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 '민간 협업 必'···"시장 꿰뚫는 연구창업으로"

[좌담]출연연 연구자 창업 늘고, 연구소 기술사업화 시스템 진화중
연구회 공공TLO 마케팅 효과 알차···"기관 창업지분 20%→10% 낮춰야"
사회=김요셉, 정리=한효정 기자 hhj@hellodd.com 입력 : 2018.06.06|수정 : 2018.06.12
 "산업 전문가와 민간 투자기업이 연구자와 함께 협력했을 때 기술사업화 성과가 커진다. 이때 출연연 창업 지분율을 20%에서 10%로 낮추면 훨씬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출연연 기술사업화 전담 인력이 특허 관리 능력 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자와 연계해 기술사업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영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전문위원)
 
"연구자들은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도 있고 실제로 훌륭한 기술도 많다. 하지만 창업을 하려면 시장 감각을 키워야 한다."(배성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이전센터장)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기술개발 성과를 시장에 본격적으로 사업화한지 수십 년이 흘렀다. 기술사업화 전문가들은 출연연 현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까? 창업에 도전하는 연구자가 늘고 있어 희망적이지만,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시장·전문가와 소통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지난 2006년 처음 탄생한 연구소기업이 올해 4월 기준으로 600개를 넘어섰다. 그동안 출연연은 내부에 기술사업화 전담조직(TLO)을 마련해 기술이전과 창업을 돕고 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2016년부터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 'NST 공동TLO 마케팅사무국'을 구성해 출연연에 부족한 기술사업화 전문 인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기술사업화가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지만 출연연의 연구생산성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보는 연구회와 공동으로, 과도기에 놓인 출연연의 기술사업화를 점검하고 활성화를 위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출연연이 자발적으로 나서 기술을 발굴하는 건수는 늘었지만 기술사업화 전담 인력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부는 연구주체 보다 객이 중심이 되는 창업 지분 구조가 연구자의 창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민간 투자기업과 협업을 강조했다.
 
지난 5월 23일 대덕넷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고영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전문위원 ▲유재복 한국원자력연구원 성과확산부장 ▲배성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이전센터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최종인 한밭대학교 교수 ▲금영섭 윕스 기술경영팀 부장이 참여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디자인=남선 디자이너><사진=조은정 기자, 디자인=남선 디자이너>

◆ 지난 10년 출연연 기술사업화 역량 개선···지분 구조는 여전한 '창업의 벽'
 
▲ 유재복 부장 = 기술사업화 진행 과정이 진화중이다. 예전에는 연구자들이 기업을 발굴해서 기술이전을 신청하면 TLO 부서에서는 계약서를 검토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TLO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사업화 유망기술과 수요기업을 발굴하고 기술마케팅도 수행한다. 
 
▲ 배성수 센터장 = 출연연 연구생산성이 4.7%에 그친다는 지적 기사를 접하게 된다. 기술료로만 따진 결과다. 기술료로만 출연연 연구생산성을 측정할 수 없다. 최근 출연연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은 기술이전 수요 발굴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후 지원까지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도 평가에 반영되면 좋겠다. 
 
고영주 전문위원 = 국내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수준은 낮지 않다. 개선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출연연이 기술사업화 시스템을 갖추면서 연구자 개인이 하던 일을 기관에서 지원하게 됐다. 기술사업화의 예산과 해당 부서 인력의 전문성도 알차게 성장하고 있다.
 
이용관 대표 = 창업을 원하는 연구원은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의 벽을 넘기가 굉장히 어렵다. 예를 들어, 기관 규정상 기관 지분률이 20% 이상을 차지한다.(자본금 50억 이상 제외). 사업을 끌고 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분이 배분돼야 하는데, 객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민간과 금융권의 투자를 얻기 어렵다. 
 
◆ 기술 우수해도 '시장 감각' 없으면 안 돼···산업전문가 및 현장과 소통 필요
 
배성수 센터장 = 연구자들이 시장 정보와 감각을 키워야 한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도 있고 실제로 훌륭한 기술도 많다. 그러나 시장은 우수한 기술보다 수요에 맞는 기술을 원한다.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서 투자를 유치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이용관 대표 =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지원 기관이 있어도 기술개발자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소용없다. 연구자가 시장과의 소통에 많이 투자하고 산업계와 반드시 부딪혀 봐야 한다. 연구자와 산업 전문가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기술사업화 성과가 커진다. 창업하는 연구자에게 경영 역량을 강요하기보다 외부 인력을 투입해 균형을 맞추는 편이 좋다. 
 
최종인 교수 = 기술사업화가 성공하려면 기술과 시장 사이 빈 공간에서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디어를 기회로 바꿀 역량과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출연연의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기술준비도(TRL)과 시장준비도(MRL)을 높여야 한다.
 
