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표연구실②]덴마크공대 음향연구실, 약 80년 역사 보유
기금 조성·기술 변화 요구 거세···새로운 변화 대응
산업체와 연계한 기술 개발하며 상생 발전
무엇보다 덴마크는 음향분야 연구 강국으로 손꼽힌다. 100여년이 넘는 음향 연구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덴마크의 음향 분야 연구자, 정책 전문가, 사업체가 참여하는 협의체인 데니쉬 사운드 이노베이션 네트워크(Danish Sound Innovation Network)는 스피커 개발 100년을 기념하는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코펜하겐 소재 체험형 과학관 '엑스페리멘타리움(Experimentarium)'의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물과 설명에서도 이와 관련된 역사와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덴마크 태생의 피터 얀센(Peter L. Jensen)은 에드윈 프리드함(Edwin Pridham)과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스피커를 개발했다. 1925년 뱅앤올룹슨 창립, 1941년 덴마크 음향 연구소 설립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인재 양성 부분에서는 특히 지난 1829년에 개교한 덴마크공과대학(DTU)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코펜하겐대(KU)와 함께 덴마크 과학기술 분야 교육·연구 관련 중심축을 담당해왔다. 덴마크공대 전기공학과 음향공대 그룹의 모태는 덴마크 음향 연구소로 약 80여년의 역사를 보유했다.
핀 아게르크비스트(Finn T. Agerkvist) 그룹장은 "소리와 진동, 전기음향학, 건축음향학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헬스케어,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음향품질과 인간 음향인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귀는 매우 정교하기 때문에 작은 마이크로폰으로 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음제어, 정확한 전달 기술, 소리 분류 기술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곳이 '음향실'이다.
덴마크공대는 지난 1963년 첫 음향연구실을 개소한 이래 시설을 이전·확장하며 현재 코펜하겐시 북쪽에 둥지를 텄다.
스피커와 스펀지면으로 가득찬 공간은 음향학 연구를 위한 최적의 연구시설을 갖췄다. 소리가 반사되지 않으면서 울리지 않고, 적막감이 감돈다. 잡음(Noise)이 없어 원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를 모델링해서 분석할 수 있는 공간부터 3D 프린터를 이용해 틀을 제작할 수 있는 설비가 함께 있다.
그가 질문과 토론을 통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강조한 탓에 연구실은 자유 토론을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핀 그룹장은 "그룹미팅을 매주 갖고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대해 비판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연구실 힘의 원동력"이라면서 "호기심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과거와 달리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펀딩이다. 기존에 정부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왔다면 기술사업화 요구가 커지면서 산업체와 연계와 기금 확보가 중요해졌다. 투입 대비 정량적 결과도 요구받고 있다.
산업체와 수행한 보청기 수치 진동 음향 분석을 위한 전산 감소 기술, 저주파 실내 음향 모델링, 콘서트홀에서의 무대 음향 특성화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핀 그룹장은 "덴마크혁신부(Innovation Demark), 민간재단(Villam Foundation), EU에서 연구수주로 일정부분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오티콘(Oticon), 위덱스(Widex), 에코폰(Ecophon), 브뤼엘 앤드 케아(Bruel & Kjaer) 등의 음향기업들과 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강사로도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했다. 오디오나 스피커 위주에서 핸드폰, 소형 스피커 등 음향경로에도 변화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원하는 소리를 제어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최적 음향을 제공해야 한다.
핀 그룹장은 "연구도 시대에 맞춰 기금·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연구 축적과 계승이 인적자원에게 달렸다고 보며 제대로 된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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