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하원규 박사

◆2019년 3월기 결산 설명회=SBG 2.0 큰 그림 발표장

필자는 소프트뱅크(SoftBank·SB) 그룹의 주주총회와 연결결산, 투자설명회 그리고 매년 7월에 열리는 'SB월드' 등을 통해 손정의 회장이 직접 쏟아내는 스피치를 듣고 있노라면 온몸에서 에너지가 솟구치며 호르몬이 전율하는 쾌감을 느낀다. 야망에 넘치는 경영가의 비전과 포부에 빨려들어 야성적 본능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느낌은 그분의 인생 여정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영혼적 통찰력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영 이념에 대한 축적된 믿음이 용융돼 마치 짝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애절한 환희로 바뀌는 상황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손정의는 지난 5월 9일 2019년 3월기 결산 설명회를 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포부 당당한 청사진(Big Picture)를 제시해줬다. 이하에서는 동 결산 설명회 내용을 '세계 No.1을 지향한 SBG의 군(群) 전략 청사진'이라는 제하로 정리해 본다.

손 회장은 먼저 아래 그림을 보여주면서 "오늘의 결산보고는 이 한 장으로 SBG 경영의 전체 모습을 웅변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5월 9일, SBG 주주가치 23조엔 그리고 지난 20년간의 주주가치와 인터넷 트래픽 증대는 상사형(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으로 비례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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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와 인터넷 업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세계 톱 10 기업 중 7개사가 인터넷 관련 기업이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SBG의 규모가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거인들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주주의 기대에 부응할 때가 왔다. 손 회장은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인터넷과 함께 하는 소프트뱅크 2.0 여정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굳센 결의를 표명함으로써 투자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결의를 다지며 밝혔다.

◆AI 군(群)전략의 자기 증식과 자기 진화 생태계

동 결산설명회에 임하는 그의 포부는 더욱 더 우람하고 헌걸찼다. 소프트뱅크 2.0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이하 SVF)의 사업 성과를 발표함과 동시에 동일 규모의 SVF 2.0 구상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SVF 사업은 2017년 7월 1000억 달러라는 압도적인 자금 규모로 출발하며 실리콘밸리에 격진을 몰고 갔다. 출범 2년 동안 SVF는 82개사(19년 5월 9일 기준)의 인공지능(AI) 혁신 기업에 투자했다. 그 결과 동 사업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1조 20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주지하듯 손정의는 'AI 혁명=싱귤래리티'라는 등식을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AI에 특화되고, 유니콘에 투자하고, 시너지 창출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할 때 군(群) 전략의 동지적 결사체에 참여하게 한다.

<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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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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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개 기업은 각 분야에서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적 테크놀로지와 창업가로 무리를 이루고 있다. 교통 분야는 우버(Uber), 디디(DiDi), 의료 분야는 GUARDANT, ROIVANT, 부동산 분야는 WEWORK, COMPASS, 물류 분야는 DELHIVERY, Flexport, 금융분야는 Paytm, 최첨단 테크놀로지분야는 Arm, Brain corp, 고객 서비스는 OYO, 쿠팡(Coupang) 법인 서비스는 Slack, Mapbox 등 전도 앙양한 기업 진용이 무리를 지어 포진하고 있다.

세계 No.1의 신흥 기업들은 특유의 암묵지를 교감하면서 공동운명체 DNA를 공유한다. 그들의 자부심과 개척에 대한 갈망이 공통의 이익을 향유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기업 집합체에서 우러나오는 야망이 작동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고 고수들에 의한 기업가 진용이 자기 증식과 자기 진화를 거듭하는 생태계로 왕성하게 활성화된다는 의미이다.

SVF 사업 2.0구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으로 밝혀질 전망이다. 중요한 건 SVF 1.0 사업에 참여한 투자가 대부분 계속 참여할 의향을 표명하고 있다. 먼저 SBG산하에 전담 회사를 발족시키고 여기에 투자가들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로써 AI를 기축으로 하는 AI군전략의 자기 증식과 자기 진화 생태계는 한층 성숙돼 갈 것이다.
 
