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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④] 개 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 '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친구에서 가족이 되어가는 '개'의 모든 것
대덕넷은 8월부터 수요일 격주로 '최병관의 아·사·과'를 연재합니다. '아주 사적인 과학'이라는 의미로 과학 도서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저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 실장으로 올해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하는 등 과학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병관 작가의 과학 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최병관 지질자원연 홍보실장.최병관 지질자원연 홍보실장.
"당신도 개와 함께 사나요?"
동네에서 산책을 하다보면 많은 개를 볼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개가 많은지 모르겠다. 착각이겠지만 사람보다 개가 더 많은 것 같다. 한마디로 거리는 개(犬)판이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454만 가구가 반려견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2마리의 반려견을 키운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에는 대략 1천만 마리의 개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개가 종종 등장한다. '개밥 주는 남자'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세상이 점점 개판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반가운 책이 나왔다. 바로 '개 : 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이하 『개』)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봐왔던 개 책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베스트 셀러인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 '달려라 달리'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와 앞발 하나가 없는 유기견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개'는 단순한 개 책이 아니다. 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개의 생태와 해부학적 구조, 생리 활동, 생명 활동, 인지, 행동, 성격은 물론 인간과 맺은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개한다. 반려견 1천만 마리 시대를 맞아 '개판'인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독서라고 하면 과장일까.

저자 아담 미클로시는 헝가리 에오토보스랜드대학 동물행동학부 교수이자 책임자이다. 그는 동물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간과 개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패밀리 도그 프로젝트(Family dog project)의 공동 설립자이자 리더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개 전문가이다.

'개'에는 학술적 내용도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따분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이유는 사진 때문이다. 책에는 250장의 멋진 개 사진과 도표가 나온다. 좀 과장하자면 '개 화보집'이라고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개가 인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소개한 부분에서 책에 빠져들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몰입 심리학'의 대가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말하는 몰입을 경험했다.

저자는 개가 주인에게 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이런 놀이 신호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벌린 입 드러내기, 고음으로 짖기, 머리 조아리기, 발로 긁기, 과장된 뒷걸음질 등이다. 짖는 걸 놀이 신호로 활용하는 건 개만이 갖는 특징이다.

개가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직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이름이 '마루'인 이웃집 개가 놀러와 며칠씩 놀다 간다. 처음 마루가 집에 온 것은 이웃집이 해외여행을 간 것이 계기였다. 그후 마루는 자의반 타의반 자주 집에 들락거렸다.
마루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도 마루와 친해졌다. 어느날 나는 퇴근 후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은 마루밖에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내와 딸은 내가 퇴근해도 본체만체하지만 마루는 달랐다. 마루는 내가 퇴근하면 온몸으로, 필사적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마루는 내가 "알았어! 알았어!"를 대여섯번 하고 몇 번을 쓰다듬어 줄때까지 몸부림을 쳤다.

어느날 딸은 "마루가 아빠를 변화시킨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루를 포함한 모든 개를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는 '개가 인간의 건강과 심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발견된 결론'이 상세히 나온다.

개는 인간 파트너를 활기차게 만든다.
개는 인간 파트너가 차분함을 유지하는 걸 돕니다.
개는 인간 파트터의 면역시스템을 향상시킨다.
개를 기르면 심혈관계 질환을 겪을 위험을 줄여주는 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심장마비를 겪은 이후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개는 어린아이의 심리적 발달을 용이하게 해주는 유익한 역할을 수행한다.
개는 사회적 고립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사회적 포용을 촉진시킨다.(p 155)


개는, 더구나 반려견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동반자나 친구가 아니다. 이제  어엿한 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를 키우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지금 개와 같이 사는 사람은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앞으로 개를 키우려는 사람은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개를 멀리해야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도 알았다. 매일 개를 10~12시간 동안 집에 남겨두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개를 반려동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는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개를 혼자 남겨두고 외출한 후 돌아오면 개는 가족들의 배신에 복수한다. 이곳저곳에 똥이나 오줌을 싸거나 마구 어질러 놓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최근 매스컴에서는 개와 관련한 뉴스로 떠들썩했다. 조은누리양이 실종 11일만에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軍犬) 달관이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기적이다. 개는 어시스턴트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개는 마약 탐지, 보안 업무, 경비업무, 구조 작전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개는 더 이상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사는 동물이 아니다. 가족이다. 이 책 '개'는 개와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지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하물며 개와 같이 사는 사람은 말해서 무엇하랴!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통계청이 11월 인구조사에서 반려동물의 여부를 시험적으로 항목에 넣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가족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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