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연구진 "국가 독성안전망구축, GLP 인증 획득 등 강조"

가습기 살균제 '옥시 사태'로 독성연구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독성연구 전문기관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화학물질정보시스템(NCIS)에 따르면 1가지 항목 이상 인증을 받은 독성연구 관련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우수실험실운영기준·이하 GLP) 시험기관은 총 16군데로 집계된다. 

GLP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인정하는 기준으로써 화학물질의 안전성평가를 위해 실시하는 각종 독성시험과 환경독성시험에 대해 계획, 수행, 감독, 기록, 보고 단계에서 준수사항을 이행하고, 시험과정과 결과에 따른 신뢰성을 확보하는 품질관리체계를 의미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화학물질독성연구실(실장 김증호)은 화학물질연구센터와 만성흡입독성시험센터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화학물질의 물리적 위험성 시험·평가, 화학물질에 기인한 화학사고 예방과 원인 규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흡입독성시험센터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흡입독성 시험을 통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에게 미치는 발암성 유무와 표적장기, 무유해영향농도 등 독성미확인물질의 유해성을 예측해 직업병을 예방하고 있다. 또한, 건강 장해 발생시 동물실험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화학물질 유해성 분류, 작업환경 관리 노출 기준 설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동물시험설비는 만성발암성시험, 아만성 시험, 급성 시험 등이 가능한 실험용쥐 14세트와 챔버 60대를 보유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소장 정문구)는 안전성평가를 위해 이뤄지는 비임상 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인 GLP 인증을 국내 최초로 인증 받은 시험기관이다.

지난 1988년 국내 최초 의약품 GLP 규정에 의한 보건복지부 공인 연구기관으로 지정받은데 이어 1998년 환경부와 2002년 농림부의 GLP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1990년 일본 농림수산성 GLP 인증과 2000년 OECD GLP 상호방문평가 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2005년과 2012년 미국 FDA의 실태조사에서 적격 결과를 받았다.

​안전성평가연이 제공하고 있는 시험으로는 쥐, 토끼, 개, 원숭이를 이용한 단회·반복투여, 만성, 발암성, 생식독성, 유전독성, 면역독성, 생물의약, 환경독성 등이 있다. 또한, 약효·독성 실험을 위한 영장류 실험 동물동과 검역시설도 갖추고 있다.
 
특히 FDA, OECD 등 국제 기준에 맞춘 발암성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관으로, 발암성 시험의 경우 일반적인 설치류 외에 형질전환 마우스를 이용한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전북 정읍시에 완성된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본부장 한수철)는 국내 최초로 호흡기 질환 등을 연구하는 흡입독성시험연구동을 포함해, 바이오의약품 등의 개발에 필수적인 영장류와 설치류독성시험 등이 가능한 시험시설을 갖췄다.

지난해 1월 미국 FDA GLP 사찰 결과 국내 민간 비임상시험기관 최초로 적격 승인을 받은 바이오톡스텍(대표 강종구)은 국내 CRO(임상시험수탁기관·이하 CRO)로서 유일한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2010년에는 국내 대표 CRO로 선정되어 OECD 상호방문평가단의 GLP사찰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동물복지 관련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 International) 최고 등급인 완전인증과 환경독성 분야에서 민간 CRO중 아시아 최초 AAALAC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오톡스텍은 일본 종합분석회사인 스미카분석센터와 합작회사인 SBB를 설립하고,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등 생체시료분석이 가능한 비임상 CRO로 발전하고 있다.

켐온(대표 송시환)은 지난 2000년 1월 국내 최초의 민간 비임상시험기관으로 설립됐다. 국내 유수 제약기업뿐 아니라 외국 제약사, 신약개발 벤처기업, 식품회사 농약사, 화학물질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비임상시험부문에서 국제화를 모색하고 있다. 

켐온은 GLP 체계 하에서 이에 적합한 시설, 장비,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의약품, 식품, 화장품 등의 인허가에 필수적인 안전성 시험, 유효성평가, 병리평가 등 각종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실험동물센터(센터장 김충용)는 실험동물분야 전문연구 지원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 개발, 맞춤형 동물모델 제작, 생체영상을 이용한 유효성 평가, 의료기기 개발, 수술을 수행함으로써 단지내 연구기관이 필요로 하는 실허동물 유지관리와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 독성연구 전문가들 "국가적 독성안전망 구축해야"

"국가 독성안전망이라는 큰 틀의 체계를 갖고 국책연구기관이 기존의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수행하지 않고 있는 국민 안전을 위한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과학자와 업계 관계자는 실험자료를 발췌독하지 말고 정직해져야 합니다."(김충용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실험동물센터장) 

"산업계에서 독성연구를 산업화의 걸림돌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성 연구를 통한 기초안전자료 확립으로 산업계를 지원할 수 있으며, 신소재나 재료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인지하고 관련 위해성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 흡입독성연구센터장)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독성연구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이를 교훈으로 삼아 독성 연구가 활성화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안전한 인력수급과 정부 수가 문제를, 학계와 연구계에서는 불안정한 연구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강부현 켐온 전무이사는 "제약회사에 비해서는 대우가 다소 낮기 때문에 인력수급이 쉽지는 않다"면서 "정부의 독성 연구 의뢰 수가의 경우에도 예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충용 센터장은 "불안정한 연구비, 실험실 여건 등의 이유로 학계에서는 설치류를 활용한 인허가 관련 기전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업에서는 수익창출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 안전을 위해 국책 연구원이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의 윤리적 책임 강화, 스프레이 흡입 제품 등 관련 법 제도 개선과 해당 부처별 칸막이 해소는 시급한 문제중 하나다.  

곽진 질병관리본부 보건연구관은 "질병관리본부의 현재 임무와 역할은 감염성 질병과 만성질병 관리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로 일어난 환경성 질환을 수습하기에는 어렵다"면서 "보건복지부 차원에서의 제품 강제 수거, 피해조사 등을 수행했으나, 이후의 문제는 환경부, 산업부 등 각 관계 부처별 프로세스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GLP 인증 획득, 독성기초연구 등을 통한 연구 신뢰성 확보를 향후 필요한 항목으로 제시했다. 

강부현 이사는 "OECD 국가간 공식문서와 절차로 인정되는 GLP 확보를 통해 시험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국내 의뢰가 가능한 프로젝트의 절반 가량이 미국, 독일 등 현지 업체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신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규홍 센터장은 "황산, 질산, 불산과 같은 물질은 유독성이 있어도 일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면서 ”물질 자체의 유독성 여부보다는 활용 방법에 따른 인체 영향을 고려하고, 정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설치류에서 영장류 실험으로의 확대 등과 더 많은 독성연구를 통해 신뢰성 향상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규홍 센터장은 "원숭이 등 영장류 실험 여건이 아직 구비되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중으로는 구축되기를 희망하며, 향후 더 많은 독성연구를 통해 국민 안전을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충용 센터장은 "국가 연구소 등에서 일반 동물 실험 범위는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는 수급이 쉽지 않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사육과 재사용을 위한 작업에 비용이 소모되는 등 관리상 어려움도 존재하지만 앞으로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어 신뢰성을 더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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