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형섭 묘비에 선 KAIST 학생들…"이 분 있었기에"

12일 오전 현장수업 일환 방문…"과학역사 알고 미래 기틀 마련"

조양구 표준연 박사가 故 최형섭 전 장관의 일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참배하며 애국지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심적으로 힘들 때, 힘을 받기 위해 다시 찾아올 겁니다."

오전 7시. KAIST(총장 강성모) 학생들이 故 최형섭 전 장관의 묘역을 찾았다. '읽기와 토론 특강' 시간을 이용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학생들은 현충탑에서 참배한 후 사회공헌자 묘역으로 이동,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토대를 확립한 최형섭 전 장관의 묘역에서 묵념하며 최 장관의 넋을 기렸다.

이번 현장수업에 조양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동행해 과학계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 이공계 과학도에게 '기본에 대한 인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조양구 박사는 "이 세상은 몇몇 앞서는 유능한 사람들에 의해 바뀐다"며 "리더가 되려면 부단한 노력과 선배들의 절대적 진리에 가까운 삶과 정신을 보며 자기 발전을 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최 전 장관은 미국으로 건너가 제련공학을 연구하며 196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금속연료종합연구소에서 금속공학 분야의 주제를 연구했다.

1966년에는 과학입국 가치에 따라 설립된 KIST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고, 1971년부터 7년 6개월간 최장수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지내며 대덕연구단지설립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한국 과학기술의 아버지'로 칭송받는다.

최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과학 입국'의 기치 아래 우리나라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우리나라가 해방 직후 사회적·경제적으로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는 것에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이번 현장 수업에 참가한 과학도들이 국가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공부하고, 인류에 기여할 방법에 대해 화두를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또한 최 전 장관의 묘비명 역시 과학도들에게 감동을 주며 회자되고 있다. 이번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묘비에 새겨진 '연구자 덕목' 같은 정신과 자세로 연구하고 싶다"며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조 박사는 "그동안 과학의 역사가 축척·연계가 없고 중구난방이었다"며 "과거 해방 이후 이승기 박사, 이태규 박사 등 한국의 미래를 밝힐 유능한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떠났다"고 말하며, 과학의 전통을 새로 만들어가며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각자의 특색을 또렷하게 만들고, 틀에 박힌 학습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학습이 필요하다"며 "많은 현장체험과 경험들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충원에 방문한 한 학생은 "아이작 뉴턴의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글이 떠올랐다"며 "내가 지금처럼 평안하고 안전한 사회에 사는 이유는 현충원에 잠든 수많은 거인들 때문이다"고 말했다.

◆  최형섭 박사 '연구자의 덕목'

1.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2.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3.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되어야 한다.

4.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5.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엄숙한 분위기에 묵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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