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과천 잔류 이유 없어, 원안대로 이전해야" 촉구
지자체, 정당, NGO 강력 반발…"제2의 세종시 수정안"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과천청사에 잔류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과기계 현장에서는 '과학기술계 난맥 가속화'를 우려하며 한 목소리로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9일 과학기술계 등에 따르면 미래부 이전고시를 위한 공청회 배제는 미래부의 과천 잔류를 위한 잠정적 결정으로 과학기술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편협적인 판단이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주무 부처와 연구기관의 간극을 좁혀 과학 발전에 이바지해도 모자랄 판에 미래부가 과천에 남는 것은 과학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

출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 관계자는 "산업부를 포함해 많은 정부 부처가 세종시에 있다. 과학기술 현장이 대덕단지에 있는데 주무 부처인 미래부가 과천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사안이 있을 때마다 협조요청, 지원요청을 하는 데 지금 상황으로는 현장 커뮤니케이션도 어렵다. 세종으로 오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생명연 K 박사도 "과학기술 현장이 대덕 뿐은 아니지만 핵심 연구기관이 있는 곳이 대덕특구다. 미래부가 과학기술과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며 "과천에 있을 이유가 있다면 괜찮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과천 잔류에 큰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건, 환경, 농림 등 다양한 분야에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세종시에는 보건부, 환경부, 농림부 등 부처들이 모여 있는 만큼 미래부가 협력할 수 있는 세종시로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법적 근거를 들어 미래부의 세종시행이 당연함을 강조했다.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제16조에 따르면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여성가족부·안전행정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한 모든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표준연 N 박사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오기로 돼 있었는데 안 온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래부가 과학기술 담당 부처라면 제일 먼저 세종시에 왔어야 한다. 연구단지와 가장 가깝게 있어야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 J 박사는 "미래부의 세종시행은 당연한 거다. 과천에 잔류한다는 것은 정부가 꾀를 부리는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미래부 출장에 하루가 다 소비 된다. 비효율적인 것은 고쳐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기계연 C 박사 역시 "미래부 내 소속 기관 절반 이상이 대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이 대덕에 자리하고 있는데 미래부도 가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가까이 있으면 전화로 할 것을 얼굴보고 하고 좀 더 친밀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래부의 세종시행에 대한 과학계의 바람은 본보가 최근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과학기술계 100명을 대상으로 한 미래부 이전 질문에 80%가 미래부의 '세종행'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불과 8%에 그쳤다.

◆ 지자체·정당·NGO 등 미래부 과천 잔류 강력 '반발'

미래부 과천 잔류설에 과학계 원로들을 비롯해 지자체, 정당, 시민단체 등도 '세종시 수정안이나 다름없다'며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래부를 과천에 잔류시키려는 움직임은 제2의 세종시 수정안에 비견되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위"라며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세종시 원안 사수 차원의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세종시당(위원장 유한식)도 성명에서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당연한 것"이라며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건설된 세종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만큼 정부는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서둘러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세종시당(위원장 이해찬)도 논평을 내고 "경제·사회부처 대부분이 세종청사에 정착한 상태에서 업무 연관성이 많이 있다"며 "미래부가 이전하지 않아 새로운 형태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촉구했다.

유성구와 유성구의회도 행정자치부의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을 언급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이전 제외기관이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안정행정부로 명기된 만큼 미래부의 세종청사 이전은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철저한 법 이행을 강조했다.

이어 "과학벨트의 정상추진과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입국의 상징적 측면을 고려하면 미래부의 세종청사 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단체와 시민사회단체도 '제2의 세종시 원안사수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문제만큼은 지역민들이 하나로 뜻을 모아야 한다. 공동 성명, 총궐기 대회 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마땅히 세종시로 이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20만 세종시민과 500만 충청인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세종시의 건설 취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세종시를 부정하려고 했던 이명박 정부의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계 한 원로는 "미래부가 과천에 남는 것은 연구자들의 현장이 과학기술에 필요없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과학기술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과기인은 물론 언론인, 정치인들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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