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㊺]김성신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박사
'600만 달러 사나이' 드라마 광풍···뇌연구 첫발 "공상을 현실로"

 

김성신 IBS 박사는 뇌과학으로 '기억력'을 높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성신 IBS 박사는 뇌과학으로 '기억력'을 높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1980년대 브라운관에서 돌풍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600만 달러 사나이'.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 대령이 훈련 도중 왼쪽 눈과 오른쪽 팔, 두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는다. 주인공 스티브는 600만 달러에 최첨단 사이보그로 개조된다. 뛰어난 시력과 청력, 강한 힘 등의 초능력을 얻는다.

이런 능력의 스티브는 온갖 불의의 악당들과 싸우는 역할을 맡는다. 시청자들은 600만 달러 사나이를 보며 열광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는 어떠할까? 누구나 스티브가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인공생체 등의 과학기술 발달로 드라마의 공상 스토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90년대로 돌아간다. 상남자(?) 스티브의 등장을 접한 한 젊은 청년은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주인공은 김성신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박사. 대학시절 600만 달러 사나이의 기반 기술들을 연구하며 뇌과학 연구에 첫발을 내딛는다.

석사 연구주제는 '인공생체'. 당시 김성신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인공 달팽이관, 인공 망막 등을 연구하며 바이오닉맨의 현실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특히 2000년대에는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뇌-기계 접속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하며 김 박사의 뇌과학 연구 열정에 불이 지펴졌다.

이후 미국에서 뇌과학 관련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장 연구 등의 시절을 보내며 뇌과학 연구에 몰두했다. 현재는 IBS에서 뇌과학이미징연구단에서 뇌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인간의 '기억력' 열쇠를 풀기 위한 크고 작은 연구 성과들을 톡톡히 만들어왔다.

그가 내세운 연구 철학은 '100세까지 현역'이다. 평생 연구하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자신만의 연구 주제를 끊임없이 개척한다는 의지다. "100세가 넘어서도 직접 코딩하고, 현장을 지키며 연구하겠다"는 그의 잔잔한 목소리에 뜨거운 진실성이 묻어난다.

◆ 혼자 못하는 연구? 국제 연구팀 '코디네이터' 자처

 

김성신 박사가 유학 시절 연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성신 박사가 유학 시절 연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성신 박사는 미국 남가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유학 시절 '운동학습에 대한 뇌과학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이끌었다.

운동학습이란 운동계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학습이다. 예로 '피아노 치는 방법', '자전거 타는 방법' 등이다. 사람의 대화도 입 근육의 운동학습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처럼 운동학습의 뇌과학 기전을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김 박사는 다국적 연구팀 코디네이터까지 자처했다.

직접 발로 뛰며 한국·프랑스·중국·일본 등의 과학자들을 불러 모았고 서로 연구 주제를 공감하며 협업했다.

다국적 연구팀은 이윽고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이미징 기법으로 운동학습의 뇌과학적 기전을 밝히는데 성공했다.

김성신 박사는 "연구 결과만큼 소중하게 얻는 것은 '자신의 한계 발견'이었다. 연구자 개인이 모든 스킬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자연과학은 숨겨진 것을 발견하는 분야다. 한사람이 가진 좁은 시야로는 광대한 자연과학 분야를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는 순간 주변 연구자들과의 협업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라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 다른 시야로 문제를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 코디네이터를 자처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 자기장으로 기억력을 좋아지게 한다?

자기장의 힘으로 두뇌를 자극해 기억력이 좋아지게 한다? 힘센 600만 달러 사나이가 똑똑해지기까지 한다? 김성신 박사는 최근 '기억력' 관련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초능력을 넘어선 초초능력의 드라마 주인공까지 가능케하고 있다.

반복적인 경두개자기자극술(rTMS)과 기능성자기공명영상기법(MRI)를 이용해 치매 환자를 치료할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자기장으로 두뇌를 자극하면 기억력이 상승한다는 내용이다.

뇌의 두정엽 영역을 전자기유도현상을 이용해 자기장으로 뇌의 표면에 미세전류를 흘리는 방식이다.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사물의 위치나 관련된 이미지를 기억하는 '연상기억능력'이 15% 이상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건강한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5일 동안 매일 20분 자기장으로 왼쪽 머리 윗부분에 일정 자극을 가한 결과다.
 

 

경두개자기자극술(RTMS)과 자기공명영상기법(MRI)를 이용해 인지장애나 초기 치매환자를 치료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자매지 'Science Advances'에 지난 8월 게재됐다.<사진=연구팀 제공>
경두개자기자극술(RTMS)과 자기공명영상기법(MRI)를 이용해 인지장애나 초기 치매환자를 치료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자매지 'Science Advances'에 지난 8월 게재됐다.<사진=연구팀 제공>
기존의 연구에서 반복적인 경두개자기자극술이 기억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긴 했지만 기억 형성 과정에서 뇌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김 박사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회로에 반복경두개자기자극술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연상기억 실험에 기능성자기공명영상 장치로 뇌의 활동을 시각화시켰다.

김 박사는 "경두개자기자극술이 그동안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에만 사용되는 것에서 벗어나 치매환자를 조기에 치료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라며 "SF 영화에서만 보던 누구나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기술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지 김 박사는 '끈기와 열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연과학 분야는 결과가 빠르게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끈기와 열정은 상투적이겠지만 과학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소양"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그는 "연구라는 인내의 기간 동안에는 수없는 실험 실패와 실패가 뒤따른다. 노력에 비교하면 얻어지는 성과는 작다"라며 "젊은 과학자들이 끈기와 열정을 꾸준하게 이어가자. 끝없이 도전하며 인류의 진일보에 귀중한 역할을 보태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신 박사는 젊은 과학을 '끈기와 열정'이라고 언급했다. 상투적이지만 과학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라는 이유에서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성신 박사는 젊은 과학을 '끈기와 열정'이라고 언급했다. 상투적이지만 과학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라는 이유에서다.<사진=박성민 기자>
◆ 김성신 박사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과·전기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하며 2002년 졸업했다. 이후 2013년 미국 남가주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해 9월부터 IBS에서 선정한 영사이언티스트 펠로우로 선정돼 성균관대학교 뇌과학이미징 연구단에서 뇌과학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 홈페이지는 http://clmnlab.com 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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