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팀,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 참여
후발 기업 육성 위한 맞춤형 지원···"유전자치료제 기업 육성 위한 환경 조성 절실"

김 교수는 유전자치료제 산업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지만 탄탄한 기초 연구가 바탕이 돼 있기에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 교수는 유전자치료제 산업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지만 탄탄한 기초 연구가 바탕이 돼 있기에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삼성경제연구소는 2013년 발간한 '미래 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기술' 보고서에서 '10년 내 실현 가능성이 큰 7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유전자치료제'를 꼽았다. 그 다음해 MIT 테크놀로지리뷰 역시 '올해의 혁신 기술 10가지'에 선정했다. 

유전자치료제가 미래의 핵심 가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없는 질병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며 발전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시장 성장세도 무섭다. 2008년부터 2017년 사이 연평균 64.7%로 성장했다. 올해만도 79억 달러(약 88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00건 이상의 유전자의약(후보)들이 임상시험에서 테스트 됐거나 시험 중에 있으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임상 3상 단계 프로젝트도 8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다르다. 선진국에 비해 유전자치료제 연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유전자 변형에 대한 불안감이 유전자치료제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한 연구 투자도 미비한 것이 실상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유전자치료제의 발전 가능성을 좇아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팀이 그 주인공.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참여하며 험난한 경쟁에서 후발 기업들이 '데스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있어 대형 글로벌 회사들이 2012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시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건 우리에게도 중요한 팩트"라며 "우리나라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산업은 늦은 편이지만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가 탄탄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죽음의 계곡' 건널 구름다리 놓는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진입할 때 기술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분발하고 있습니다. 선구자 기업들의 노하우를 후발 기업에게 전달해주고, 후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 문제를 지원합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서 앞장서고 있는 '메디포스트‧신라젠‧제넥신‧코오롱생명과학' 등 4개 기업의 행보에 주목하며 이들을 이을 후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요구를 파악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후발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바이러스벡터' 디자인과 생산에 집중한다. 유전자 치료의 성공 여부는 질환에 맞는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세우고, 맞춤형 유전자치료제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융복합 기술과 다학제 연구가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입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기술을 정확히 지원해줘야 그나마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지난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파로스백신에 CAR-T 유전자치료용 고효율 렌티바이러스벡터 ▲KAIST 연구그룹에 차세대 CAR-T 유전자치료용 렌티바이러스벡터 ▲강스템바이오텍·카톨릭의대 연구팀에 성체줄기세포 기반 유전자치료용 렌티바이러스벡터 등을 제공했다. 

김 교수는 "파로스백신은 백혈병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렌티바이러스벡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이스트의 렌티바이러스벡터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관한 것으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외에도 다양한 질병에 쓰일 수 있다"며 "강스템바이오텍·카톨릭의대에 지원한 벡터는 줄기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치료제는 기능성 유전자가 정확한 목적지에 닿을 수 있도록 유전자 전달체(벡터)에 삽입 해 사용한다. 유전자 치료에는 대부분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는 데 그 종류가 다양해 대상 질환치료에 적합한 벡터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은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유전자치료제의 임무가 끝나지만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유전성, 대상성 질환 등은 유전자치료제가 오랫동안 인체 안에서 작용해야 한다. 질병에 따라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적절한 바이러스벡터를 골라야 하는 이유다. 만약 바이러스벡터를 잘 못 선택하면 수년의 시간을 버리고 다시 원점에서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연구팀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가'로 나서야 한다. 분양요청 연구자가 목표로 하는 세포 또는 조직의 특성, 유전자발현 제어의 범위 및 종류, 실험 목적 등의 조건을 모두 고려해 바이러스벡터를 디자인하고 생산해야 한다. 지치고 힘든 일이지만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을 알기에 고생도 자처하게 된다고.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바이오 분야 기초 연구 수준이 굉장히 우수하다. 하지만 기초 연구를 유전자 치료 개발로 연결하기 위한 시스템은 미흡하다. 글로벌 유전자 치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를 치료제 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투명한 심사제도·GMP 시설 구축 등···환경 선진화 필요

김 교수 연구실에는 스탠드 책상이 눈길을 끈다. 논문과 자료를 찾아야 하는 일이 많지만 서서 연구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단다.<사진=박은희 기자>
김 교수 연구실에는 스탠드 책상이 눈길을 끈다. 논문과 자료를 찾아야 하는 일이 많지만 서서 연구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단다.<사진=박은희 기자>
"유전자치료제 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유전자치료제 IND(임상시험계획)와 품목허가 심사제도를 선진국과 같이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한 공개심사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관련 가이드라인 등 많은 규정은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됐지만 심사인력 부족과 임상시험 부작용 발생 시 책임소재에 대한 잘못된 문화적 인식으로 인해 임상시험 심사에서의 실질적인 규정적용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다수의 유전자치료 관련 민간 전문가를 활용해 심사 제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는 "기업들은 전문가를 활용해 합당한 심사비를 심사기관에 주고, 심사기관은 많은 수의 학계, 연구계 전문가를 유전자치료 신약 심사에 참여시킨다.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 심의 회의가 모두 공개되는 만큼 민간 전문가들은 정확하고 명확하게 의견을 개진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임상시험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비교적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임상시험 계획도 승인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관련 심사를 전문성을 갖고 참여할 인력이 부족하고 심사비를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를 키워야 하고 심사비도 현실화 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공개 심사가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김 교수는 "공개 심사를 해야만 현재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는 유전자치료 관련 생명윤리법의 신속한 개정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이 맘 편히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을 갖춘 시설 구축도 필요하다. 연구자들이 임상실험을 쉽게 함으로써 기초연구가 바로 치료제 개발연구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는 대학과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유전자치료용 바이러스벡터를 생산할 수 있는 비영리 GPM가 수십 곳 구축돼 있어 연구자들이 쉽게 임상실험을 진행한다"며 "기초연구가 바로 개발연구로 넘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한 곳이 만들어 질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비영리 기관의 GMP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벤처캐피탈의 투자시스템의 선진화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우리 벤처캐피탈의 목적은 빠른 시간 내 코스닥 상장만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작년에 유럽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유전자치료제는 1상 임상시험 개시 이후 25년 동안 추가 개발을 했다"며 "벤처캐피탈은 투자만이 아닌 법률, 시장성 등에 대한 자문 등을 통해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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