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회, 25일 '한국·미국·독일 과학계 차이' 주제 학습

동아시아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25일 대덕넷 교육장에서 양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를 초청, '한국·미국·독일 과학계 차이'를 주제로 정기모임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동아시아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25일 대덕넷 교육장에서 양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를 초청, '한국·미국·독일 과학계 차이'를 주제로 정기모임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최근 해외 잡지 통계자료에서 한국·독일·미국 직장인들 관심사를 조사했죠. 독일인은 '휴가'를 꼽았고, 미국인은 '월급'을 선택했죠. 한국인은 최고 관심사에 '감투'를 선정했습니다. 보직·승진·승급에 초점이 맞춰있죠. 과학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동아시아과학기술연구회(회장 조양구)는 지난 25일 대덕넷 교육장에서 양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를 초청, '한국·미국·독일 과학계 차이'를 주제로 올해 첫 정기모임을 개최했다.

올해 70세를 맞는 양모 기초지원연 박사는 독일과 미국에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갖고 있다.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실험물리학 박사를 취득했고,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펼쳐온 바 있다.

양모 박사는 한국·미국·독일 직장인들의 관심사를 설명했다. 양 박사는 "해외 잡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독일인은 '휴가', 미국인은 '월급', 한국인은 '감투'를 꼽았다"라며 "한국 직장인은 명령하며 갑질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그는 "한국인 최대 관심사가 감투가 된 이유를 교육 시스템에서부터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며 "나만의 관측이지만, 과학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감투 선호 풍토는 '일류대학' 열광하는 수직적 의식에서 비롯"

양모 기초지원연 박사가 한국과 독일의 교육 문화·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양모 기초지원연 박사가 한국과 독일의 교육 문화·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미국에는 해마다 세계 일류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여럿 있다. 세계 일류대학 Top 50에 미국과 영국 대학이 대부분이고, 독일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양 박사는 한국과 독일 교육 시스템·문화 차이점을 설명했다. 양 박사는 "독일 중부지역 작은 시골 도시에 괴팅겐 대학교가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괴팅겐 대학교에서 배웠거나, 가르쳤거나, 연구했던 사람 중 노벨상 수상자는 50명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괴팅겐 대학교를 일류대학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세계 일류대학에 속하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일류대학 의미가 전혀 없다"라며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출세하고 신분이 상승한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 박사는 독일 교육과정을 설명했다.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적성검사와 학습능력에 따라 장래 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선별한다.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고 연구할 학생은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으로 진학한다. 나머지 학생은 초등학교 9년을 마친 뒤 직업전문학교로 진학하고 취업한다.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경력을 쌓아 그 분야에서 전문가 능력이 인정되면 마이스터(Meister)라는 칭호를 얻는다. 한 평생 박사 이상의 사회적 경제적 대우를 받는다.

김나지움에서 9년을 공부한 학생은 아비투어(Abitur) 졸업시험을 본 뒤 대학으로 진학한다. 대학 진학 입학시험은 없다. 어느 대학이든 자유롭게 원하는 대학에 등록해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그는 "단지 정원제로 학생 수를 제한하고 있는 특정 학과에서만 경쟁이 있다"라며 "그들은 대학을 선택할 때 대학에 원하는 전공학과가 있는지, 저명한 교수가 있는지를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양 박사에 따르면 독일 모든 대학은 학과 정원에 자리가 있는 한 등록하고 공부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인은 수직적 의식구조가 강하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일류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해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동원해 입시 경쟁한다"며 "입시 준비 과정에서 인성교육이 소홀해지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있다. 수직적인 구조가 지금의 '감투' 선호 풍토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만들기 위해 일류대학 간판이나 학위, 지위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신분·학력과 상관없이 노력하는 사람의 능력을 먼저 인정하고 존중하는 수평적 의식구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모임에 참가한 한 연구자는 "일본은 적절하게 독일의 과학 시스템을 도입해 과학기술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라며 "우리가 타산지석 삼고 독일과 일본의 과학계 시스템을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동아시아모임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동아시아모임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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