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지구 '플라스틱 비극'···바이오로 맞선 '科技 해결사'

플라스틱 분해 기간만 1000년···매년 800만 톤 바다에 버려져
유엔환경계획 2022년까지 글로벌 캠페인 실시···국가·기업 동참
국내 연구팀들 '바이오 플라스틱' 주목···"미생물 발효로 대체"
영생불멸 플라스틱의 비극이 찾아왔다. 전 세계 과학기술계는 '바이오 R&D'로 글로벌 환경 문제를 풀고 있다.<사진=대덕넷 DB>영생불멸 플라스틱의 비극이 찾아왔다. 전 세계 과학기술계는 '바이오 R&D'로 글로벌 환경 문제를 풀고 있다.<사진=대덕넷 DB>

영생불멸(永生不滅) 플라스틱의 비극이 찾아왔다. 현대 문명은 플라스틱과 함께 발전해 왔지만 자연상태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오염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바다를 떠돌고 있는 버려진 플라스틱이 또다른 섬을 이루며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으며 지구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켰다가 소화시키지 못하며 그대로 폐사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고 있다. 지난 4월 발견된 '붉은 바다 거북' 폐사체의 소화기관에서 인간이 만들고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이물질이 쏟아지며 인류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바다 쓰레기 8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오염된 해양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최소 80억 달러(8조6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유엔환경계획이 보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은 바다가 되고, 99%의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삼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과학청이 발간한 '바다 미래 통찰'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에 누적된 플라스틱 규모가 2015년 5000만 톤에서 2025년 1억50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지구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모습.<사진=대덕넷 DB>지구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모습.<사진=대덕넷 DB>

지구에 버려진 플라스틱도 문제다. 플라스틱 가운데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거나 소각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는 최고 100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은 5mm도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그 후 0.1마이크로미터 보다 더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나노플라스틱 입자는 토양 속에 스며들어 간다.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흡수되고 있다.

◆ 플라스틱 인류 피해···과학기술계 '바이오 R&D'로 푼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인류 피해 경고음이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가운데 과학기술계는 '바이오 R&D'로 글로벌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이상엽 KAIST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박시재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올해 페트병 원료로 사용되는 페트(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를 미생물 발효로 만드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대장균을 이용한 방향족 폴리에스테르 생산 전체 개념도.<사진=KAIST 제공>대장균을 이용한 방향족 폴리에스테르 생산 전체 개념도.<사진=KAIST 제공>

페트 원료인 '고분자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는 원유로부터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이지 않다. 하지만 페트병 생산의 원료로서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연구팀은 개량된 대장균을 직접 발효해 비식용(非食用) 바이오매스로부터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가상 세포를 이용한 대장균 균주의 대사흐름 분석기술을 적용했다. 시스템 대사공학기법을 활용해 고분자 생산에 핵심인 '코에이-전이효소'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반응을 규명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했다.

페트 분해 모식도와 페트 분해 신규효소 단백질 결정 구조와 원리 규명 관련 전체 개념도.<사진=KAIST 제공>페트 분해 모식도와 페트 분해 신규효소 단백질 결정 구조와 원리 규명 관련 전체 개념도.<사진=KAIST 제공>

이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팀은 페트 분해성능이 우수한 효소까지 개발했다.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상엽 교수 연구팀과 김경진 경북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효소보다 월등한 페트 분해능력을 가지는 효소의 구조를 밝혀냈다. 페트 분해 활성이 증가된 변이 효소 개발에도 성공했다.

페트는 합성 플라스틱으로 자연 분해가 어려워 소각·매립해야함으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친환경적인 페트 분해를 위해 미생물이 가진 효소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지난 2016년 일본 연구진은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균의 높은 페트 분해능력을 갖는 신규효소(PETase)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신규효소가 기존에 알려진 효소 대비 높은 페트 분해능을 가지는 원인을 규명했다. 이를 활용해 고효율의 효소 개발이 가능하도록 이 균의 신규효소에 대한 단백질 결정 구조를 알아냈다.

이상엽 교수는 "미생물로 합성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기존 화학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을 다시 미생물로 분해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라며 "친환경 화학산업으로의 재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환경자원연구센터(신지훈 센터장)에서도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연구팀은 기존의 바이오 플라스틱을 더욱 부드럽고 질기게 만드는 첨가제(강인화제·가소제)를 개발하고 있다. 첨가제 역시 석유화학 기반이 아닌 식물 등의 자연에서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연구, 폐식물류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연구, 바이오디젤을 이용해 바이오 플라스틱 탄성체를 만드는 연구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지훈 센터장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PLA는 1930년대 이미 듀폰사에서 개발했다. 하지만 PLA는 저분자량이어서 물성의 한계로 한정된 용도로만 사용돼왔다"라며 "최근 국내외 연구팀들이 고분자량의 PLA를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플라스틱에 의한 지구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PLA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된다"라며 "기존의 화석원료 기반의 화학산업을 바이오 화학산업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 영국 과학자들 플라스틱 먹는 효소 발견···유엔환경계획 '글로벌 캠페인'

전 세계 과학기술계도 '바이오'로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전 세계 과학기술계도 '바이오'로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전 세계 과학기술계도 '바이오'로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 존 맥기헌 교수가 이끄는 국제과학연구팀이 올해 초 이른바 '플라스틱을 먹는 효소'를 발견했다.

효소는 2016년 일본 해안도시 사카이에 쌓인 플라스틱병 침전물에서 발견됐다. 그동안 효소의 자세한 구조나 작동원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과학연구팀은 각종 자극을 통해 이 효소의 진화과정을 살폈다. 그 결과 우연히 페트병을 먹는 능력을 갖춘 효소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이 발견한 효소는 플라스틱을 며칠 만에 분해할 뿐 아니라 분해된 결과물 또한 기존 재활용 시스템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효소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려면 생산 비용이 크게 낮아져야 한다. 산업용으로 쓰일 만큼 생산 규모도 늘어나고 분해 능력도 더 나아져야 하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유엔환경계획은 2022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 실시한다.<사진=대덕넷 DB>유엔환경계획은 2022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 실시한다.<사진=대덕넷 DB>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유엔환경계획에서도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2018년 세계 환경의 날의 주제를 '일회용 플라스틱 퇴치'로 정하고 2022년까지 'Clean Seas 글로벌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캠페인을 통해 40여개의 국가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침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지를 사용할 경우에는 세금을 부과한다거나, 화장품·위생용품에는 일정수준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할 방침이다.

이미 10여개의 국가에서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자국의 해양 쓰레기를 70% 절감할 것을 약속했다. 우루과이는 올해까지 일회용 비닐봉지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코스타리카는 폐기물 관리와 교육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급격하게 줄인다는 방침이다.(참고자료)

글로벌 기업들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 제조사 델(DELL Computers)은 아이티 해변 근처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재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망을 추진하고 있다.

델은 플라스틱이 없는 청정바다를 만들기 위한 전문가 양성과 R&D에 몰두하고 있다. 기업 제품 포장도 재활용한 해양 쓰레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재활용한 해양 쓰레기가 상업적으로도 재사용되는 시대를 목표로 두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 화학 분야 한 전문가는 "나노플라스틱은 생물에게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 안에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라며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에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크게 기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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