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표준연 과학자, 반도체 전문가 모여 '4차 산업혁명' 소통
일자리 빼앗기나?···"시스템적 성장통 겪어야"

(왼쪽부터) 이혁교·강상우 표준연 센터장, 홍기백 충북테크노파크 팀장, 전재민 반도체연구조합 팀장.<사진=조은정 기자>
(왼쪽부터) 이혁교·강상우 표준연 센터장, 홍기백 충북테크노파크 팀장, 전재민 반도체연구조합 팀장.<사진=조은정 기자>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최근 대선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들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등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 용어가 이토록 영향력을 끼친 적이 영향을 끼친 적도 없었다. 물론 '한국에서만 쓰이는 단어다', '창조경제라는 말처럼 그 뜻이 모호하다'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매스컴에서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단어도 바로 이 4차 산업혁명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에 '4차 산업혁명과 측정기술'이라는 테마로 표준연 연구자와 반도체 전문가가 모여 소통했다. 표준연 연구자로는 이혁교 우주광학센터장, 강상우 진공기술센터장이 참여했으며, 외부 전문가로는 홍기백 충북테크노파크 반도체융합팀장과 전재민 한국반도체연구조합 공정장비R&D 지원팀장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들이 확산될 새로운 혁명 시대 근간엔 신뢰성 갖춘 측정기술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또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첨단 ICT 기술의 융합을 안고있다. 

◆ 인공지능에 일자리 빼앗길까 불안?…"두려움 거두고 4차 산업혁명 리딩(leading)하자"
 
인공지능이 결국 사람의 두뇌를 대체하게 될까? 작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전 세계적으로 경계심이 일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인간 고유 영역을 침범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아있다.
 
전재민 팀장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적극적인 기술 개발 의지를 강조했다. 전 팀장은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면 충분히 두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팩토리의 경우 조금 더 강한 강도의 공장 자동화로 보면 되는데, 도입 당시 관련 직업인의 1/10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렇게 당장의 일자리 삭감이 우려된다면 기술 자동화를 막아야 하는 게 일반대중의 시선일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우리가 나서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될 분야다. 전 팀장은 "방관한다면 결국 뒤처지는 것은 우리일 뿐, 불안해하지 말고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상우 진공기술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부정적 개념, 특히 본인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한 거 같다. 스마트한 시스템 등장으로 인력이 줄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술의 도입을 인정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해 나가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홍기백 팀장은 학습의 문제로 분류했다. 홍 팀장은 "관련업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가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가?'하는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라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의 두려움은 있겠지만, 이를 문화적·시스템적 성장통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며 산업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조바심도 지적됐다. 강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는거 아닌가?, 우리만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강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목전에 와있다 해도, 단시간 내 우리 삶 모든 걸 바꿔버리진 못한다는 게 그의 견해.

이어 "4차 산업혁명을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시대의 도래로 본다. 이전의 과학기술 경험이 완전히 묻히는 경향이 있다. 기존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홍 팀장은 "완전히 새로운 혁명이 아닌, 3차 산업혁명보다 성숙된 상태로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
 
전 팀장은 "(기간이 짧아지고 있지만) 1차, 2차, 3차 산업혁명도 백년이 걸렸고,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성숙 과정을 겪는 과정이다.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고 동의했다.

◆ 인공지능 핵심은 '반도체' 

<디자인=남선 디자이너>
<디자인=남선 디자이너>

특히 전 팀장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반도체 산업이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봤다. 전 팀장은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인공지능으로 귀결된다. 인공지능의 키는 반도체다. 알파고 수준을 넘어 완전한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빠른 계산 속도와 거의 0에 가까운 소비전력이 가능해야 한다"며 초고집적,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 미국·중국의 기술력을 뛰어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4차산업 혁명 연구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해외 선진국들이 하지 않고 있는 영역에서 강점을 가져야한다"고 덧붙였다.
 
홍 팀장은 "인공지능은 인간 뇌의 초연결성, 초지능화를 구현한 것이고, 이는 반도체(칩)가 기반이 돼 증명되고 있다"며 "현 시대에 전자부품(인공지능)을 사람의 뇌에 가장 가깝게 구현해 놓은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가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혁교 센터장은 "반도체 분야의 측정기술이 다른 분야 측정기술로 낙수효과가 크다. 때문에 측정기술 분야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반도체 분야의 스마트 매뉴팩처링, 가상현실 구현 등이 앞단에 서있다"고 답했다. 또 이 센터장은 "현재 4차 산업 대응 측정기술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무인기·무인차, 데이터 적합성, 스마트팩토리 등 영역에서 산학연이 함께 낼 수 있는 융·복합 시너지 전략을 추진 중이다"라고 했다.

강 센터장은 "표준연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최고 수준의 측정 기술을 어떻게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과 연결시키고 적용할 것인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군 중 어느 곳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뢰성 갖춘 측정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길목'
 
참석자들은 측정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혁교 센터장은 "인간이 판단하던 영역을 인공지능이 판단하게 되고,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게 4차 산업혁명이다. 무조건 많은 정보 보다는 신뢰성을 갖춘 측정 데이터를 제공해 4차 산업혁명의 길목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은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데이터 양이 아니다. 데이터의 질이다. 신뢰성이 담보된 측정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빅데이터의 가치를 잃게 되고, 4차 산업혁명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게 이 센터장의 견해다. 

측정과 센싱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전재민 팀장의 질문에 이 센터장은 측정의 목적을 먼저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힘, 질량, 온·습도, 압력 등 값을 측정하는 데 있어, 세계적으로 통용되도록 하는 것이 표준연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단일 물질만의 제품만 생산되지는 않는다. 복합 물리량을 측정하는 미션이 중요해졌다"며 "센싱이 단일 물리량 측정의 개념이라면, 측정은 복합 물리량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중소기업도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 필요한 측정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관을 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표준연의 역할은 무엇인가. 강상우 센터장은 "측정기술 융합의 본격화"라고 정의했다.

강 센터장은 "산학연 보유 핵심 요소기술들이 다르다. 우리나라 측정표준 및 측정과학기술 대표기관인 표준연이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가 기관 개별적 과제보다는 대형 컨소시엄형 과제로 번질 것으로 예상하며 "표준연 외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방향을 지향하는 산학연 컨소시엄도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백 팀장은 표준연은 기술적 플랫폼 역할을, 관련 산업의 연구조합 및 협회, 연구지원기관은 분야별 산학연 연결고리 역할 담당을 기대했다.

표준연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산학연 간 융복합 시너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표준연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산학연 간 융복합 시너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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