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과학의 힘 ㉚]아이엔지, 고객과 소비자 잇는 '가교' 역할 톡톡
이재준 대표 "디자인을 비즈니스로만 생각하면 안 돼, 완제품까지 책임져야" 

이 대표는 소비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 대표는 소비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기업의 생사가 디자인에 달렸다."

이재준 아이엔지디자인 대표가 디자인을 허투루 만들 수 없는 이유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한다. 

대전에서 12년째 디자인 전문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그들 대부분이 기업의 생사를 디자인에 맡길 정도로 절박함 속에 사무실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디자인을 의뢰하는 고객 대부분은 경영 상태가 아주 좋은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디자인은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다리다. 부실한 디자인으로 고객 앞에 서면 기업의 신뢰성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엔지디자인은 그간 고객 마음을 읽는 디자인 제작으로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한의원의 기존 이미지를 바꿔달라는 요구에 디자인 콘셉트부터 제작, 감리까지 모든 실행과정을 빠짐없이 꼼꼼히 챙겼다. 

이 대표는 "고객과의 꾸준한 소통을 하기 위해 한의원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고객들이 항상 소지하는 한약 봉투부터 박스 등 한의원에서 쓰이는 포장을 통일된 이미지로 바꿨다"며 "기존 한약 박스는 부피가 커 택배비가 많이 나왔다. 새로 디자인하며 박스 내부 공간 구성을 다시 해 택배비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통주, 조청, 한방 화장품의 포장 디자인에서는 소비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사과 맥주 포장 디자인에서는 친근감을 강조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복분자 포장 디자인에서는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전통적이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했으며, 보드카 디자인에서는 보드카의 고향인 러시아의 추운 날씨를 표현하기 위해 눈 결정체를 디자인에 응용하기도 했다. 

조청 선물용 박스 디자인에서는 전통 식품이지만 조청의 주 구매자인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해 깔끔하면서도 따뜻함을 가미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디자인을 잘해도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며 "소비자의 입장이 돼 어떤 디자인을 좋아할까 고민해 디자인을 하고 소비자들의 반응까지도 살펴야 디자인이 마무리 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포장 디자인에 주력했던 아이엔지는 이제 서비스 디자인, 공공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히려 한다. 

서비스 디자인은 디자인과 사회문제가 결합된 형태로 디자인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도시의 골목 디자인으로 범죄 없는 마을을 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그동안은 기업에 대한 용역이 주였다면 앞으로는 디자인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을 추구하려 한다"며 "서비스 디자인은 서울에서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전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디자인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정책+실무 고루 갖춘 디자이너···"지역 디자인 산업에 앞장 설 것" 

아이엔지가 그동안 디자인 한 대표적인 상품들. <사진=아이엔지 제공>
아이엔지가 그동안 디자인 한 대표적인 상품들. <사진=아이엔지 제공>
이 대표는 디자인과 관련해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창업하기 전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근무하며 디자인 산업의 정책 개발, 지원 업무 등을 담당했다. 디자인 산업의 순환 구조를 기업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후 디자이너로 현장 경험을 갖춘 후 지금의 아이엔지디자인을 이끌게 됐다. 디자인 정책과 현장에서 모두 활동한 그는 디자인의 영역을 디자인 제작 자체가 아닌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로 범위를 넓혀 잡고 있다. 

그는 "디자인만 제작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끝내면 디자인 자체만 한 거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기존 디자인과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며 "디자인을 계약서상의 비즈니스로만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디자인은 납품 결과까지도 책임져야 업무를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로 생명력을 키우기 위해 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실천하고 있다. 전시회, 책 등을 통해 트렌드를 읽고, 여행으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1년에 한 번은 해외로 나간다.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면 디자인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느낌이 온다"며 "상상으로 끝나면 디자인이 아니다. 상상한 것을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지역의 1.5세대 디자이너라 칭한 그는 지역 디자인 산업 발전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1세대 디자이너들이 지역에서 디자인 산업을 육성해 지금은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00년대 후반 2세대가 디자인에 컨설팅 개념을 더해 디자인 산업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지역 디자인 산업을 위해서는 선후배 간의 융합이 중요하다. 디자인 황무지에서 개발자 역할을 한 1세대와 젊은 감각이 톡톡 튀는 2세대를 연결하기 위해 나 같은 끼인 세대들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디자인 산업이 지속적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선후배 간의 소통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대전디자인기업협회 총무이사이기도 한 이 대표는 "대전디자인센터가 2019년 1월 설립예정이다. 타 지역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지역의 디자인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며 "지금은 회원사가 25개 뿐이지만 디자인센터가 설립됨에 따라 회원사가 늘 것으로 예상되며 협회의 단합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엔지가 최근 디자인을 마친 상품들. <사진=박은희 기자>
아이엔지가 최근 디자인을 마친 상품들. <사진=박은희 기자>

이 대표는 직원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위해 여행, 전시회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 대표는 직원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위해 여행, 전시회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지식재산-과학의 힘' 기획연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예산을 지원받은 '지식재산서비스 서비스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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