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 강현비 씨, 고려대 김예지 씨
과기정통부 프로그램으로 獨 막스플랑크 6개월 인턴 경험
강현비 씨 "보조 아닌 프로젝트 담당자로 책임감 배워"
김예지 씨 "노벨상사관학교 답게 의사소통 분위기 남달라"

과기정통부가 주관한 2023년 한·독일 글로벌 인재양성 플랫폼으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6개월 연구인턴으로 파견다녀온 국내 이공계 인재들. (왼쪽부터) 김예지 씨, 강현비 씨. [사진=홍재화 기자]
과기정통부가 주관한 2023년 한·독일 글로벌 인재양성 플랫폼으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6개월 연구인턴으로 파견다녀온 국내 이공계 인재들. (왼쪽부터) 김예지 씨, 강현비 씨. [사진=홍재화 기자]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하다 보니 고민의 연속이었던 진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2학년 재학 중인 강현비 씨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3학년 재학 중인 김예지 씨를 만나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인턴 경험담을 들었다. 이들은 "꿈 같았던 시간이었다. 인턴이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추진하면서 연구자로서 성장할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한·독일 글로벌 인재양성 플랫폼'에 참여했다. 국내 이공계열 대학생을 대상으로 독일 우수 연구소에서 연구 인턴 활동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한국을 떠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6개월간 연구하고 2월 말께 귀국했다.

노벨상 사관학교라 불리는 막스플랑크는 천문학과 물리, 동물행동, 분자생물학부터 인구통계와 종교까지 다양한 영역을 연구하는 86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곳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칙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기는 비슷했다. 자신이 배우고 있는 전공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다. 동물행동에 관심이 있던 강 씨는 '막스플랑크 동물행동학 연구소'에, 생명과학 전공인 김 씨는 '막스플랑크 분자세포 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소'에 들어가 연구자의 미션을 담당했다. 흔히 보조역할에 그치는 인턴과는 달랐다는 말이다. 
 

강현비 씨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같은 실험실 사람들에게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강현비 씨]
강현비 씨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같은 실험실 사람들에게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강현비 씨]
동물행동학 연구소는 동물의 행동, 행태, 습성뿐 아니라 진화, 유전, 학습, 환경 등의 관찰을 통하여 동물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실험실이다. 동물은 아주 짧은 동안에도 많은 수의 의식적,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데 이러한 많은 수의 행동들을 관찰하는 곳이다. 이곳의 연구자들은 동물행동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에 가기도 한다.

강 씨는 "동물행동학 연구를 위해서 1년에 두 번 아프리카에 가서 연구한다. 현장에서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을 바탕으로 분석한다. 막스플랑크 동물행동학 연구소는 물고기, 독수리, 원숭이 실험실로 구분돼 있는데 나는 물고기 행동 분석 연구소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아프리카에 서식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실험실 '시클리드'에 파견돼 물고기가 가상으로 생성된 아바타 물고기에게도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강 씨는 "연구를 위해 진짜 물고기 행동을 촬영한 영상을 보고 물고기 행동을 데이터화해 물고기의 각 관절의 움직임을 좌표 형태로 변환했다"면서 "획득한 좌표값을 아바타 물고기에 입력해 아바타가 진짜 물고기와 동일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바타를 진짜 물고기에게 보여주고 물고기가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연구했던 분자세포생물학은 현대 생명과학 분야 중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는 분야로, 세포학과 분자생물학,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화학 언어로 풀어낸 생화학이 접목돼 탄생한 학문이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 난치병 치료 방법 개발 등의 의약학과 직접 관련된 기초학문으로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김 씨는 생물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이후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했다고 했다. 특히 초파리의 발생과정 단계를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생물실험 랩에서 초파리의 발생단계를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초파리의 일정 부분을 고정시켜 초파리의 세포 모양 변화를 관찰했다. 또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생시켜 그 모양 변화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넘겨받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예측을 하기도 하고 고정시키는 점을 바꾸면서 생물학 실험결과와 비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단백질 간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공통 조상의 유전자 서열과 모양을 찾아가는 생물정보학 공부도 함께 진행했으며 3차원으로 찍은 유기체의 접착세포들의 층을 나눠 모든 층마다의 세포를 사진으로 바꾸고 딥러닝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세포층의 세포들을 분리하는 코딩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생물학 실험부터 컴퓨터 분석까지 모두 맡아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실험실에 아기 데려와 육아하면서 연구하기도
 

김예지 씨는 한국인답게 9시에 출근했지만 연구소 사람들은 아직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김예지 씨]
김예지 씨는 한국인답게 9시에 출근했지만 연구소 사람들은 아직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김예지 씨]
이들은 너무나도 자유스러운 연구소 분위기에 놀랐다.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을뿐더러 실험실에 갓난아기를 데려오는 박사도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자유로움이 책임감을 극대화 시켰고 그 결과 노벨상이 많이 나오게 된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강 씨는 "스몰토킹 문화가 당연시되다 보니 출근길에 날씨, 인생 얘기 등을 자유롭게 한다. 심지어 다른 연구실 사람이 통유리로 돼있는 연구실 창에 화이트보드를 갖고 와서 갑자기 토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타 기관, 다른 나라 기관과의 협력이 자유롭다. 김 씨는 "실험실과 조금의 접점이 있으면 초청해서 서로의 연구를 소개한다"며 "매주 박사과정생이 발표하는 세미나, 교수 발표 세미나 등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활발했다"고 말했다.

논문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도 말했다. 김 씨는 "여기서 본 박사님들은 논문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보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하고 그걸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논문이 필요하다는 마인드가 장착돼 있었다"며 "인용 수도 많고 혁신을 일으키는 논문을 쓰고 싶어 하는 박사가 많아 이런 분위기가 노벨상의 비결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 창업, 연구자 등 구체적 진로 결정 계기 준 인턴십

학부생 인턴으로 처우가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학생이 아닌 연구자로 인정해 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처음 몇 주는 논문을 읽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 분야를 선택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당 프로젝트에는 직접적인 생물학 실험이 없어 적극적으로 생물학 실험을 직접 하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프로젝트 사수와 독일 생명과학 기업인 바이오텍을 연결시켜줬다"면서 "연구소에서 도와준 덕분에 연구자라는 위치에서 생물학 실험부터 분석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 씨도 "연구소에 들어갔을 때 장기 계획을 나에게 설명해 주면서 동시에 나에게 프로젝트를 하나 맡겼다. 하지만 일절 간섭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을 느끼게 돼서 한 명의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6개월 프로그램이 너무 짧아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강 씨는 "파견 기간 6개월이 모든 연구 과정을 수행하기에는 짧아 아프리카에 가서 진짜 물고기에게 아바타 물고기를 보여주는 마지막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 처음에는 방향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점차 익숙해지던 터인데 귀국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학업적인 진전과 함께 논문과 같은 결과물을 함께 얻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기간이 짧아서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했다"면서 "프로젝트 연장선상으로,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는 5월 다시 독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6개월 동안의 연구인턴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꿈은 점차 구체화됐다.

강 씨는 "학문을 계속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배운 걸 현실에 적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기존 전공을 살린 관련 분야의 창업이나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꿈을 보다 구체화하는 좋은 기회를 주는 이 프로그램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자기 성장의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인턴 프로그램 전에는 교수가 돼서 학교에서 논문을 쓰고 싶었는데 연구에 매진해 보람을 찾는 막스플랑크의 분위기를 보고 좋은 연구소에 들어가 획기적인 연구로 승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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