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서울대 교수, 원화 유래 단일화합물에서 폐암치료 효능 규명
일화에 ‘기술이전·공동연구개발 MOU’ 체결
“남은 연구인생 폐암치료 신약개발 공헌하고 싶어”

천연물로부터 항암물질을 찾는 이상국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천연물로부터 항암물질을 찾는 이상국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천연물로부터 좋은 항암물질을 발굴하고자 하는 것이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국내에서 확보 가능한 자생식물과 한약재 약 1천여 종을 모아 추출물을 만들었고 폐암세포주에 대해 특히 뛰어난 성장억제효능을 나타내는 추출물을 발견했습니다. 최근까지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왔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남은 연구 인생동안 폐암치료 신약개발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천연물 유래 항암제 연구 개발자인 서울대 약학대학 이상국 교수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항암제 개발을 위해 15년 이상 노력했던 대표적인 연구물질 중 하나인 YD (yuanhuadine)를 기업과 함께 공동연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YD는 팥꽃나무의 꽃봉오리인 원화(Daphne genkwa)로부터 분리된 천연 유래 화합물이다. 이 교수팀은 폐암세포주에 대해 성장 저해 활성을 갖는 물질을 원화로부터 분리 동정했으며, 여러 분리화합물 중 가장 효능이 우수한 화합물인 YD에 대해 후속연구에 집중하여 폐암세포 성장 억제 관련 신규 작용기전을 밝혀왔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양희) 산하의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과 한국제약협회 (회장 이경호)가 공동으로 개최한 ‘바이오파마 미래 테크콘서트 (미래 Tech-Concert)’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일화(대표 이성균)에 지난 6월 30일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 테크콘서트는 기술수요 발굴, 지역 기반, 기업협의체 등 기술 분야의 특성 및 협의상황 등에 맞추어 진흥원에서 추진하는 다양하고 가변적인 형태의 기술마케팅 협의 채널이다.
 
YD의 가장 큰 장점은 폐암 치료제의 내성 표적단백질(AXL)의 분해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 교수가 '왜 암세포는 항암제 내성을 갖게 되는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고 연구에 접근한 결과다.
 
이상국 교수는 향후 2년간 진흥원이 추진하는 '기술업그레이드 R&D 지원'을 통해 일화에 이전한 기술을 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한 후속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암은 초기에 빠르게 진단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개발하는 표적 항암제가 폐암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 과발현 표적 단백질(AXL) 분해 촉진? "내성 발현 억제 조건 만들 것"
 
이상국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이상국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지금은 많은 학생 및 연구자들이 함께하지만 처음 연구할 때만해도 2명의 학생과 단출하게 시작하였습니다. 천여 종의 천연물을 추출하여 항암효과가 있는지 테스트를 하느라 학생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미국 일리노이 대학(시카고)에서 천연물 연구를 시작한 그는 1999년 귀국 후에도 국내에서 확보 가능한 다양한 천연물 유래 물질의 생리활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2005년부터 10년간 진행된 식약처 주관 ‘한약재품질표준화사업’의 사업단장을 수행하며 천연물(한약재)의 약물규정 표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한 과학자이기도하다.
 
그에 따르면 폐암치료의 경우 표적 치료제로 EGFR-TKI(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tyrosine kinase inhibitor)인 '이레사'와 '타세바' 등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은 초기반응이 아무리 좋더라도 평균 10~12개월 이후 이차성 돌연변이 등으로 인한 약제 내성이 발생되는 한계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오트립'과 같은 2세대 EGFR-TKI 및 '타그리소', '올리타'과 같은 3세대 EGFR-TKI가 개발되어 왔지만 이 역시 내성이 생겨나는 한계가 발생하였다.
 
그는 내성이 생기는 원인을 거꾸로 짚어나가며 연구를 시작했다.
 
"암세포에서 항암제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암세포가 살기 위해 다른 단백질을 발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폐암세포주에 표적항암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을 때 AXL 단백질의 분해 속도 감소로 인해 해당 단백질이 과발현되어 항암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따라서 AXL 분해를 촉진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항암제 내성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연구해온 천연물 중 유난히 폐암세포에 우수한 효능을 나타낸 원화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연구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실험을 통해 원화로 부터 얻은 YD가 내성이 생긴 암 세포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AXL의 일련의 분해 과정을 촉진해 내성세포에서의 AXL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임상에 진입한 AXL 억제 약물은 아직 없는 상태다. 따라서 이 교수팀 연구는 새로운 천연물 유래 AXL 억제 활성을 갖는 폐암 내성 극복 항암제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기존 폐암치료제를 투여할 때 암세포 내성 원인 중 하나인 AXL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YD를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내성을 억제시키며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환자들이 암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보통 표적치료제가 암 생성 관련 표적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표적단백질 자체를 분해시켜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활용하는 표적단백질 활성 억제 전략에서 벗어나 내성암세포가 살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없애기 위해 표적단백질 자체를 잘라버리는 방법을 택했다"며 "기존 표적항암제는 일정한 속도로 암 생성을 억제하는데 그러다보면 어쩔수 없이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효과적인 대응을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과발현된 표적단백질을 절단하여 분해시킴으로써 새로운 내성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억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험실 한 켠의 세포배양실.<사진=김지영 기자>
실험실 한 켠의 세포배양실.<사진=김지영 기자>

 
◆ "연구성과와 기업매칭 역할 중요…남은 연구인생 암치료 효능 물질 개발 힘쓸 것"
 
이 교수는 정낙신 서울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난치성, 재발성 췌장암과 진행 중인 방광암에 대한 경구용 항암제로 임상연구중인 물질에 대해 미국의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렉산파마슈티컬스'과 공동연구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기술이전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이전에도 여러 번 개발한 기술을 기업이나 기관 등에 알렸지만 상용화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필요한 수요자에게 관련기술을 소개해준 덕분에 많은 기관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애정을 많이 갖고 있는 물질이 상용화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기쁘다. 개발된 성과들이 묻히지 않게 진흥원이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향후 이 교수와 일화는 2016년 하반기 전임상을 시작으로 2019년 임상1상 IND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후 연구를 통해 2023년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이 외에 이 교수는 지금까지 분석한 천연물 중 항암제로 적합한 물질에 대한 의약품 활용연구와 항염증, 피부노화 및 미백 등의 연구를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항암제로 활용할 수 있는 천연물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합성 등의 과정이 중요하다. 동료들과 함께 천연물이 의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 연구하여 기술개발 할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연구 인생동안 암환자들에게 좋은 치료물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국 교수팀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이상국 교수팀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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