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민사고 교사·홍성욱 서울대 교수 창작 활동 물리학회서 공유
아태이론물리센터·한국물리학회, 'APCTP 저자강연' 개최

"'나는 과학을 하지 않으리라!'라고 마음먹었는데 다시 과학으로 돌아왔고, 이제는 과학 교사와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조진호 민족사관고등학교 생물교사)

"조선시대에 입자가속기가 없었을 뿐이지 쿼크가 없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미래에 입자가속기가 없다면 어떨까요? 미래 사람들은 쿼크의 존재를 믿을까요?"(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와 한국물리학회는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조진호 민족고등사관학교 교사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초청, 'APCTP 저자강연'을 공동주최했다. 저자강연은 매년 선정된 올해의 과학책 10권 중 2권의 저자를 초청해 진행 중이다.

조 교사는 '게놈 익스프레스', 홍 교수는 '홍석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의 저자로 각각 연단에 올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게임 개발에서 다시 과학으로

조진호 교사는 만화 창작 과정을 소개하며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사진=이원희 기자>
조진호 교사는 만화 창작 과정을 소개하며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사진=이원희 기자>
조 교사는 '만화로 만드는 과학'을 주제로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유년기에 스타워즈를 정말 감명 깊게 봤다"며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를 매주 기다렸다. 당시 초등학교 1~2학년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호기심과 흥미가 넘쳤던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입시가 목적인 양만 많은 주입식 교육은 흥미를 돋우기엔 부족했다"며 "대학생 때 불투명한 미래와 정체성에 '나는 과학을 하지 않으리라!'라고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전공이었던 생물교육과는 다른 IT 계열 회사에 취업했고, 퇴사 후 직접 게임 회사를 창업해 게임 개발을 했다고 소개했다. 개발한 게임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동시접속자 수 8만 여명을 기록하는 성과도 낳았다.

조 교사가 과학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이 즈음이라고 한다. 그는 "게임 개발은 항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며 "과학 공부가 판타지 세계관, 스토리라인 등 기존 사고방식의 틀을 깨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과 연결점'을 찾아가는데 주목했다. 그는 원자, 유전자, 빅뱅 등 기존엔 그저 시험을 위해 배웠던 지식들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다시 과학에 재미를 느꼈다.

조 교사는 과학도 문학처럼 창의적 사고방식이 많이 작용한다고 느꼈다. 스토리를 짜는 것부터 만화, 책 등 창조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어메이징 그래비티(중력)'와 '게놈 익스프레스(유전자)'에 대한 책이 출간됐으며, 앞으로 양자역학, 진화, 우주론, 빛, 생명의 시작 등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독서를 통한 정보 수집부터 문화활동, 아웃라인 설정, 세부 목차 설정, 스토리라인 구상, 콘티 구상 등의 과정을 거쳐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엔 '픽사(Pixar)'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사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글과 만화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도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더 많은 활동을 하겠다"는 말과 함께 "책의 구매자들 중 40대 남성의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 남녀노소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 과학은 '발견'이자 '발명'

홍성욱 교수는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며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사진=이원희 기자>
홍성욱 교수는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며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사진=이원희 기자>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넘어서'를 주제로 연단에 오른 홍 교수는 먼저 토마스 쿤(Thoma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소개했다. 토마스 쿤은 '과학은 자연을 패러다임이라는 상자에 구겨 넣는 것'이라며 과학의 핵심은 인간이 만든 패러다임임을 강조했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 과정에서 신-구 패러다임 사이에는 공약불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학의 발전을 진보로 보기 어렵다고 했으며 과학 이론은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홍 교수는 과학을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설명을 이어갔다. 전자는 1897년 발견됐지만, 그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흐릿한 상태의 내용들을 깔끔하게 만드는 과정이며, 이 과정엔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성의 법칙을 설명하는 마찰이 없는 수평면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갈릴레오가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공간이다"라며 "창의성, 창조성이 있어야 법칙이 탄생하고, 이러한 법칙들이 모범적인 범례가 되어 다른 과학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미래에 인류가 소수가 남고, 과학 장비들도 없는 상태라면 과거에 과학 이론이 발견되었다 한들 신뢰와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며 "쿼크를 발견한 페르미랩(Fermilab)의 입자가속기가 있는 한 우린 쿼크의 존재를 계속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를 정리하며 "과학은 특정 물적 조건들을 '발명'해 자연을 이해하는 형태로 '발견'하는 것"이며 "특정한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노력을 통해 과학의 국소성을 보편성과 객관성으로 변화시키는 '인간의 활동'이다"라고 한 단계 더 나아간 입장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강연이 끝난 후에도 질의응답과 교류, 기념 사진촬영 등을 이어가며 두 저자의 새로운 관점과 활동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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