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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적당히'란 없다" 우주 벤처에 새겨진 科技 철학

[뉴 스페이스-일본②]태양계 넘어 '은하계' 보는 비즈니스 시선
"120% 에너지 쏟아라" 우주 혁명 촉진제 역할 교수진
"연구에 '적당히'란 없다"고 강조하는 나카스카 신이치 도쿄대 교수. 그는 "소형 위성 정보를 활용한 산업이 인간 삶에 깊숙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연구에 '적당히'란 없다"고 강조하는 나카스카 신이치 도쿄대 교수. 그는 "소형 위성 정보를 활용한 산업이 인간 삶에 깊숙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바야흐로 누구든 우주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 일본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무기로 우주를 개척하려는 벤처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갖가지 리스크가 존재하는 암흑의 우주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들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일본 우주 벤처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일본 민간 우주 출발점은 나카스카 신이치 도쿄대 항공우주 및 천문학과 교수다"라고 입을 모은다. 나카스카 교수의 도전 정신과 R&D 철학 등이 기업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당히'란 생각으로 연구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120% 에너지를 쏟으며 철저하게 해야 한다. 우주에는 '괜찮다'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기술에 정직하며 낙관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나카스카 교수가 학생들에게 입버릇 처럼 강조하던 기본 정신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그의 제자이던 나카무라 유야는 2008년 액셀스페이스 큐브샛 위성 벤처를 창업했다. 또다른 제자인 야마자키 나오코는 일본인 일곱 번째이자 여성으로서 두 번째 우주 비행사가 됐다. 

포근한 인상의 나카스카 교수는 우주 개발에서 '국제 공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우주 R&D가 과학 기술 상징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우주 기술이 저개발국에 보급돼 모든 나라가 발전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나카스카 교수는 "국제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소형 위성이 어떻게 쓰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나카스카 교수는 "국제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소형 위성이 어떻게 쓰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그는 "모두가 행복한 세계를 만드는데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라며 "나만 돈 버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상 사람이 행복할 때 나에게도 돈이 된다. 우주의 특징은 내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고 피력했다.

나카스카 교수가 2003년 쏘아 올린 큐브 위성의 예상 수명은 6개월이었다. 하지만 13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500장 이상의 지구 사진을 보내왔다.

그가 지금까지 올린 소형 위성만 7개. 일본 우주 벤처인들은 우주 벤처 활성화 시점을 큐브 위성 발사 성공 시점이라고 밝힌다.

나카스카 교수는 항공우주 분야 키즈들에게 '도전 정신'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우주는 어려울수록 도전해야 하는 궁극의 매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초소형 위성 세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령 인류가 컴퓨터를 탄도 계산용으로 만들었지만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PC로 진화했다. 이와 같은 개념이 우주에도 적용된다는 것. 수십, 수백t의 인공위성이 수십 kg의 초소형으로 진화하며 그 활용 범위가 상상 이상이 된다는 예측이다.

그는 "과거에는 우주에서 데이터를 받아와도 처리할 능력이 없었지만, 이제는 데이터 처리 능력이 생겼다"라며 "5년 이내에 초소형 위성의 데이터를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살아 남은 자(성공한 벤처)와 죽는 자(실패한 벤처)로 구분될 것"이라고 직언했다. 

◆ "우주 진출은 인류 진화 과정" 나고야대 교수진이 우주를 보는 시각

왼쪽부터 ▲쿠사노 카니에 나고야대 ISEE 박사 ▲미요시 요시즈미 나고야대 ISEE 박사 ▲타나카 히데타카 나고야대 항공우주학과 교수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주 관련 R&D가 '국제 공헌을 위한 연구'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왼쪽부터 ▲쿠사노 카니에 나고야대 ISEE 박사 ▲미요시 요시즈미 나고야대 ISEE 박사 ▲타나카 히데타카 나고야대 항공우주학과 교수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주 관련 R&D가 '국제 공헌을 위한 연구'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물고기가 진화하면서 뭍으로 나와 포유류가 됐다. 인간도 진화한다. 물고기가 뭍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진출했듯 인간도 우주라는 세상으로 가야 한다. 우주는 인류 진화의 한 과정이다."(쿠사노 카니에 나고야대 ISEE 박사)

