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지난 3월 하순에는 봄 기운이 흐르는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진 지리산 둘레길 일부를 걸을 기회가 있었다. 화창한 봄날씨와 함께 막 물이 올라 연두빛으로 피어나는 물가의 나무들과 강변을 온통 노란색 물감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피어있는 개나리가 싱그러운 봄임을 느끼게 하였지만, 불행히도 아직 벚꽃들이 피지 않아 기대했던 봄 풍경에서 2% 부족한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 잠시 시간을 내어 숙소 주변과 뒷편의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 보았다. 숙소 주변에는 산수유와 동백이 한창이었지만 산길 주변에는  현호색만 몇 군데 보일 뿐 다른 봄 야생화는 아직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섬진강의 봄.지난 3월 하순에는 봄 기운이 흐르는 섬진강변으로 이어진 지리산 둘레길 일부를 걸은 적이 있다. 막 물이 올라 연두빛으로 피어나는 물가의 나무들과 강변을 온통 노란색 물감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피어있는 개나리가 싱그러운 봄임을 느끼게 하였지만, 불행히도 아직 벚꽃들이 피지 않아 기대했던 봄 풍경에서 2% 부족한 느낌이었다.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0 s, F/5.6, ISO 100
섬진강의 봄.지난 3월 하순에는 봄 기운이 흐르는 섬진강변으로 이어진 지리산 둘레길 일부를 걸은 적이 있다. 막 물이 올라 연두빛으로 피어나는 물가의 나무들과 강변을 온통 노란색 물감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피어있는 개나리가 싱그러운 봄임을 느끼게 하였지만, 불행히도 아직 벚꽃들이 피지 않아 기대했던 봄 풍경에서 2% 부족한 느낌이었다.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0 s, F/5.6, ISO 100
그런데 4월에 접어들자 기다렸다는 듯 봄꽃들이 주변에서 앞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목련과 살구꽃이 피는가 했더니 하루 이틀 사이로 온 동네가 벚꽃 세상으로 변하여 정말 아름다운 꽃동네가 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4월에 들어서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자 봄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화창한 봄날씨를 구경하기는 어려웠다.

현호색.숙소 주변에는 산수유와 동백이 한창이었지만 산길 주변에는 현호색만 몇 군데 보일 뿐 다른 봄 야생화는 아직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00 s, F/3.5, ISO 100
현호색.숙소 주변에는 산수유와 동백이 한창이었지만 산길 주변에는 현호색만 몇 군데 보일 뿐 다른 봄 야생화는 아직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00 s, F/3.5, ISO 100

나와 같이 자연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4월은 일년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바쁜 시간이다. 이 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만 아름다운 벚꽃과 봄꽃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가 오고 흐린 날이 이어지면서 파란 하늘에 연분홍빛으로 화사하게 봄을 물들이는 벚꽃 사진을 찍을 수가 없게 되었다.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에겐 정말 한 해 농사를 다 망치고 만 샘인지도 모른다. 

봄은 꽃세상.4월에 접어들자 기다렸다는 듯 봄꽃들이 주변에서 앞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목련과 살구꽃이 피는가 했더니 하루 이틀 사이로 온 동네가 벚꽃 세상으로 변하여 정말 아름다운 꽃동네가 되었다.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00 s, F/3.5, ISO 100
봄은 꽃세상.4월에 접어들자 기다렸다는 듯 봄꽃들이 주변에서 앞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목련과 살구꽃이 피는가 했더니 하루 이틀 사이로 온 동네가 벚꽃 세상으로 변하여 정말 아름다운 꽃동네가 되었다.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00 s, F/3.5, ISO 100

그래도 나는 풍경보다는 꽃을 가까이에서 찍는 접사라는 분야의 사진을 주로 찍기 때문에 크게 농사를 망쳤다고 할 수 없으니 다행이다. 어쩌면 날씨 덕분에 화창한 날과는 다른 분위기의 꽃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봄.불행하게도 4월에 들어서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자 봄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화창한 봄날씨를 구경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쩌면 날씨 덕분에 화창한 날과는 다른 분위기의 꽃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Pentax K-5,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200 s, F/3.5, ISO 100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봄.불행하게도 4월에 들어서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자 봄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화창한 봄날씨를 구경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쩌면 날씨 덕분에 화창한 날과는 다른 분위기의 꽃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Pentax K-5,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200 s, F/3.5, ISO 100

