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물리 오디세이

세상을 설명하는 물리학, 그 첫걸음을 위한 안내서
저자: 이진오, 출판사: 한길사
◆ 복잡한 건 싫다! 수식 없는 물리학

"개별 과학이론을 설명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다른 많은 저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자세히 얘기한 정도가 다른데요, 독자가 '이론 간의 상호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썼습니다. 이는 가십성 정보를 맥락과 상관없이 들먹인다든지, 과학이론을 마구잡이로 나열한다든지 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책이 다소 특별하게 느껴진다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8쪽)

저자: 이진오, 출판사: 한길사.<사진=Yes24 제공>저자: 이진오, 출판사: 한길사.<사진=Yes24 제공>
'물리 오디세이'는 물리학을 다룬 책인데도 수식이 없다. 사실 딱 두 번 나온다.

운동량 개념을 설명하면서 p=mv라는 식이 나오고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을 설명하는 식이 나온다. 이때도 '이런 유명한 식이 있다' 정도로 간단하게 언급할 뿐 수식으로 계산하거나 다른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입문서' 딱지를 붙이고 있는 많은 과학책이 수식으로 가득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입문서'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이후로는 수식을 구경도 못한 '물알못'(물리를 알지 못함)들에게 수식으로 물리학을 처음 접하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진정한 입문서라면 '운동량은 p입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그 전 단계, 즉 운동량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한 개념인지, 이 개념의 등장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일상에서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등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스토리'보다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리학을 다루면 설명의 폭이 매우 넓어진다. 수식에 집중하면 수식의 작동 과정만 다루게 되고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만 던지게 된다. 하지만 수식 대신 다양한 이야기로 개념을 설명하면 자연스럽게 더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입자를 설명하면서 자유의지에 대해 묻거나 파동을 설명하면서 관찰과 실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묻는 식이다. 이러한 과학철학적 질문은 물리학에 대한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처음 물리학을 접하는 이가 더욱 '완전한' 물리학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최고의 '화자'(teller)다. 직접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설명을 해야 '물알못'도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는지 경험으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서는 찾기 힘든 다양한 예시와 설명법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캐릭터를 비롯해 다양한 삽화도 넣었다. 실제로 저자와 매우 닮은 알파카 선생님과 시니컬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의 표정과 말풍선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교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각종 삽화는 내용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고 그림이나 보면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길 만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각 개념에 대해 매우 집요할 정도로 자세하게 파고들어 설명했다. 중요한 부분은 몇 번이고 다른 예를 들어가며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그래도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해당 장 뒤에 [조금 더 생각하기]라는 부록을 넣어 보충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것을 차분하고도 깊게 다루었습니다. '설명 가능한' 물리를 위해 수식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면서 고등학교 수준에서 나오는 파동의 특성을 거의 모두 언급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499쪽)

메뚜기가 설명하는 열역학 제2법칙 저자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예로 물리학을 설명한다.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쌓은 노하우 덕분이다. 사진은 '메뚜기'를 이용해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수식 사용을 배제함으로써 열역학 제2법칙뿐만 아니라 온도의 개념과 과학에서 '법칙의 위상'이 어떻게 정해지느냐는 문제까지 설명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다.

◆ 물리학의 꽃 '빛'

"빛은 파동의 일종입니다. …드디어 과학자들은 빛의 본질을 알아내는 데 큰 진보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게 겨우 시작입니다. …그리고 정말 머지않아 과학자들은 빛의 본질에 관해서 새로운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더더욱 아리송해집니다. …바로 현대물리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441~443쪽)

'물리 오디세이'는 기본적인 물리학 개념을 소개하고 과학철학적 사유를 조화롭게 구성하기 위해 '빛'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선 제1부는 현대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기본입자, 상대성이론, 혼돈이론, 양자역학을 설명한다.

여기서 빛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데 필요한 기본개념을 익히고 더 나아가 과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가령 과학의 존재목적이라고 생각했던 자연의 정확한 관측과 예측이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부정되었을 때 우리는 과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을 탐구한다.

제2부는 뉴턴의 3법칙과 빛의 입자설이 지닌 과학적 의의를 밝힌다. 이때 신학과 과학의 분화를 설명하며 과학의 핵심은 '귀납적 성격'이라고 정리한다. 제3부는 빅뱅이론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상대성이론과 빛의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때 저자는 빅뱅이론과 관련된 중요한 실험들을 소개하면서 실험의 가치와 실험에 임하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강조한다. 제4부부터 제6부까지는 장(場, field)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빛의 파동설에 대해 알아본 후 양자역학으로 넘어간다. 입자와 파동의 성질이 모두 있는 빛을 양자역학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현대물리학이 과학에 던지는 근본적 질문, 즉 과학의 경계는 무엇인지 묻는다.

사실 우리는 매일 과학의 경계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막 타기 시작한 오늘날 과학은 공기처럼 우리 삶을 가득 채우고 있다. 때로는 영화관을 휩쓰는 SF영화처럼 일종의 유희로 또 때로는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가전제품의 핵심기술로 만나게 된다.

무엇이 과학인지,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과학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 '물리 오디세이'는 대중이 그러한 소양을 쌓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글 출처: Ye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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