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커뮤니케이터 꿈꾸는 켄텍 2학년 정자윤 씨
과학 영재 출신으로는 드물게 새로운 분야 선택
조숙경 교수 겸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 학회장이 롤모델
정 씨 "에너지, 기후변화, 물, 질병, 식량 등 인류가 안은
최대의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해 활동하겠다" 포부
조 교수 "제자의 꿈과 활동, 스승과 동반자로서 지원"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이하 켄텍) 에너지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정자윤 학생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꿈꾸고 있다. 사진은 정자윤 학생과 그의 스승인 조숙경 켄텍 교수. [사진=정자윤 학생]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이하 켄텍) 에너지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정자윤 학생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꿈꾸고 있다. 사진은 정자윤 학생과 그의 스승인 조숙경 켄텍 교수. [사진=정자윤 학생]

“저는 에너지 분야의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따뜻한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정자윤 씨)

“따뜻한 과학자라는 게 뭘까요?”(조숙경 교수)

“과학과 사회의 어떤 간격을 좁히고 둘 간의 소통창구가 되는 과학자죠. 과학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실제로 내가 얻고 있는 정보와 지식이 정확한지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렵거든요.”(정 씨)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에너지공학부 조숙경 교수(과학사·과학커뮤니케이션)와 이 학과 환경기후기술트랙 2학년 정자윤 씨는 종종 캠퍼스에서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눈다. 정 씨는 조 교수를 롤 모델  삼아오다 이 대학에 들어왔다.  

“그게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인 거죠.”

조 교수의 추임새를 정 씨가 다시 이어 받는다.

“예술 작품 하나가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듯, 지식과 정보 하나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국내에도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많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학 분야에 근무하다가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다. 정 씨처럼 일찍 이공계로 진로를 정해 과학영재 코스를 밟다가 과학커뮤니케이터를 목표로 대학에 진학한 흔치 않다.

정 씨는 국내 과학영재고 가운데서도 탑 클라스에 속하는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출신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부산과학기술협의회에서 운영하는 금요일의 과학터치에 참여해 과학자의 꿈을 키워왔다.

금요일의 과학터치는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1826년 성탄절에 즈음해 청소년에게 과학 강연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 왕립연구소(RI)기 ‘크리스마스 과학강연(Christmas Lecture)’으로 이어갔는데 이는 영국 과학 대중화의 기초가 됐다.

정 씨는 이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했다. 여기서 활발한 과학연구 및 탐구활동을 벌이는 한편 국제 네트워크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런 활동을 통해 과학자들 사이에 소통이 중요하며 이를 이끌 수 있는 역할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며 “내로라하는 이공계 인재들이 모인 영재학교였지만, 막상 대외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보면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을 쓰거나 사람을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이런 진로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은 없었다. 켄텍의 문을 두드린 것은 다름 아닌 조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으로 영국 런던대 석사와 서울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사업단장,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연구위원을 지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학박물관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써 국립광주과학관 전시본부장을 지내고 '2030 미래도시' 특별전을 총괄했다. 현재는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 학회(PCST) 글로벌 네트워크 회장이다 
 

정자윤 학생은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따뜻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정자윤 학생]
정자윤 학생은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따뜻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정자윤 학생]

정 씨는 "과학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자가 흔치 않은데 제 목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조 교수님의 계서서 켄텍 진학을 결정했다”며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조 교수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자윤이가 켄텍에 입학하기 전 어머니와와 함께 와서 상담했는데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려면 켄텍으로 보내시라고 했다"며 "이후 켄택 진학을 결정했다기에 기뻤다"고 되돌아봤다.

그의 꿈을 더욱 독려해주는 일도 생겼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한국장학재단 주관으로 다양한 분야의 우수 인재를 발굴해 시상하는 제도다.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제덕 양궁 국가대표, 소설가 김초엽, 가수 김호중, 악동뮤지션 이찬혁 등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면면들이 수상자다. 

정 씨는 광주전남지역을 중심으로 대학생 과학커뮤니케이션 모임과 과학과 사회 연결 동아리 등을 만들어 활동하겠다"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한중일 대학생 네트워크를 결성해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기후변화, 물, 질병, 식량 등 인류가 안고 있는 최대의 글로벌 이슈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함께 이들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이런 분야에서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는 연구하는 과학자도 중요하지만 과학 지식과 정보를 사회와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스승으로서, 동반자로서 자윤이의 꿈과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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