◆모든 산업의 혁신 엔진= AI 추론 능력

인터넷은 세계의 광고와 소매 영역의 기존 업계를 철저히 혁신했다. 광고와 소매는 미국 GDP의 7%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두 분야의 혁신으로 세계 Top 10 중 7개사가 인터넷 업계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AI는 부동산, 정부, 교육과 의료, 제조 등 나머지 93% 모든 업계를 완전하게 재편한다. AI 비즈니스 모델은 한 마디로 추론(Prediction)하는 것이다. 무엇을 추론할까?

<이미지=미상무성경제분석국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이미지=미상무성경제분석국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이미지=하원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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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추론 알고리즘은 공급의 최적화와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ride share)라면, 수요를 예측해 효과적으로 최적화된 공급을 실행한다. 차량 수요 정보를 일정한 열 분포 형태로 비쥬얼 그래픽의 히트 맵(heat map)을 만들어, '비 오는 날 금요일 밤 7시에 뉴욕 5번가 교차점의 각 코너에 몇 명의 고객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15분 간격으로 예측한다. 

고객이 불러서 차량이 달려가면 15분이 걸린다. 그러나 우버의 AI 알고리즘은 고객이 손을 들기 전에 수요를 예측함과 동시에 요금도 시시각각 연동된 다양한 체계로 3분 만에 고객이 있는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실시간 최적 대응은 인간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AI 추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중국 최대 AI 활용 중고차 판매 플랫폼 'Guazi' 

<이미지=하원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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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기 결산설명회에는 '중고차+AI' 플랫폼 기업인 중국의 Guazi설립자인 마크 대표(CEO)가 등단했다. 마크 CEO는 "매년 13.6%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중고차 시장은 2025년 3500억 달러 규모로 증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재 12만 개의 중고차 판매자가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기존 업계 상황을 진단했다.

중국 최대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Guazi는 2018년도에만 70만 대의 중고차를 거래했고 매상도 매년 배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몇 단계의 판매자가 있고, 각 판매자를 거칠 때마다 그들은 15~20%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Guazi는 중개자 없이 판매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Guazi의 AI 알고리즘 엔진은 소형 화상 로봇이 실린더 등 자동차 엔진 부품, 타이어와 차체의 도색 상태 등 260개소를 점검한다. 직원은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점검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버로 보낸다. AI 알고리즘은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행동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을 책정한 후 판매 추이를 추론한다. 이후 수요자 요구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크 대표는 "AI 활용 플랫폼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후 1인당 월간 자동차 감정 수 4배, 1인당 월간 판매 수가 5배로 늘어났고, 판매 사이클은 4분의 1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AI 활용 암 진단 플랫폼 'GUARDANT'

<이미지=하원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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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는 AI에 의한 통합 혈액 생체 검사 서비스 회사이다. 의료에 AI를 접목해 주목을 받고 있다. 2017년 소프트뱅크가 3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난 9일 기준으로 보유주식 가치는 18억 달러로 6배 상승했다. 암은 1기, 2기 단계에서 조기 발견하면 그만큼 생존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어떤 암이 어디에서 생기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채혈과 DNA 생체검사를 하는 하드웨어 회사는 존재한다. 그러나 DNA는 알파벳 기호의 나열이어서 인간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다. 생체 조직 세포를 채취해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비용도 비싸고 시간도 걸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위험성도 높다.

이에 비해 가던트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빅데이터로서의 DNA정보 패턴을 활용해 암을 조기해 진단한다. 보다 저렴하고 보다 신속히면서도 안전하게 분석하는 방식이다. 동 회사의 혈액 생체 검사 알고리즘에 의한 암 진단 엔진은 미국 암 센터 28개 시설에 모두 도입했다. 머지않아 전세계의 암 센터로 도입돼 갈 전망이다.

