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진흥재단, 산·학·연 고객 니즈 반영한 구조개편
특구 기업 美 투자사 투자 유치 및 유럽 진출 교두보 마련

투자유치로드쇼 당시 기업 현장을 방문한 해외투자자들.<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투자유치로드쇼 당시 기업 현장을 방문한 해외투자자들.<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가화만사성. 집안이 편안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한자성어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겠지만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의 지난 1년 성적표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지난해만 해도 특구진흥재단에 대한 대덕특구 구성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 짙었다. 직원간 불협화음과 노조와의 갈등으로 내홍을 앓으면서 재단의 역할과 존재감을 누구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특구진흥재단이 지금은 변화가 있다는 평가다. 우선 내부 직원 간 소통 물꼬가 마련했다. 신입직원부터 간부직원까지 전직원 연차대회를 통해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공정한 기준을 마련했다.

또 특구내 산학연 전문가의 소리에도 귀기울이고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이처럼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 의견수렴을 통해 특구진흥재단은 내부 조직은 물론 사업구조도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그리고 1년 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특구진흥재단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3개월간 130회 만나며 산학연 고객 니즈 반영해 사업구조 개편

"대덕에 와서 민간연 리더들과 인사를 나누려 했으나 대부분 참석 불가를 통보해 왔다."

김차동 이사장이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으로 부임후 겪은 일이다. 오랜기간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고민이 시작됐다. 산학연 전문가들과 만남을 위해 직접 나섰다. 각 특구별 기업과 연구소 현장 방문은 물론, 간담회를 가졌다.

3개월동안 130여차례에 걸쳐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 대학, 연구소, 기업을 직접 찾아가는 설명회를 70여차례 개최하며 특구진흥재단을 알리고 현장 소통을 시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한 특구진흥재단은 이를 반영해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정량적 성과가 아닌 기술사업화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기술발굴, 사업화 매칭, 창업 및 기업성장 지원 체계로 전면 개편했다. 또 특구육성사업 고객인 기업, 대학, 출연연, 민간기술거래기관 등 산학연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개편 후 본격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5월 기술 발굴을 위해 대덕기술사업화포럼의 5개 분과 중 R&BD기획 분과를 기술찾기전문분과(이하 기술찾기포럼)로 기술금융분과는 기업성장 전문분과(이하 기업성장포럼)로 개편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기술찾기포럼은 기존 연구자 특허와 수요조사하는 방식이 아닌 연구단장급 산학연 전문가가 직접 기술 발굴에 나섰다. 또 이전에는 서면검토하는 방식에서 발굴기술을 직접 발표하도록 했다. 발표 후 발굴 기술을 심층검토해 특구기술사업화 사업의 추천기술로 예고·공개했다.

그 결과 기술찾기포럼을 통해 대덕특구는 우수기술 49건, 광주와 부산특구는 23건의 우수기술을 발굴했다.

김차동 이사장은 "발굴된 우수기술은 특구기술사업화 사업공고에 특구 추천기술에 포함돼 사업화를 위한 R&BD사업과 연계되도록 했다"면서 "지속적인 기술마케팅 실시로 향후 기술이전과 사업화 성과창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설명회 현장.<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찾아가는 설명회 현장.<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지자체와도 상호 협력방안 논의

특구진흥재단은 우리나라 과학의 중심 대덕을 세계 수준의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2005년 출범했다.

대덕특구를 모델로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는 광주특구, 대구특구, 부산특구가 산학연과 협력하며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치단체와의 협력은 필수. 특구진흥재단은 형님격인 대덕특구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8월 대전시와 간담회를 갖고 상호 실질적인 협약을 약속했다.

간단회를 통해 양 기관은 대전시-특구 협력사업 확대와 과학벨트 거점지구 기업과 연구소 유치 협조, 창조경제혁신센터 연계와 협력 강화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시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구진흥재단은 대덕사이언스나눔터, 대덕사이언스투어 등 시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특구간 기술교류와 협력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각 특구별로 특허박람회를 열어 기술을 전시하고 바이어와 직접 상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 현장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이뤄진 특허박람회를 통해 이전된 기술만 70건(대덕특구 53건, 광주특구 5건, 대구특구 3건, 부산특구 9건)에 이른다.

◆해외 투자 유치 등 기업의 글로벌무대 진출 발판 마련도

특구내 기업이 미국DEV의 투자를 받기로 하고 체결식을 가졌다.<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특구내 기업이 미국DEV의 투자를 받기로 하고 체결식을 가졌다.<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특구진흥재단의 활동이 이어지며 미국과 유럽 자본투자가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특구진흥재단의 주선으로 미국벤처투자사 DEV(Digital Entertainment Ventures)가 특구내 기업 보탬, 엠투브 등과 투자 조인식을 가졌다. 특구내 기업에 외국 자본이 투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EV가 이번에 투자하는 금액은 기업마다 2만 달러씩 6만 달러다.

외국 투자회사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처음에는 적은 금액으로 투자를 시작해 후속 투자 시 액수를 늘리는게 관행이므로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DEV 관계자는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과 인프라를 가진 특구와 특구내 첨단 기업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성공적인 시도"라면서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10월 말에는 특구진흥재단은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럽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으로 내년부터 연구원, 벤처기업 등이 참여하는 기술·기업 교류 연례 세미나를 공동개최하게 된다.

올해로 설립 45주년을 맞는 소피아 앙티폴리스에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국립농학연구소, 마이크로소프트 등 1400개의 연구소와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특구진흥재단에서 거는 기대도 높다. 

김차동 이사장은 "이번 유럽 시장 협력 거점을 계기로 특구기술 및 기업의 글로벌 사업화, 투자 유치 등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특구진흥재단의 활동은 지난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사이언스파크(IASP) 세계총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혁신클러스터의 세계적 모델로 특구진흥재단의 연구소기업 제도, 이노폴리스 캠퍼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등 기술사업화 관련 지원 사업과 지원체계가 소개됐다. 총회 참가국들은 큰 관심을 표시했다. 카타르 재단의 부회장은 '한국형 STP(Science & Technology Park) 조성 운영 과정 교육훈련'에 교육생을 보내고 대덕특구를 방문해 특구진흥재단의 사업을 벤치마킹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구진흥재단이 밝힌 주요 기능은 ▲특구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창업의 효율적 지원  ▲기술사업화 네트워크 구축과 상호교류(협력)  ▲국내·외 투자유치  ▲특구 관련 토지·시설 관리 등이다. 또 구체적인 성과로는 2009년 130개인 매출 1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을 2015년 250개로 늘리고 연구소 기업도 19개에서 60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특구진흥재단의 활동과 역량이라면 구체적인 성과달성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특구내 기업 관계자는 "특구진흥재단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현장 중심으로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되며 특구 내 기업과 연구소을 연계해 윈윈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소통을 위해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했다.<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소통을 위해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했다.<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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