◆ '민간 투자기업 · 산업전문가'와 협업이 기술가치 키운다
 
고영주 전문위원 = 앞으로 단일한 기술보다 복합기술, 융합 기술, 시스템 기술이 많아질 것이다. 실제 이런 기술과 관련된 성과가 출연연에서 나오고 있다. 융·복합 연구기획에서 상용화, 투자까지 이어지는 플랫폼과 생태계 만들기가 출연연의 숙제 중 하나다. 

최종인 교수 = 연구자들이 창업과 관련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콜마비앤에이치나 수젠텍 등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우수 사례들을 잘 정리하고, 이미 정리된 체계적 기술사업화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기술사업화 온라인 과정을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용관 대표 = 기술사업화 과정에 해당 산업 전문가가 투입돼야 한다. TLO와 민간 투자기업이 협업해 시장 기술을 비교하고 전략을 세우면 사업 가치가 커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파괴적 기술일 경우 민간하고 개발해 키워야 제2의 콜마비앤에이치가 나올 수 있다. 이때 기관 지분률을 20%를 10%로 내리면 훨씬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 TLO 전담 인력 전문성 확보 시급···잦은 보직 이동, 예산 부족 해결해야
 
유재복 부장 = TLO는 기업에 기술을 전수할 때 그 활용 방안과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제시하고,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TLO 인력의 전문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데, 상당수 출연연에서 순환배치 등으로 인해 전문성을 쌓지 못하고 있다.
  
배성수 센터장 = TLO 인력의 잦은 보직 이동과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요를 발굴한 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 연구소 규모에 맞게 적절한 TLO 인력을 배치해 운영해야 한다. 몇 개 출연연은 부서에서 1~2명이 기술사업화를 전담하고 있다.
 
고영주 전문위원 = 각 출연연 TLO 인력이 특허를 관리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자와 연계해 기술사업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절반 이상 출연연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기술사업화 전문성이 부족한 출연연에는 NST 공동TLO 마케팅사무국이 전문가를 파견한다. 상황에 맞게 몇 개 출연연을 묶어 공동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 당장 돈 되지 않지만···출연연 임무 '미래기술 연구' 잊지 말아야
 
최종인 교수 = 출연연에 기술준비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s) 1~9단계까지 모두 감당하라는 요구는 무리다. 모든 출연연 연구실이 기술사업화에 적합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다만 기술사업화에 관심이 높은 연구자가 기술역량과 고객니즈, 시장을 연결하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고영주 전문위원 = 출연연의 임무는 국가에 필요한 미래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는 일이다. 시장과 기업에 당장 필요한 기술 지원, 국가에 필요한 미래 원천기술 연구, 이를 사회로 넘겨주는 정책 기획과 기술사업화, 세 박자가 맞아야 연구 가치가 올라간다. 최근 발생한 지진, 미세먼지, 메르스 등에 대한 연구는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사회에 적용했을 때 혁신 효과가 크다. NST 공동TLO 마케팅사무국에서는 공공기술 사업화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배성수 센터장 = 출연연은 돈 버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수익이나 아웃풋(Output) 관점으로만 보면 출연연의 존재 의미가 없다. 국가와 사회 이슈에 대응하고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아웃컴(Outcome)관점에서 출연연의 본래 기능도 생각해야 한다.

대덕넷과 연구회는 지난 5월 23일 과도기에 놓인 출연연의 기술사업화를 점검하고 활성화를 위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조은정 기자>대덕넷과 연구회는 지난 5월 23일 과도기에 놓인 출연연의 기술사업화를 점검하고 활성화를 위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 NST 공동TLO 마케팅사무국 어떤 역할 해야 하나?
 
금영섭 부장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기관들은 산업기술과 기초기술 분야로 나뉘는데 기관별로 TLO 역량이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연구회에서는 NST 공동TLO 마케팅사무국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출연연 연구성과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지원해왔다. 추후에 융합연구를 기획해 기관을 묶어서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융합연구가 가능하려면 전문가들을 투입해 기술 통찰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어떤 형태로 산업체에 적용할지 조언을 구해야 한다.
 
유재복 부장 = NST 공동TLO 마케팅사무국의 지원 내용과 방식이 몇 년 사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기업의 수요기술을 발굴해서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과 연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공동TLO 사무국이 앞으로 출연연 TLO 중 잘하는 곳은 더욱 잘하고 인력부족 등 미흡한 곳은 빠른 기간 내에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도록 지속적인 지원하면 좋겠다.

배성수 센터장 = 출연연별 TLO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출연연 TLO 조직에 해외공동 마케팅, 법률·특허·회계 등 분야에 대한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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