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 10년 연구 노하우로 베트남에 시스템 구축 완료
방사선원 분실과 2차 사고 위험 예방 기여

방사선투과검사용 방사선원은 산업 현장에서 내부 물체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다. <사진=IAEA 제공>
방사선투과검사용 방사선원은 산업 현장에서 내부 물체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다. <사진=IAEA 제공>
산업 현장에서 파이프나 탱크가 용접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사선투과검사용 방사선원(industrial radiography source). 마치 엑스 레이를 찍듯 물체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내부 결함을 검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선원은 방사선조사기라고 불리는 소형 운반용기에 담겨 장소를 옮겨가며 사용되기 때문에 분실이나 도난 위험이 크다. 방사선투과검사용 방사선원이 방사선조사기 밖으로 노출된다면 사람들이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으며 폭탄에 붙여 테러로 악용될 수 있어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동 방사선원을 감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위치추적 단말기를 방사선조사기에 부착하는 것이다.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는 일찍이 위치추적시스템을 시도했고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성게용)는 2005년부터 방사선원 위치추적관리시스템, RADLOT(Radiation Source Location Tracking System)을 개발·운영해왔다.

최근 RADLOT은 해외에 진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한-베-IAEA 위치추적관리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이 합의된 후 KINS는 베트남 통신 환경에 최적화된 위치추적단말기를 개발하고 베트남 중앙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달 완료된 이 사업은 국내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해외 인프라에 적용한 첫 사례다. 

사업 실무를 총괄한 장기원 KINS 안전기준실 선임연구원(전 방사선규제총괄실 소속)은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RADLOT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해온 노하우가 우리 기술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기술개발 적용 의의를 설명했다.

◆ 위치추적단말기 설계부터 베트남 현지 시범운영 성공까지 

가운데 방사선원을 둘러싼 노란색 부분이 조사기 본체이다. 조사기 본체와 손잡이 사이에 부착된 것이 위치추적 단말기. <사진=KINS 제공>
가운데 방사선원을 둘러싼 노란색 부분이 조사기 본체이다. 조사기 본체와 손잡이 사이에 부착된 것이 위치추적 단말기. <사진=KINS 제공>
방사선조사기에 부착되는 단말기는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크기다. 이 안에는 GPS가 들어 있어 방사선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방사선량률 검출기도 내장돼 방사선원의 분실 여부를 알 수 있다. 

장기원 선임연구원은 "우리팀은 베트남 환경에 최적화된 위치추적단말기를 설계·제작하고 단말기가 전송한 정보를 규제기관 목적에 맞게 가공해서 볼 수 있는 중앙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두 가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총괄인 IAEA를 중심으로 구축은 국내 개발 업체에서 맡았고 KINS는 아이디어, 설계, 운영 시나리오,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1년 6개월간 5단계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KINS 연구팀은 중간관리자로서 사업실적을 점검하고 계획에 맞춰 진행되도록 이끌었다.

베트남은 통신망 인프라가 국내만큼 발달되지 않아 단말기 배터리 수명을 최대로 하기 위한 설정값을 찾는 등 베트남만의 운영 환경에 시스템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했다. 25kg에 달하는 방사선조사기가 베트남 산업 현장에서 거칠게 다뤄지는 것도 문제였다. 일반 상용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어 KINS만의 기술을 적용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단말기 손상률을 최소화하고 중앙관제시스템을 설계하는 모든 기술이 경험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장기원 선임연구원과 개발업체 담당자가 베트남 규제기관 관계자에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IAEA 제공>
장기원 선임연구원과 개발업체 담당자가 베트남 규제기관 관계자에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IAEA 제공>
중앙관제시스템이 구축된 후 KINS, IAEA, VARANS(베트남 규제기관인 방사선·원자력 안전청)은 베트남 현지에서 최종 필드 테스트를 수행했다. 수행연구팀은 비파괴검사(방사선 투과검사)를 하는 현지 업체들에게 단말기 탈부착 방법과 시스템 관리법을 교육했다. 그 다음 실제로 업체들에게 단말기를 배포하고 사용하게 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우리팀 차에도 단말기를 넣고 이동해봤는데 어디 식당을 방문했는지까지 자세히 알려주더라"며 "단말기가 문제 없이 작동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제공한 위치추적단말기는 총 30대(여분 5대 추가)다. 장 박사는 "베트남은 이번 사업에 크게 만족해하며 RADLOT이 상용화되어 한국의 기술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IAEA도 기술 정보를 교류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KINS에 제안한 상태다. 

베트남 업체 관계자들이 방사선조사기에 위치추적단말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IAEA 제공>
베트남 업체 관계자들이 방사선조사기에 위치추적단말기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IAEA 제공>
◆ 원조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우리나라는 IAEA의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가 됐다. 이번 사업을 담당한 방사선규제총괄실의 김경화 실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 인프라 구축 분야를 지원해왔는데 방사선 분야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강조했다.

RADLOT은 방사선원 위치추적의 선도 사례로 꼽혀 해외에서도 기술정보를 교류하자는 러브콜을 보내온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방사선원의 수요가 큰 동남아와 중동에서 RADLOT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땅이 방대하고 방사선원 개수가 많아서 몇 개의 위험 방사선원만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인허가 대상의 방사선원을 관리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관리 기술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방사선원정보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국내 유통되는 방사선원의 현황을 관리해왔다. 

김경화 실장은 "사업이 끝난 후 베트남도 우리 기술을 인정하고 IAEA에서도 협력 의사를 보이니 이번 사업 과정이 고생스러웠지만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장기원 박사는 "해외에 나가보니 RADLOT에 우리의 지난 10여 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깨달았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시스템을 개발하지만 우리나라 수준은 못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경화 방사선규제총괄실 실장(좌)과 장기원 박사(우). 이번 사업을 담당한 IAEA, 베트남, 한국의 담당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장기원 박사는 방사선통제규제실 소속이었다가 현재 안전기준실로 이동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김경화 방사선규제총괄실 실장(좌)과 장기원 박사(우). 이번 사업을 담당한 IAEA, 베트남, 한국의 담당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장기원 박사는 방사선통제규제실 소속이었다가 현재 안전기준실로 이동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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