◆10배, 20배 성장 산업과 1000배 성장 산업 

1995년부터 2016년 동안 자동차 산업의 시가 총액은 0.1조 달러에서 1조 달러로 10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자동차 연간 생산 대수는 5000만 대에서 1억 대로 증가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시가 총액은 자동차 생산 대수와 비례해 확장됐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공업 분야 전체 산업은 어떤 상황을 보여줄까? 2017년도의 공업 분야 전체 산업을 합산하면 22조달러로 자동차 산업의 약 20배이다. 공업 시가총액은 1994년 대비 23배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인터넷 분야는 어떨까. 1995년 인터넷의 전체 트래픽은 고작 180테라바이트(TB)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인터넷 트래픽은 156엑사바이트(EB)로 약 1000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기업의 시가 총액도 1000배 확장됐다. 인터넷 트래픽과 인터넷 산업 규모는 비례 관계를 맺으며 발달해 온 것이다.

'나무를 보고 숲은 본다'는 말이 있다.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10배, 20배 늘어나는 영역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1000배 성장하는 영역에 관심과 정열을 바칠 것인가. 더구나 인터넷 트래픽은 한계 상황에 온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2차 곡선으로 증대를 가속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터넷 트래픽은 심지어 AI 트래픽으로 질적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트래픽은 지능이 없는 지식 트래픽이었다. 지식으로서의 인터넷은 정보를 검색하고, 소매 상품 가격을 비교하는데 유효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트래픽에 지능을 수반하는 '추론 트래픽'으로 질적 대전환이 일어난다.

손정의의 신념과 포부는 확고하다. "AI 트래픽 증대에 비례해 AI 기업 시가총액도 거의 틀림없이 비례해 증가한다. 그리고 그 최전선의 정중앙에 AI 군(群)전략을 주도하는 SBG가 있다고…"

◆'지혜 인터넷' 시대를 견인하는 SBG의 AI 군(群)전략

소프프뱅크 그룹에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회사인 ARM이 있다. ARM은 향후 10년 동안 1조개의 스마트 칩을 세계 도처에 뿌려갈 것이다. 1조개 IoT(사물인터넷) 디바이스가 데이터를 쏟아내고, 이것을 클라우드와 연계한다. AI 알고리즘은 시시각각 해석하고, 예측해 '지혜로서의 인터넷' 생태계의 근간을 담당할 것이다.

모바일 시스템이 5G, 6G 그리고 7G로 나아가고 위성 인프라와 공조화돼, 지구 차원의 지혜 인터넷 생태계를 선도해 간다. 이렇게 되면 AI 활용 회사와 AI 비활용 회사는 결정적으로 차이가 날 것이다.

현재 금리, 정치가의 발언 등 좁은 세상의 상황에 반응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좁아진다. 큰 눈으로 대국적 관점에서 1000배 질량적으로 확장되는 세계를 바라보자.

지수함수적으로 성장하는 힘은 강력하다. 3년에 4배, 5년에 10배, 15년에 1000배, 30년에 100만 배···. 이 상승 곡선은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AI 영역에서 일어났다. 손정의는 앞으로 일어날 이러한 경험칙의 세계를 본능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활화산 같은 기개와 통찰력으로 번뜩이는 창업가를 결집하고 있는 그는 투자자가 아니라, 인류의 신(新)문명을 견인하려는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탐험가 정신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야망과 거시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SBG 전략이 바로 AI 군(群) 전략이다. AI 군(群) 전략에 참여하는 AI 기업가 집단은 1000배 AI 트래픽 시대, '지혜로서의 인터넷' 생태계를 주도할 발군의 실력자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들과 함께 비전과 포부 그리고 전략을 토론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다가오는 인터넷 신(新)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드디어 SBG에 봄이 찾아 왔다. 머지않아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하원규 박사>

<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이미지=소프트뱅크 웹사이트>
◆ 하원규 박사는 
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는 도쿄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사회정보학 박사를 마쳤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정보연구정책실장, IT정보센터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슈퍼 IT 코리아 2020' '꿈꾸는 유비쿼터스 세상' '제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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