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중심 'March for Science' 운동 거세져
미국과학진흥협회, 트럼프 대통령에 과학자문역 선임 촉구

"과학자, 과학애호가, 시민 등이 함께 모여 우리의 의견을 표출할 때다. 미국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저항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 힘을 모으자."(March for Science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1941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래 미국 대통령들은 과학자문역을 임명하고, 정책 입안 과정에서 과학적 내용을 반영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과학공동체의 존경받는 리더를 대통령 과학 자문역으로 임명해야 한다."(러시 홀트 미국과학진흥협회 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반(反) 과학적 정책이 추진되고 시민들과의 소통이 차단되자 정부기관 직원 뿐만 아니라 과학자, 과학 유관단체 등에서 이에 저항하기 위한 활동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를 향한 과학계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사진=March for Science 페이스북 페이지>
트럼프 정부를 향한 과학계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사진=March for Science 페이스북 페이지>
◆ 트럼프, 환경청 등 정부기관 언론활동 봉쇄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연방환경청(EPA), 미국농림부(USDA) 등 정부 기관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 등 일체의 언론 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방환경청 홈페이지에는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삭제되었으며, 지난 24일부터 다수 기관의 홍보 업무가 중단됐다.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환경청 등 미국 정부 기관의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에 저항하기 위해 잇따라 비공식 트위터 계정을 열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과학, 보건의료 관련 정보들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주로 정부기관명과 접두사로 '검열되지 않은(Ungagged)', 대안'(Alternative), '불량한'(Rogue) 등의 단어가 추가되고 기관 로고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환경청 직원들이 개설한 계정 '@ungaggedEPA'는 "환경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서 "환경청이 할 수 없는 검열되지 않은 뉴스, 링크, 대화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대안 계정인 '@rogueNASA'는 "NASA가 트위팅과 정보 공유를 멈추도록 지시받은 가운데 우리는 과학과 기후변화 관련 정보 제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청 직원들이 개설한 계정 '@ungaggedEPA'.<화면캡쳐=강민구 기자>
환경청 직원들이 개설한 계정 '@ungaggedEPA'.<화면캡쳐=강민구 기자>
◆ 美 과학계, 워싱턴 시위 계획···"함께 토론하고 힘 모은다"

과학자 등이 중심이 된 'March for Science(과학을 위한 행진)'는 취임 이후 언론통제 등 반 과학계 정책을 추진해 온 트럼프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25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한 뒤 뜨거운 관심을 얻어 현재 각각 28만여명에 달하는 팔로워 수를 확보했다.

'March for Science' 측은 보스턴,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으로 운동을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정부에 과학적 활동을 촉구할 예정이다. 

조직위원인 캐롤라인 웨인버그(Caroline Weinberg)는 "편파적인 활동이 아니라 모든 정치적 성향의 대중들이 최근에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하고 있는 과학적 절차에 항거하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과학적 연구는 국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며, 우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잇는 터무니 없는(Asinine) 정책을 철회하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대 과학역사학자는 "과학자들은 지난 1950·1960년대 군비확장경쟁에 반대해 활동한 바 있다"면서 "과학계에 실존주의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arch for Science' 페이스북 페이지.<화면캡쳐=강민구 기자>
'March for Science' 페이스북 페이지.<화면캡쳐=강민구 기자>

과학자들은 워싱턴 D.C에서 정부에 과학적 행보를 촉구할 예정이다.<자료=Scientistmarchonwashington 홈페이지>
과학자들은 워싱턴 D.C에서 정부에 과학적 행보를 촉구할 예정이다.<자료=Scientistmarchonwashington 홈페이지>
◆ 미국과학진흥협회, "트럼프 정부에 과학자문역 선임 촉구"

그런 가운데 미국과학진흥협회인 AAAS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과학자문역 선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 홀트 AAAS 회장은 과학적·기술적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시급한 정책문제 해결을 지원할 저명한 과학자 또는 공학자를 과학자문역으로 선임해 달라고 트럼프 정부에 요구한다"고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러시 홀트 AAAS 회장.<사진=AAAS 홈페이지>
러시 홀트 AAAS 회장.<사진=AAAS 홈페이지>
홀트 회장은 과학적 전문지식의  정부 관료들이 위기 대응과 기후변화, 사회기반시설 개선 등 정부가 직면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는데 매우 가치있다고 강조했다. 

AAAS는 단체 홈페이지 공간을 활용해 '처음 100일(First 100 Days)'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 코너에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계 공동체 관련 내각 구성, 연방 정부 활동 등을 정규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 공학자, 학계 관계자, 언론인 등 3081명이 참가한 웨비나를 주최하고, 새 정부의 과학정책에 대한 공공패널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경제 성장에 과학, 기술,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오랜 기간 입증해 왔다. 

홀트 회장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과학단체로서 정책 결정 등의 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홀트 회장은 "AAAS는 주요국가과제들을 해결할 과학적 지원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정책 입안과 결정 강화에서 과학을 발판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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