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 최고 성과에도 씁쓸한 연구자들

핵융합연, H-모드 70초 달성…경쟁국 중국보다 앞서
"정규 인력은 물론 학생 연구원 등도 동결돼 연구인력 단절"
국가핵융합연구소에 구축돼 운영중인 KSTAR.<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에 구축돼 운영중인 KSTAR.<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한국의 인공태양 KSTAR가 고성능 플라즈마(H-모드) 운전에서 세계 최고 성과인 70초간 지속하는데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핵융합발전소에 필요한 차세대 핵융합로 운전모드 개발 가능성에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정규 연구인력은 물론 박사 후 연구원, 학생 연구원 등 모든 연구인력 확충이 동결돼 앞으로 필요한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구인력 확충의 유연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김기만·이하 핵융합연)는 올해 KSTAR 실험에서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을 70초간 지속하는데 성공, 지난해 55초에 이어 초전도 토카막의 세계 최장 H-모드 운전 기록을 갱신하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핵융합연은 차세대 핵융합로 운전모드 중 하나이면서 H-모드 대비 4배 정도의 효율성이 높은 내부수송장벽(ITB) 운전모드 구현에도 성공, 새로운 단계의 핵융합로 운전 기술 연구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지금부터 연구가 본격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고성능 플라즈마 장시간 유지와 극한 환경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재료 개발이 필요하다. 또 핵융합 반응 결과로 나오는 중성자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동력변화 장치 기술 개발과 초고온의 플라즈마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H-모드의 최대 단점인 플라즈마 경계면의 불안정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장시간의 고성능 플라즈마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ITB운전 모드의 시간을 늘려 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ITB 운전모드에서 가장 앞선 성과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다.

핵융합연 한 연구자는 "우리나라는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는 미국, 유럽에 비해 후발국이지만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자 각각 일당백 역할을 하며 빠른 시간내에 기술을 개발하고 KSTAR 개발을 통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에도 합류하고 장치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성과를 내면서 유럽 등에서 공동연구를 제안해 오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많은 인력은 투입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미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우리도 앞으로 잠재력을 키워줄 미래 인재를 양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발해야 할 기술 많은데 정부는 '연구인력 동결'

'600 vs 120.'

중국과 한국의 핵융합 연구인력 수치다. 중국이 600이고 한국은 120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이 2040년께 상용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중국은 2030년까지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 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이 필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핵융합 관련 연구인력 선발은 거의 동결된 상태다. 학생 연구원 뿐만 아니라 박사후 연구원 조차 정부가 선발 제한을 둬 사실상 연구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자체 핵융합연구장치인 이스트(EAST)에 학생 연구자 300여명을 포함해 600여명의 연구자가 투입돼 있다. 연구자와 학생 연구원이 일대일로 참여하며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KSTAR에는 연구자와 포닥 등 모두를 포함해도 120명 수준이다. 특히 ITER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이 60여명까지 가능하지만 국내에 연구할 사람이 없어 34명만 보낸 상태다.

핵융합연 관계자는 "ITER 사업은 우리에게 큰 기회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업이 5년정도 연장되면서 우리가 ITER 사업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ITER 사업 참여 전체 인원 600명 중 10%까지 가능한데 현재 34명만 보냈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 중요한 것은 ITER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실제 운영에 우리나라에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인력을 지금이라도 양성해야 한다. 후배 연구자들을 양성하지 못하면 기술 단절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일찍부터 기술 개발에 참여하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핵융합장치인 토카막 방식의 가능성을 1998년에 선보였지만 이후 개발이 단절되면서 지금은 후발국으로 밀린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KSTAR의 H-모드 달성 성적표와 H-모드와 ITB 모드의 효율성 비교.<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KSTAR의 H-모드 달성 성적표와 H-모드와 ITB 모드의 효율성 비교.<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 "장치 운전과 연구개발 전문 인력 양성은 필수"

핵융합에너지 연구는 1950년대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과학 선진국에서 가능성을 검증하고 1997년 EU의 대형 토카막 JET에서 16MW의 핵융합에너지 방출에 성공하면서 연구가 본격화 됐다.

일본은 1998년 토카막 방식의 가능성을 보였으며 2006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 사업이 출범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2007년 KSTAR(1995년부터 2007년까지 3090억원 예산)를 중국은 2006년 EAST를 완공하고 핵융합 상용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초기에는 저성능 운전모드(L-모드)로 시작됐다. 하지만 L-모드는 안정성은 있으나 효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각국이 H-모드 연구에 집중했지만 실패했다. 우리나라가 2010년 H-모드 가능성을 처음으로 성공하고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KSTAR 장치 건설과정에서 기술문서 1165건, 학술지 400여건(SCI급 250여건), 특허출원 91건(국내 87건 해외4건), 특허등록 46건(국내42건, 해외4건) 등을 확보했다.

핵융합연 관계자는 "이런 자료는 향후 한국형 실증로와 상용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기준서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KSTAR는 기존 핵융합장치들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한국형 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장치 운전과 R&D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연구인력의 제한은 핵융합 연구인력 뿐만 아니라 전체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라며 "연구인력 확보의 유연성을 정부가 철저히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어느 분야이건 연구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인공태양 플라즈마. 우리나라는 지난 9월 30일 70초 달성에 성공했다.<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인공태양 플라즈마. 우리나라는 지난 9월 30일 70초 달성에 성공했다.<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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