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2일 첫 과학기술전략회 관련 성명 발표···"새로운 것 없다" 지적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전략회의에 대해 "'립서비스와 유체이탈' 말고 새로운 것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17일 발표했다. 

공공연구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R&D 컨트롤 타워를 자칭하는 회의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 모두 기대했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미래부와 산자부 관료들이 만들어 낸 오래된 레퍼토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관료들이 작성한 철지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립서비스와 유체이탈' 표현만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R&D를 지원해도 경제를 견인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함께 "난마와 같이 얽혀 고사해가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연구'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연구조직과 과학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과학기술전략회의, '립서비스와 유체이탈' 말고 새로운 것이 없다!

도대체 누가 30년이 넘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어떻게 연구윤리를 확보할 것이며, 젊은 연구자들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2일 첫 번째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관했다. 정부의 R&D 컨트롤 타워를 자칭하는 회의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 모두 기대했다. "R&D 시스템 혁신을 통해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겠다.", "대학은 한계돌파형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의 기지로, 출연연은 미래선도 원천연구의 메카로, 기업은 상용화 연구의 중추적 역할 수행하게 하겠다.",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조화된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미래부와 산자부 관료들이 만들어 낸 오래된 레퍼토리이다. 어딘가에서 R&D 예산을 줄여서 어딘가 유행인 다른 곳, 나노에서 녹색, 이제는 '알파고'에 투자할 것이다. 그래도 그 예산은 이리저리 돌아 관료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나오고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낙하산 자리를 창조해 내니 자기들은 손해 보는 게 없다. 

"R&D 예산 배분은 행정 관료들의 파워 게임으로 변질된 상황입니다."(대학교수)
"기획재정부로부터의 권한위임이 없는 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바로서기 어렵습니다."(정부인사)
"계속적으로 바뀌는 정권․행정관료 중심 운영으로 국가 연구개발체제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기업 CEO)
"관료 중심 연구개발체제는 전문성 없는 의사결정과 과학기술자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연연 연구원)

ADL 보고서조차 지적한 한국사회 R&D의 핵심적인 문제는 1)비전문가에 의한 R&D 정책 결정, 2)과학기술발전보다 부처 간 예산 확보 중시, 3)실효성 있는 R&D 추진 어려움, 4)R&D 정책 성과 저하, 5)과학기술계에 대한 불신, 6)R&D 의사결정 권한 위임 미흡이라는 6단계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악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의 고리'의 고착화, 즉 정권⋅행정관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가 R&D 체제에 있다. 6000억으로 전략연구 하면 해결되는 것을 10대 재벌이 돈 되는 곳을 못 찾아 사내유보금 550여 조를 쌓아두고 전전긍긍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권․행정관료 중심의 이름만 '선도형'인 국가 R&D 체제로는 생산성의 급격한 증대를 동반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예고되는 사회적․기술적 격변기에 대응하지 못한다. 

1.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가? 문제는 어떻게 공식화되어야 하는가? (정의)
2. 현 단계의 지식 수준에서 그 문제에 대한 답이 있는가? (해결가능성)
3. 그 문제는 어떻게 풀려질 수 있는가? (해결 방법)
4. 어떤 지식이 유효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에 적용될 수 있는가? (지식의 유효성과 신뢰성)
5. 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해결 주체)

과학 공동체조차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해결하기 어렵다. 오로지 젊은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북돋우고 경험과 역량을 축적할 수 있도록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연구환경을 보장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 과학 공동체의 현실은 절망적이기만 하다. 가습기 살균제로 확인된 사망자만 239명인데, 살균제 교수와 청부과학자들은 연구윤리를 저버리고 기업의 하청업자 혹은 권력의 개가 되었다. 2015년 5월 감사원이 내놓은 <국가 R&D 참여연구원 관리실태> 보고서에는 연구비 비리 유형과 행태가 백서처럼 펼쳐져 있다. 2016년 3월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학연생은 실험 중 폭발로 손가락이 절단되고 손에 큰 부상을 입어 아직도 병원에 있다. 정규직 임금의 1/3 수준을 받는 학연생은 학생이기에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크게 다쳐도 산재를 적용받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표 어느 곳에서도, 누가 30년이 넘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어떻게 연구윤리를 확보할 것이며 젊은 연구자들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찾아볼 수가 없다. 

관료들이 작성한 철지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립서비스와 유체이탈' 표현만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R&D를 지원해도 경제를 견인하지 못한다. 오히려 민간과 경쟁하거나 중복투자만 늘어날 뿐이다. 관료제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 

난마와 같이 얽혀 고사해가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연구'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연구조직과 과학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의 구체적인 구현은 과학 공동체의 몫이며 우리 노동조합은 최선의 지배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 주체들과 대화하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노동조합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한 연구현장의 모든 분들과 함께, 그리고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고심하며 관심을 갖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정권⋅행정관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제를 타파하고 국가 R&D 체제의 혁신과 과학기술의 민주적 기획과 통제를 이루어낼 것이다. 


2016. 5. 17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조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