"인간이 지금 당장 태양계를 넘어가지는 못하지만 결국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에게 가혹한 환경인 우주 방사선을 극복해야 한다. 태양계 넘어 은하계를 봐야 한다."(미요시 요시즈미 나고야대 ISEE 박사)

"지구도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우주에서도 환경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국의 특징적 기술을 살리는 국제 협력이 긴요하다."(타나카 히데타카 나고야대 항공우주학과 교수)


나고야대 항공우주 관련 교수진들이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고야대는 '우주 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학으로 꼽힌다. 나고야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로 쓰인 '제로센'을 비롯해 최근 일본의 순국산 로켓인 'H2 로켓' 등이 만들어 졌다.

나고야대 이학부에 우주 관련 학자는 약 30명 수준이며 나고야대 ISEE(Institute for Space-Earth Environmental Research)에도 약 40명의 학자가 포진해 있다. 일본 항공·우주 산업의 거점으로 꼽히는 나고야에서도 우주 진출을 위한 DNA를 예비 우주 벤처 주역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미국이 '유인' 우주 진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일본은 '로봇' 우주 진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주 기상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쿠사노 박사는 "우주 문명에 로봇과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일본은 특히 로봇 힘으로 우주 개척을 앞당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타나카 교수는 국제적 우주 협력을 강조했다. 최근 지구에도 환경 파괴가 고조되는 가운데 우주의 환경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각국 특징적 기술로 협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요시 박사는 최근 일본 우주 비즈니스화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우주 관련 산업에 종사하려면 천문학자가 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라며 "비록 작은 회사라도 우주 비즈니스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벤처들이 과감히 우주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다"라며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고야대 항공우주 관련 교수진도 나카스카 도쿄대 교수처럼 '국제 공헌'에 방점을 찍었다. 그들은 "지구뿐만 아니라 화성에 가려면 방사선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우주 개척을 위해 지구 날씨와 같이 우주 날씨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 공헌을 위한 연구"라고 소회를 밝혔다.

◆ "세상을 바꾸고 싶다" 우주 산업 컨설턴트의 포부

"나카스카 교수 등의 민간 우주 성과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캐치해 정책을 세웠다.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의 우주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사토 마사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컨설턴트는 "일본에 우주 씨앗 뿌려졌다. 지금부터 주목해야 한다. 벤처가 살아남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는 5년 내에 결정된다"고 전망한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사토 마사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컨설턴트는 "일본에 우주 씨앗 뿌려졌다. 지금부터 주목해야 한다. 벤처가 살아남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는 5년 내에 결정된다"고 전망한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우주 벤처 진흥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사토 마사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컨설턴트. 우주 정책 입안부터 벤처 비즈니스 전략까지 폭넓게 활약하고 있다.

사토 컨설턴트는 일본의 뉴 스페이스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우주와 관련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일본의 광고회사 '덴츠' 기업에 '우주랩'까지 만들어졌다. 우주에서 비즈니스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로 우주 활용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있다.

또 사토 컨설턴트에 따르면 일본에는 전국 대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항공우주학과 대형 모임 3개가 있다. 이 모임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JAXA와 우주 관련 대기업 취업이 화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우주 기업에 취업해 어떻게 우주 분야를 활용할 수 있을까'의 화두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노무라연구소에서도 뉴 스페이스 물결을 느끼고 있다. 3~4년 전만해도 우주 산업 관련 업무가 전체 업무의 10%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60% 수준으로 향상했다. 우주 관련 기업이 아니어도 우주 산업 컨설팅을 끊임없이 의뢰하는 상황이다.

그는 "우주 벤처의 승패는 현재 시점부터 갈릴 것이다. 비우주 전공자도 우주를 사용하는 시대가 온다"라며 "우주 산업이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비우주 산업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준비한 벤처만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주를 활용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라며 "우주가 경제적 기능을 할 때까지 생태계를 만드는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본의 우주 뉴 플레이어(벤처)들이 암흑의 우주에 도전장을 내미는 힘은 올드 플레이어(교수진)들의 투철한 R&D 철학이 새겨지면서 나오는 듯하다.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에서 비즈니스를 찾는 벤처들의 시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 도쿄 =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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