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저자: 이기형·천승현·장종원·서일·김성민·조정민·이은아, 출판: 바이오스펙테이터

무엇으로 암과 불치병·난치병 치료하는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병을 고치는 과학적 원리는?
높은 효능만큼 천문학적 가격의 바이오 의약품이 지닌 문제와
한국의 바이오 신약개발 현황은?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를 풀고 있는 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이해!

저자: 이기형·천승현·장종원·서일·김성민·조정민·이은아, 출판: 바이오스펙테이터.<사진=출판사 제공>
저자: 이기형·천승현·장종원·서일·김성민·조정민·이은아, 출판: 바이오스펙테이터.<사진=출판사 제공>
◆100세 노인의 말기암을 치료하다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이 흑색종에 걸렸고, 이미 뇌까지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은 미국에서 발병률 6위의 대중적인 암으로, 한국에서도 발병이 늘어나고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등의 책을 출간한 신영복 교수도 2016년에 흑색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미 카터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암 발병 사실을 밝히면서,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봉사하며 남은 생애를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지미 카터는 2017년 현재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할 당시 4기 암환자였던 그는 3년 넘게 생존했으며 심지어 사회생활까지 하고 있다.

지미 카터는 '키트루다(Keytruda)' 치료를 받았는데, 완치되었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암세포가 사라졌다. 키트루다는 미국의 제약기업 MSD(Merck Sharp & Dohme Corp)가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다.

사람의 면역 기능은 그 자체로 강력해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데, 암세포는 제거당하지 않기 위해서 거짓 신호를 면역 시스템에 보낸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페이크(fake) 신호를 막는다.

암세포에게 속지 않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정상 작동해 암세포를 제거하고 암을 치료한다. 4기 암에 걸린 1924년생 노인 지미 카터의 암은 그렇게 치료되었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는 키트루다와 같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의 이야기다. 1970년대부터 구체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바이오 의약품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분야 가운데 하나다.

최근 빌 게이츠는 트위터에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인공지능, 에너지, 생명과학(biosciences)을 공부하겠다'라고 적었다. 빌 게이츠가 언급한 생명과학이 바이오 의약품의 토대가 되는 학문이다.

지금까지의 의료 기술로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병, 만성질환, 유전질환, 희귀병은 물론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를 바이오사이언스가 바탕이 된 바이오 의약품이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바이오 의약품 연구 개발은, 현재 연구자와 개발자가 중심이 된 300여 개의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 매출 수백 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인 제약기업들과 한국의 바이오테크는 어떻게 경쟁하고 협업하고 있는지, 한국의 바이오테크들은 어떤 과학기술을 이용해 난치병과 암을 잡으려 하는지 책은 하나씩 살펴본다.

◆한국의 신약개발 기술

랩스커버리 기술은 한국이 개발해 외국 대형 제약기업에 수출한 바이오 의약품 기술이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총 9건, 액수로는 1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기술 수출이었다.

이후 몇 건의 기술반환이 있었지만, 이전한 기술 모두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최종적인 신약개발 완성까지 최소 10년의 기간과 몇 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평균 성공률이 8% 남짓인 바이오 신약개발에서, 최종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랩스커버리 기술은 환자의 몸으로 들어간 의약품이 오래 남아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효과가 좋지만 몸속에서 쉽게 흡수·분해되거나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 바이오 의약품인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은 약효 지속성 문제로 하루에 1~2회 규칙적으로 투여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불편함보다 중요한 것은 불규칙한 투여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위험이다.

랩스커버리 기술은 체내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고분자 물질을 바이오 의약품에 붙여, 환자에게 투여되었을 때 오래도록 남아 있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간단해 보이는 이 한 문장에 다양한 첨단 기술이 녹아들어가 있다.

우선 안전하고 안정적인 고분자 물질을 찾아야 한다. 고분자 물질은 전체적인 크기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데, 덩치가 커지면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는 비율이 줄어든다. 랩스커버리에서는 IgG라는 항체 작용을 하는, 몸속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물질을 찾아냈다. IgG는 그 자체로 약효 지속성을 늘이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고분자 물질과 의약품을 붙이는 것도 관건이었다. 랩스커버리에서는 페길화 기술을 이용했다. 바이오사이언스 분야에서 많이 쓰는 기술이었지만 고분자 물질과 의약품만 정확하게 끈으로 묶듯 정교하게 연결했다.

덕분에 의약품의 형태 유지가 중요한 바이오 의약품에서 효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랩스커버리 기술은 앞으로 약효를 오래도록 지속시켜야 하는 바이오 신약개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명하면서 칠판에 그린 그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랩스커버리 기술처럼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신약개발 연구 현황, 기술의 원리, 배경이 되는 생명과학을 차분히 설명한다.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과 난이도의 해설이다.

그럼에도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도판을 활용했다. 도판은 필자 가운데 한 명이 직접 칠판에 분필로 그린 것을, 다시 사진으로 촬영해 책에 실었다. 원고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고르고, 어떤 그림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지 논의한 후, 실제 독자가 앞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말로 설명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컴퓨터 그래픽이 익숙한 독자들에게, 손맛(?)이 담긴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경험이 될 것이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바이오 의약품의 주를 이루는 단백질 의약품, 사람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 치료,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는 유전자 치료, 한국이 선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 암을 발병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인 조기진단, 근대적인 의료의 개념을 과학으로 뒤집으려는 동반진단과 맞춤 정밀의학, 모든 사람의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과 치료제의 개발 현황을 다룬다.
 
바이오사이언스로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한국의 크고 작은 바이오테크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첨단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바이오사이언스가, 자연스럽게 대중 과학의 컨셉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과학이지만 생명이다
 
바이오사이언스가 해결하려는 영역의 무게는 무거워지고 중요성은 커져간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 이상 만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암,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알츠하이머와 뇌졸중 같은 뇌질환, 당뇨병처럼 평생 약을 달고 사는 것 말고 대안이 없는 만성질환, 타고난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발병하는 유전질환, 건강보험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난치성 희귀질환,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과 암이 생기기 전에 발견하는 조기진단 모두 바이오사이언스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과학으로 직접 풀 수밖에 없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첨단 의약품은 바이오 의약품인 경우가 많다. 2016년 '한국 암치료 보장성 확대 협력단'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암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약 30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바이오사이언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첨단 바이오 의약품 처방에 들어가는 비용이 2,000만 원 정도로 집계된다. 이미 바이오사이언스와 바이오 의약품은 우리 삶, 그것도 생과 사의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결국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바이오사이언스와 중요하게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물론 그날이 되더라도 비전문가인 우리가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에 의견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날이 되기 전에 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가 토대가 된다면, 죽음의 공포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해방될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해놓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바이오사이언스와 바이오 의약품의 과학적 배경과 현황을 이야기하고, 동시에 한국의 신약개발과 정책적인 문제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작은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필자들은 힘을 모았다.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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