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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으로 30년 소통한 과학자···"헬륨은 독불장군"

[화학연-대덕넷 공동기획]화학계 리더에게 듣는다
과학 대중강연·글쓰기 30여년, 김희준 서울대 명예교수
"내가 아는 것 보다 중요한 내용 재밌게 전달하고 싶어"
[헬로디디·대덕넷]
김희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30여년간 대중을 대상으로 과학강연을 해왔다. <사진=김지영 기자>김희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30여년간 대중을 대상으로 과학강연을 해왔다. <사진=김지영 기자>

미국 유학시절 공부밖에 몰랐던 수줍은 청년에게 '대중강연'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화학을 주제로 한 첫 강연을 준비하면서 긴장도 됐지만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일은 생각 외로 즐거웠다.
 
"더 재밌게 해보자. 딱딱하지 않게 풀어서 이해하기 쉽게."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던 어린 시절, 그 해답을 과학에서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강연을 준비한 청년이 강단에 선지도 벌써 30여년이 지났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현상부터 우주의 탄생까지 누구나 가질 법 한 호기심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싶은 사람. 김희준 서울대 명예교수·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이야기다.
 
김희준 교수는 미국 유학 후 귀국해 대학교수로, 과학대중 강연자로, 과학책을 집필하는 저자로 우리에게 과학을 들려준다. 그런 그가 'K-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좌)'에서 우주와 생명을 주제로 동영상 강좌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K-무크는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등 10개 대학의 20개 강좌를 공개 중으로 지난해 10월 홈페이지가 개설돼 누구나 무료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과학을 폭넓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김희준 교수. 교직에서 은퇴한지 3년이 지났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는 김 교수를 만났다.
 
◆ "내가 아는 것 보다 중요한 내용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노하우"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아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앞마당에 심어놓은 꽃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꽃향기를 맡으며 뿌리에서 빨아들인 영양분이 어떻게 꽃이 되고 향기를 뿜어내는지 궁금했고, 이 모든 것이 화학과 연관이 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기 시작했죠."
 
유년 시절 과학을 좋아했던 김희준 교수는 서울문리대 수석입학, 서울대 화학과 졸업 후 1970년대 미국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하면서 '재밌는 화학여행(1996년)'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는데, 미국 유학 중 집필해 한국에서 출판하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그가 쓴 재밌는 화학여행은 절판됐지만 10쇄 이상 재인쇄에 들어가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희준 교수가 처음으로 집필한 책 '재미있는 화학여행'.<사진=김영사 홈페이지 캡쳐>김희준 교수가 처음으로 집필한 책 '재미있는 화학여행'.<사진=김영사 홈페이지 캡쳐>
"출판사 김영사에서 재밌는 과학시리즈를 출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수학, 물리, 생물, 유전자 등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 중 화학이 빠져있더군요. 출판사에 연락해 화학 관련 시리즈를 출판할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고 없다면 직접 써보겠다고 제안한 게 인연이 됐죠."
 
사실 그가 책을 통해 대중과 소통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인의 부탁으로 프레이밍햄대에서 진행된 평생교육강의를 맡게 되면서다. 저녁시간에 진행되는 강의로 동네 아주머니부터 학생, 할머니까지 많은 사람들이 화학강의를 들으러 왔다.
 
강연을 하다 보니 더 재밌고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강연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쉽고 재밌는 대중강연 훈련을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스로 만족해 다른 원소들과 화학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헬륨을 '독불장군'이라 표현하고, 원자가 전자를 공유해 안정한 화합물을 만드는 것을 결혼과 내 집 마련 등에 비유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유개념 공통점을 찾아낸다. 지금이야 오랜 강의로 노하우가 쌓였지만 당시만 해도 꽤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보다 중요한 내용을 어떻게 이해시킬까를 고민했다"며 "그러기위해 필요한 것이 '청중이 재밌게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전달해야 청중이 흥미롭게 받아들일까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평생교육 강의가 익숙해질 즈음 그의 머릿속에는 '한국의 많은 학생들도 다양한 형식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러던 중 김 교수에게 한국에서의 교수생활 제의가 들어왔고 약 20여년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 귀국 후 대중강연, 책 발간 등 꾸준함 유지…‘서울대 우수강연 선정’ CD 제작
 
1997년 초 한국에 귀국한 그는 수업할 교재를 집필하거나 대중 대상 책발간, 화학 관련 번역을 꾸준히 벌이며 대중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근까지 김 교수는 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빅뱅 우주론의 세 기둥, 기원 등을 발간했다.

김희준 교수는 과학 관련 다양한 강연과 책 등을 써 왔다.<사진=SNUOCW_자연과학의세계 동영상 캡쳐>김희준 교수는 과학 관련 다양한 강연과 책 등을 써 왔다.<사진=SNUOCW_자연과학의세계 동영상 캡쳐>

대중 강연도 꾸준하게 이어갔다. 한국에서 그의 강연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교직생활 중인 2002년 서울대가 처음으로 선정한 우수강의로 뽑히면서다. 우수강의는 CD 1000장으로 제작돼 '서울대 강의수준 향상'을 위해 서울대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 연구원생들이 1차 배포됐다.
 
소문을 접한 다른 전공 교수나 고교교사, 사내교육 담당자 등에게 CD 구입문의가 밀려들었다. 김 교수의 명강의를 직접 듣고 싶다는 신청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나 방송국 특강 등 요청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과학이야기를 전해주며 지금까지도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카오스재단에서 '기원'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당시 함께했던 연사의 강연 내용은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2~3주 전에도 일반인 대상으로 광주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 "기회가 된다면 글 계속 쓰고 싶어"
 
"이전에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해 궁금한 점을 묻거나 토론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좋은 예습자료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에서 동영상 강의는 많은 장점을 갖습니다."
 
작년 김희준 교수는 K-무크가 진행하는 한국형 온라인 무료 공개 강좌영상을 촬영했다. 학생들이 동영상 강연으로 미리 예습을 해오면 김 교수는 강의에서 궁금한 부분을 묻거나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동영상 강의 제안을 받았을 때만해도 학생들이 영상을 제대로 예습해올지 반신반의했으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전에 영상을 예습하고 있다.
 
최근 K-무크는 하버드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가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 에덱스(deX)와 협력해 국내 영상을 해외용으로 제작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준비를 잘 해서 외국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중강연을 하고 있는 김희준 교수 모습.<사진=화학연 제공>대중강연을 하고 있는 김희준 교수 모습.<사진=화학연 제공>
 
앞으로 김희준 교수는 꾸준히 과학 대중강연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기회가 되면 글도 써나갈 계획이다.
 
그는 "철학적 질문과 과학적 대답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한 적이 있다. 이 책과 연결해 과학적 대답과 종교적 질문이라는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 “화학연 40주년, 사회 기여와 화학 발전에 기여해주길”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화학이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화학연이 사회에 더 기여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인류역사에 가장 혁명적인 발명을 만들어낸 분야 중 하나가 화학이다. 그 중 1908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발명한 하버법(암모니아를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는 제조 방법)은 화학계 최고의 성과로 꼽힌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비료의 합성에 중요한 암모니아를 공업적으로 제조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프리츠 하버는 이 업적으로 1918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김희준 교수는 "인류 26억 명을 구했다는 하버법도, 물을 소독해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도 모두 화학"이라며 "화학이 과학적 업적을 통해 인류 삶을 개선해주고 풍요롭게 해준 면이 많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역할에 한국화학연구원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화학이 인류문명에 이바지한 고마운 존재이지만 환경문제, 건강을 위한 좋은 의약품 개발 등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더 많다"며 "화학연이 그동안의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화학을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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