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학생 자작 자동차대회' 16일부터 사흘간 군산서 개최
전국 102개 대학 참가···서로 응원하고 합심해 '선의의 경쟁' 펼쳐
"막연했던 이론, 설계·제작하며 체득···공학도로서 자신감 갖게 돼"

'2019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가 16일부터 사흘간 군산에서 개최됐다. 13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102개 대학에서 195개 팀이 참가했다. 사진은 위쪽부터 서울대 팀과 한양대 팀. <사진=김인한 기자>
'2019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가 16일부터 사흘간 군산에서 개최됐다. 13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102개 대학에서 195개 팀이 참가했다. 사진은 위쪽부터 서울대 팀과 한양대 팀. <사진=김인한 기자>
"이론으로 배운 걸 실제 적용하려면 이론상에서 배우지 않았던 변인들이 갑자기 생깁니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들을 제어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고요. 4대 역학을 배울 땐 쉽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실제로 기계를 만져보면서 지금까지 배운 게 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문적으로 지식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공학인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동령 서울대 런투유 팀원)

"자동차 엔진에 관심이 많아서 정비원을 하려고 했어요.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자동차 정비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거든요. 경험이 부족했는데 이번 대회 참가하면서 실제로 자동차를 만들고 용접도 해보면서 제가 꿈꿔 온 일을 깊게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동력원은 어떻게 구동되는지도 알 수 있었고, 사람들과도 마주치면서 사회도 알게 됐어요. 제 꿈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좋았습니다." (김하은 호서대 챌린저주니어팀 팀장)

2000여 명이 넘는 대학생이 '2019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했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학생들이 자동차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2000여 명이 넘는 대학생이 '2019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했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학생들이 자동차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16일 새만금군산자동차경주장. 뙤약볕 아래 학생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30도가 넘는 기온에 간헐적으로 소나기가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체 개발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글라인더로 소재를 잘랐다. 준비를 마친 자동차는 성능, 안전 검사장으로 이동했다. 물웅덩이, 통나무 등 각종 장애물을 통과한 자동차만 대회 예선을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은 성능 검사를 지켜보며 응원과 탄식의 목소리를 냈다.

'2019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가 16일부터 사흘간 군산에서 개최됐다. 13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102개 대학에서 195개 팀이 참가했다. 부문은 ▲Baja(비포장도로 경주) ▲Formula(포장도로 경주) ▲EV(전기차 성능 대결) ▲기술부문(아이디어·디자인) 등 총 4가지다. 첫날 성능·안전 검사를 통과한 자동차만 17일부터 이틀간 본선 대회에 참가했다.

장상준 한양대 baqu4 팀장은 "자동차 제작은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단순히 열역학 과목을 안다고 엔진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전체 흐름을 보면서 요소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큰 그림을 보고 세세하게 학문을 이해하는 게 전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상준 학생은 "자동차는 혼자 만들 수 없고 서로 팀을 꾸려 협업해야 한다"면서 "분업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방식도 배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콘셉트 설정, 단점 보완, 설계, 제작을 여름방학 전까지 하고, 여름방학부터는 자동차 성능 테스트에 집중한다"면서 "시간 계획,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후원, 영업, 협업 방식 등 대학생으로 배울 수 없는 일들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능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Formula 부문에서 최우수상(위)을 탄 국민대 팀. <사진=김인한 기자>
성능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Formula 부문에서 최우수상(위)을 탄 국민대 팀. <사진=김인한 기자>
◆승패 떠나···"이론의 현장 적용, 협업 중요성 깨달아"

Baja 부문에는 총 102개 팀이 참가했다. 125cc 이하 국산 엔진을 활용해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물웅덩이, 낙하, 점프, 슬라럼 등 험로를 주행해 랩타임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Formula 부문은 포장도로에서 가속력을 평가하는 종목으로 총 38개 팀이 참가했다. EV 부문에도 총 48개 팀이 참가해 전기차 성능을 경쟁했다. 이 밖에도 31개 팀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앞세운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대회 결과 ▲Baja 부문 - 계명대 '속도위반'(산업부 장관상) ▲Formula 부문 - 국민대·히로시마공대 'KOOKMIN RACING F-19'(한국자동차공학회장상) ▲EV 부문 - 서울과학기술대 'MIP'(르노삼성자동차상) ▲기술부문 - 성균관대 HEVEN_T(군산시장상) 팀이 각 부문에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건호 충남대 바퀴네개 팀원은 "이론을 설계해서 직접 만드는 과정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힘든 점도 있었지만 실제 설계대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전체 설계도 중요하지만 작은 요소의 설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많이 배운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태규 KAIST 질주 팀원은 "자유로운 조직에서 어떻게 하면 일을 제시간에 끝내고 빨리 진행할 수 있는지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면서 "공학적인 측면에선 이론, 설계, 제작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서 각 분야의 애로사항을 알게 됐다. 향후 공학자로서 일을 해나갈 때 각 분야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형주 KAIST 질주 팀원은 "공부해서 시험 보고 느끼는 보람이 아닌 새로운 성취감을 느꼈다"면서 "공학자가 쓰는 도구, 방법들을 직접 하거나 보면서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세현 조선대 대자연(대학생자동차연구회) 팀원은 "차를 직접 만들다 보니깐 필요한 이론을 독학하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했는데,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정비공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KAIST 질주 팀(위)도 Baja 부문에 참가했다. 이형주 KAIST 질주 팀원은 "공부해서 시험 보고 느끼는 보람이 아닌 새로운 성취감을 느꼈다"면서 "공학자가 쓰는 도구, 방법들을 직접 하거나 보면서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KAIST 질주 팀(위)도 Baja 부문에 참가했다. 이형주 KAIST 질주 팀원은 "공부해서 시험 보고 느끼는 보람이 아닌 새로운 성취감을 느꼈다"면서 "공학자가 쓰는 도구, 방법들을 직접 하거나 보면서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본선 대회에 앞서 점검에 나선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본선 대회에 앞서 점검에 나선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대회 계기로 미래 자동차 산업 분야 관심 갖게 돼"

이상희 부산대 PARA 팀원은 "미래 자동차인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는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도 다르고 무게도 다른데 이번 개발을 통해 전기차 자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강태준 연세대 MECar 팀원은 "설계, 제작을 하다 보면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면서 "설계하는 모습을 직접 봤고, 경험도 생겼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도 함께하면 자율차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상순 조직위원장(現 르노삼성자동차 연구소장)은 "대회를 통해 자작자동차의 설계와 제작뿐만 아니라 기술과 주행 성능에 대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면서 "이번 대회가 자동차를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도전의 기회였다"고 대회 의의를 밝혔다.

한편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는 한국자동차학회에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미래 한국의 자동차공학을 대표할 학생들에게 자작자동차의 꿈을 실어주기 위해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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