며칠 전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의 음악프로를 들은 적이 있다. 마침 그 전날 독주회를 마친 첼리스트 김두민씨가 출연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국내와 국외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총망받는 젊은 첼리스트이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남들이 모르는 큰 아픔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전에 한 국제 콩쿠르 준비를 하면서 연습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손에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6개월간 첼로를 만지지 못하였는데, 손이 완전히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가 없어 다시 첼로를 시작할 때에는 정도가 아닌 돌아가는 방법을 처음부터 새롭게 터득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오히려 음악에 대해 더 절실하게 만들어 주었고 깊은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지금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오히려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되어 더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도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젊은 나이이지만 인생의 깊이가 느껴져 학교에 도착 한 후에도 그가 생방송으로 연주한 드보르작의 '고요한 숲'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 봄을 드립니다.날씨가 나쁠 때 오히려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Pentax K-5, PENTAX-D FA 100mm F2.8 MACRO, 1/320 s, F/4.5, ISO 100
당신에게 봄을 드립니다.날씨가 나쁠 때 오히려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Pentax K-5, PENTAX-D FA 100mm F2.8 MACRO, 1/320 s, F/4.5, ISO 100

사진을 찍는 일도 그의 생각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오히려 음악에 집중하게 되어 더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 처럼, 날씨가 나쁠 때 오히려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제약조건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악조건을 만날 때 이를 이겨내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더 좋은 연주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봄을 바라보다 (심도가 깊은 사진).날씨가 화창한 날이라면 연분홍빛으로 흐드러지게 핀 큰 벚나무를 풍경사진처럼 깊은 심도로 바라보자. Pentax K-3, 2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160 s, F/11, ISO 100
봄을 바라보다 (심도가 깊은 사진).날씨가 화창한 날이라면 연분홍빛으로 흐드러지게 핀 큰 벚나무를 풍경사진처럼 깊은 심도로 바라보자. Pentax K-3, 2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160 s, F/11, ISO 100

며칠 전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로 피사체를 담는 방법과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진에  심도라는 것이 있다. 심도란 한 장의 사진에서 선명하게 초점이 잘 맞는 영역의 깊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풍경사진들은 근경에서부터 원경까지 초점이 잘 맞도록 찍는데 이때는 초점의 심도가 깊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접사를 할 경우 주제가 되는 부분은 선명하게 초점이 맞지만 뒷 배경은 흐릿하게 아웃포커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심도가 얕다고 한다.

봄날의 젖은 꿈 (심도가 얕은 사진).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라면 무드 나는 꽃사진처럼 얕은 심도로 작은 꽃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그 안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사진 같은 삶을 살면 좋겠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50 s, F/4.5, ISO 100
봄날의 젖은 꿈 (심도가 얕은 사진).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라면 무드 나는 꽃사진처럼 얕은 심도로 작은 꽃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그 안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사진 같은 삶을 살면 좋겠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50 s, F/4.5, ISO 100
심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용하는 렌즈의 초점거리,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 및 조리개의 열린 정도가 있다. 초점 거리가 긴 망원렌즈일수록,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는 얕아진다. 또 조리개를 많이 열어 줄수록, 즉 조리개의 수치가 작아질수록 초점의 심도는 얕아진다. 그래서 풍경 사진을 찍을 때는 초점거리가 짧고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를 사용하면서 조리개를 조여(조리개 값을 11 이상) 촬영하고, 주인공이 되는 피사체는 또렷하게 하면서 배경을 아웃포커스 시키고 싶으면 초점거리가 긴(보통 100 mm 이상) 망원렌즈를 사용하면서 조리개를 많이 열어 (조리개 값을 3 ~ 5.6) 촬영하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심도가 깊은 사진처럼 모든 것에 눈을 주면서 넓은 관심을 가지고 오지랖 넓게 살 수도 있으며, 심도가 얕은 사진처럼 관심의 대상을 최소화 하고 주된 대상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보면서 살 수도 있다. 어떤 태도가 좋다고 말할 수 없으며 각자 선택의 문제이리라. 물론 때에 따라 두 가지 방식을 번갈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날씨와 상관 없이 봄꽃이 가득 피어 세상은 이제 꽃세상이다. 우리의 삶도 이 봄과 같아서 때론 화창한 날이 있는가 하면 때론 비오고 바람부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라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분홍빛으로 흐드러지게 핀 큰 벚나무를 풍경사진처럼 깊은 심도로 바라보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라면 무드 나는 꽃사진처럼 얕은 심도로 작은 꽃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그 안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사진 같은 삶을 살면 좋겠다.

 


4월의 시/ 이해인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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