 항공 산업을 키웠다. 그 당시 비행기가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비행기는 단지 전쟁에 쓰이는 전투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 항공 산업으로 가능해진 항공제조와 운송, 그리고 관광산업은 미국 경제의 10% 안팎쯤 될 거다. 더구나 보잉사(미국의 세계적인 항공사) 보다 항공기를 기반으로 하는 관광산업이 돈을 더 번다. 미국은 항공을 산업으로 전환한 뒤 기업체에 넘겨주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그 다른 일이 지금에서는 우주다.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1945년의 전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우주 생태계가 세계를 지배한다.”

━ 우주생태계가 뭔가.
 “전 세계 경제를 빨아드리는 우주산업이다. 미국은 한동안 실리콘밸리를 바탕으로 거대한 가상 공간(virtural space)을 구축했다. 세계는 이 가상 공간의 경제권으로 흡입됐다. 모두가 미국이 만든 스마트폰 속에서 생활했다. 미국은 이제 현실 공간(real space)에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고 있다. 그것이 우주경제권인데, 그 하나가 미국의 달탐사 사업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다. 여기에 33개 국이 사인했다. 미국은 우주에 관해서는 여야가 없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트럼프가 승인하고 바이든이 키웠다. 우주 정거장에서 3000건 이상의 실험이 진행됐다. 지구라는 조건에서 불가능한 실험이 우주에서 가능하다. 한국의 제약사가 우주 프로젝트에 1000억원 투입한 이유다.”

━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과거에 잘했던 걸 우주시대에 맞게 잘하면 경쟁력이 있다. 우주가 생활 공간으로 변하면 호텔도 만들어야 한다. 매니저도 필요하고 요리사도 있어야 한다. 늘 같은 옷만 입고 우주에 가고 싶어하지 않을 거다. 샤넬이 우주 패션쇼를 한 이유다. 혼자 가면 심심하니 애완견도 필요할 거다. 아이들을 위한 아동 심리학자도 있어야 한다. 의사도 변호사의 수요도 생긴다.”

━ 우주청 개청을 앞둔 한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이지 않는 걸 믿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인터넷도 처음에는 그냥 좋은 소통방법의 하나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1800년대 중반 그저 사막이었다. 지금은 3900만 명의 캘리포니아 경제가 6700만 명의 영국을 넘어섰다. 메마른 토지는 곡창지대로 변했고 항공우주 산업이 번창하고 할리우드가 들어섰다. 우주에는 공기는 없고 방사능은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거기에 있다. NASA는 과학자들을 모아 놓고 기획회의를 할 때, 현재의 기술력이나 예산을 염두에 두지 말고 아이디어를 내라고 한다. 우주 프로젝트의 완성은 기획 이후 10년 뒤에나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 우주과학자들에게도 할 말이 있나.

"우주 과학을 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종사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우주에 투자하는 예산이 많다. 따라서 실패를 해도 다시 여유있게 도전할 수 있다. NASA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발사를 미룬다. 돈이 들더라도 서두르지 않는 여력이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우주에 투자하는 돈이 충분치 않다. 그런데도 잘 해내고 있다."

폴 윤 교수는 마침 이날 자신의 저서 ‘우리가 우주에 가야 하는 이유’(EBS BOOKS)가 출간돼 서점 매대에 진열됐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편집은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으로 오던 태평양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마무리했다고 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우주 경제의 내일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본격 우주교양서일 뿐 아니라 폴 윤 교수의 삶의 궤적이다. 

이 책 서문에 폴 윤 교수는 우리가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적응의 문 앞에 서 있다. 우주라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 즉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예를 들어 공기라든지, 물이라든지, 계절이라든지, 우주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이 낯섦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 ‘불’의 발견이 인류의 삶을 180도 변화시켰듯이,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힘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듯이,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세계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듯이, 우주라는 신세계의 발견은 인류의 삶을 다시 한 번 뒤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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