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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기술원 3만평…"창조경제 전진기지 기회 사라지나"

[긴급진단④]중견기업들 분할 매입…일부 투기 의혹도
특구재단, 아직 용도변경 허가 안내 개선 실마리 남아
"벤처 인큐베이터로 만들어 특구 활성화 시켜야"

길 하나 사이로 땅 값이 3배 차이가 난다면? 대덕특구 내 용지의 특별 분양에 이어 또다시 염가 분양을 받는다면?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덕특구 내에서 현재 진행중인 일이다. 최근 택지개발중인 문지지구의 산업용지 땅은 m²당 240만원. 길 하나 건너의 동부기술원은 80만원대다. 특구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제한돼 염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지에 입주하려는 기업 가운데 일부가 대덕테크노밸리에서 이미 싼값의 분양을 받고 이익 실현을 한 다음 다시 이곳에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동부기술원에 입주할 예정으로 있는 L 중견 벤처기업은 대덕테크노밸리 조성 초기 시절 평당 50만원에 입주하는 혜택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 최근 부지를 250만원에 타기업에 양도하면서 500%의 시세차익을 달성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동부기술원 부지로 이전하는 특수혜택을 또 다시 누리게 된 셈이다.

동부기술원이 지역 기업들에 분할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오랜기간 동안 이 지역에 살아온 모 박사는 이렇게 됐으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동부기술원은 특구 내에 별로 남지 않은 공공부지라 할 수 있다. 특구가 세계적인 벤처집적단지가 되려면 스타트업들이 자리잡을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덕특구에는 그런 공간이 거의 없다. 동부 3만평의 공간을 특구 재단이 대전시 혹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매입해 이곳을 벤처인큐베이팅 센터로 활용하면? 카이스트 문지 캠퍼스와도 연계되고, 옆의 LG화학기술원과도 공간을 같이하며 세계적 벤처 집적단지로 되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다르다. 최근 동부기술원 부지에 대한 매각절차가 일부 중견벤처기업들의 컨소시엄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아직 특구재단 및 미래부 측에서 부지 용도변경에 대한 허가는 내주지 않아 재검토의 실마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동부기술원 매각 공고가 나오자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신생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은 특구법 공공성에 기반해 '우리도 공간활용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퍼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만평에 이르는 동부기술원 부지가 일부 중견 기업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권이 넘어가자 이 공간은 엄두도 못내는 그림의 떡이 됐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대덕특구가 과연 미래 발전 구상에 따른 원칙을 갖고 공간 관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또 다른 공간 재활용 기회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공공성에 기반한 장기적·구체적 발전 계획을 설계하고, 그에 따라 공간이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구 내 알짜배기 부지로 꼽히는 동부기술원. <사진=강민구 기자>

◆ 있으나마나 한 특구법?…대덕 구성원 '장기적인 접근법 아쉽다'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38조에 따르면 입주기관이 교육·연구 및 사업화 시설구역의 부지·시설 또는 건축물을 양도하려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래부는 법 제37조에 따른 교육·연구 및 사업화 시설구역 입주승인신청서의 접수·확인, 법 제38조에 따른 건축물 등 양도승인신청서의 접수·확인을 특구재단에 위탁하고 있다.

현 상황은 대전광역시의 자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심의, 미래부의 승인이라는 큰 틀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례를 적용하면 동부기술원이 매각 공고와 협상을 통해 양수인을 결정하고, 신청서를 특구재단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미래부의 승인을 받는 절차다.

일각에서는 동부기술원 입주 중견기업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인 G씨는 "이권이 있는 일부 중견벤처들이 동부기술원에 입주하게 됐는데, 어느 기업은 부지 매입을 통한 시세차익을 경험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서류상으로 완벽하면 해당 기업의 실태조사, 투기 의혹 등을 해명하고 조사할 법적 근거와 토대가 없다. 각 신청서의 요건만 충족되면 된다. 또한, 선정 이후 업체를 관리, 감독할 규정도 미비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동부기술원과 같은 특구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대해 장기적 접근이나 구체적인 미래 발전 계획 없이 매각이 결정되고 추진됐다는 점에 있다. 

작년 동부기술원의 매도 상황 발생시 적어도 미래부나 특구재단은 분명한 공간의 목적과 미래 방향을 가지고 동부기술원 3만평 부지를 특구 활성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았어야 했는데, 아무런 방향성 없이 매각과정을 처리하는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덕특구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공간의 활용 기회를 특구가 아무런 논의와 고민 없이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창조경제 전진기지로서의 특구 활성화 기회로 살려 다시 한 번 재검토되길 바라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영악화로 인한 자구책의 일환인 동부기술원 매각 부지는 한전 발전교육원과 벤처기업 컨소시엄의 경합 양상이었으나, 한전 측의 포기로 인해 벤처기업 컨소시엄 단독입찰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벤처기업 컨소시엄이 선정되고, 매각절차 단계에 있는 것이다.

이번 매각의 부지활용 계획안에 따르면 3만평 달하는 부지에는 7개 벤처기업이 분할 입주할 예정이다. 동부 측 관계자에 따르면 2월 말 매각 잔금까지 처리가 완료됐으며, 3월까지 남은 직원들은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입주 예정 기업 관계자들은 매각 절차 완료까지 6개월, 실제 입주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본관, 파워 플랜트동, 시험플랜트동 등 3개동을 포함한 약 60%의 부지는 트루윈(대표 남용현)이 자체 활용하며, 나머지 40%의 공간을 엔스코(대표 이종포), 메닉스(대표 이상수), 스페이스솔루션(대표 이재헌), 솔탑(대표 사공영보), 비엠화인텍(대표 이종애), 청호시스템(대표 박남용) 등 7개 업체가 설립한 조합을 통해 각 지분율로 분할해 입주할 계획을 세워놨다.

이 컨소시엄 기업의 모 대표는 "거시적으로 특구 내 입지에 대한 활용 측면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대기업이 떠난 공동화된 자리에 지역의 자생적 기업이 입주해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긍정적인 면이 있어 입주 허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작년 5월 입찰 이후 입주까지 1년여가 지연되면서 여러모로 손실만 가중되고 있는 피말리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동부기술원 부지 매각 추진방향. 약 60%에 해당하는 부지는 트루윈에서 사용(파란색부분)하며, 나머지 붉은색 부분은 6개 벤처기업이 지분율에 따라 분할 사용할 예정이다. <사진=강민구 기자>

그런 가운데 동부기술원의 경우 특구 내 요충지에 있기 때문에 특구 구성원들 사이 공공성과 특구 활성화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과 새로운 기회 창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IT분야의 K 기업인은 "KAIST 문지캠퍼스와 시너지 창출 등을 고려해 10년 후, 20년 후를 보는 구상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덕특구 과학자 J씨는 "특구법 재검토와 관리 감독 규정을 재확인하고, 각 특구 지구별 세부 발전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G 연구원은 "동부기술원의 공간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지 몰랐다. 장기적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매각하는데 급급한 면이 아쉽다"며 "창조경제 시대에 명실상부한 스타트업 벤처단지로 키울 수 있도록 재구상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부기술원 부지에 붉은 색 깃발로 7개 회사의 분할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동부기술원의 축구장 부지. 입주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점유율에 따라 사용하며, 도로 등이 생길 예정이다. <사진=강민구 기자>

동부 팜 한농에서 사용했던 온실. 6개 벤처기업이 입주하면서 철거를 앞두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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