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양자측정센터, 양자 메트롤로지 원천기술 개발
'양자' 현상 기반으로 '칸델라' 재정의···"미래 측정기술 개발 준비해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측정센터는 내년부터 6년 동안 양자 메트롤로지 원천기술 개발에 나선다. 최상경 센터장과 정수용 박사는 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표준연이 양자현상에 기반한 양자 메트롤로지 개발을 통해 미래 양자기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측정센터는 내년부터 6년 동안 양자 메트롤로지 원천기술 개발에 나선다. 최상경 센터장과 정수용 박사는 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표준연이 양자현상에 기반한 양자 메트롤로지 개발을 통해 미래 양자기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접시에 쿠키가 8개가 있어요. 우리는 쿠키 덩어리가 눈에 보이니 쿠키의 수를 정확히 셀 수 있는 거죠. 물질의 정확한 개수를 세고 싶으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를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물질의 기본단위인 '양자'를 이용하는 겁니다. 가장 작은 단위로 셀 수 있다면 가장 정확한 측정이 되는 거죠."

'측정과학에서 왜 양자가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양자(Quantum)'도 '메트롤로지(Metrology)'도 일반인에게는 낯선 단어지만, 측정기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겐 양자와 메트롤로지의 관계는 뗄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화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양자 메트롤로지(Quantum Metrology) 원천기술 개발'을 올해 주요 연구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과제에 정답을 제시할 이들은 미래측정기술부 양자측정센터(센터장 최상경).  

이들은 양자현상을 활용해 빛(광자)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내년부터 6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이다.  

정수용 박사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측정기술도 지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은 불확도 감소 효과 외에도 새로운 과학현상 발견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양자현상을 이용해 측정기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경 센터장은 "빛 알갱이 입자인 광자(光子)를 단일광자 수준에서 만들어 내고, 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빛에 대한 근본적인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빛 기본단위 '칸델라'···"양자로 재정의 시도" 

양자를 이용한 측정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에 도달하기 위한 냉각장치 등 설비가 필수적이다. 표준연에 구축된 희석냉동기. <사진=박은희 기자>
양자를 이용한 측정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에 도달하기 위한 냉각장치 등 설비가 필수적이다. 표준연에 구축된 희석냉동기. <사진=박은희 기자>
이번 연구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양자현상을 활용해 빛의 표준단위인 '칸델라(cd)'의 새로운 정의 ▲나노소자 공정을 이용해 단일광자 기반 일체형 양자집적회로 소자 제작 ▲이머징 양자 메트롤로지 기술 개발을 통한 미래 소재를 측정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 등이다.  

국제도량형총회는 오는 2018년 표준단위 7개 중 양자현상을 이용해 이미 측정정확도가 높은 미터(m)와 초(s)를 제외한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바꿀 예정이다. 빛의 기본단위인 칸델라(cd)가 제외됐지만 연구팀은 단일광자 생성·측정·제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칸델라의 재정의도 곧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측정단위의 정의가 바뀐다 해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는 사실 아무 지장이 없다.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영향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고도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이나 첨단 산업기술에서는 측정단위의 재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측정단위 재정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정의에 상응하는 측정기술 개발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칸델라 재정의가 다른 기본단위와 비교해서 늦어져 있지만 다른 표준기관들과 힘을 합쳐 칸델라 재정의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며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측정기술의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단위인 양자의 계수를 이용한 측정법과 같은 양자현상을 활용한 측정 기술 개발이 필수조건"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칸델라 재정의를 위해 우선적으로 단일광자 계수 기반 광측정 및 복사 측정표준을 연구할 예정이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인 양자로 가장 작은 광자를 만들면 빛(광도)을 가장 정확하게 셀 수 있다는 원리다. 

정 박사는 "현재 광도 측정의 정확도는 다른 물리상수량과 비교해서 불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 광도 측정기술의 개발이 상대적으로 늦춰져 있기 때문이다. 단일 광자를 만들고 단일 광자를 셀 수 있는 측정기술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용가치도 크다는 게 두 박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늘어나면 통과하는 빛의 양이 줄 수 있다. 빛의 양을 정확히 측정해 기후 변화에 적용할 수 있다. 또 앞으로 광통신을 이용한 양자정보 전달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천체관측, 의료기술 등에도 쓰일 수 있다.  

최 센터장은 "현재 광통신은 빛의 알갱이를 하나씩 보내는 것이 아니라 광자를 수억, 수십억 개씩 보내고 있다. 지금의 기술이 하나씩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광자를 하나씩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불필요한 빛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양자현상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나노소자 공정기술과 극저온 측정장비를 활용해 단일광자 기반의 일체형 양자집적회로도 구현할 계획이다.

단일광자를 기반으로 한 소자를 개발한다는 정 박사는 "단일광자의 생성·측정·제어를 하나의 나노소자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태동기로 관련 연구자도 많지 않다"며 "이러한 소자를 개발하면 양자 칸델라 보급 및 향후 단일 광자를 이용한 차세대 양자 소자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양자 혁명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정 박사는 "2023년까지 양자현상을 기반으로 한 측정기술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은희 기자>
정 박사는 "2023년까지 양자현상을 기반으로 한 측정기술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은희 기자>
연구팀이 마지막 과제로 꼽은 '이머징(Emerging) 양자 메트롤로지'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올 양자 기술 시대를 대비한 기반 기술이다. 

새로운 물질이 계속해서 개발되는 만큼 이를 측정한 측정기술도 필요하다. 새로운 물질에 대한 물성 측정이 기존 방식으로 측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반도체 물질의 응용을 위해서는 정확한 에너지 간극 측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발견되고 있는 저차원(이차원) 반도체 물질의 에너지 간극에 대한 정보는 실리콘으로 대표되는 기존 삼차원 반도체 물질의 에너지 간극을 측정하는 기술을 사용하면 정확한 값을 측정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삼차원계와 이차원계의 물리현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측정기술은 산업계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빨리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미래 소재 양자물성을 측정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3년씩 1, 2단계로 나누어 2023년에는 양자현상을 기반으로 한 측정기술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연구지만 연구팀은 센터가 그동안 닦아 놓은 기반기술이 있기에 성과도 자신한다. 나노소자 및 양자현상을 이용한 측정정밀도 향상 연구를 10년 넘게 지속해 오고 있으며, 양자 측정의 핵심인 극저온 연구시설등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이미 구축돼 있다. 
 
최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표준연의 본래 취지를 구현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도전적인 연구"라며 "광학기반기술과 양자소자기술을 결합해 양자 칸델라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 센터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정확한 측정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양자를 활용한 측정기술이 중요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 센터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정확한 측정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양자를 활용한 측정기술이 중요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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