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연, '과학기술계 공공기관장 인사, 이대로 좋은가?' 포럼 개최
"전문성 필요한 科技, '국가발전'되는 인사 해야"

과실연은 매 정권 교체때 마다 문제가 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기 위해 지난 13일 과총회관에서 '오픈포럼'을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실연은 매 정권 교체때 마다 문제가 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기 위해 지난 13일 과총회관에서 '오픈포럼'을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낙하산 인사다 뭐다 하다 보니 최근 기관장 공석이 많다. 공석이 되면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어 연구원들은 낙하산이라도 좋으니 인사를 해달라고 한다. 이런 일들이 연구원을 더욱 황폐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전길자 이화여대 교수)

"기관장 후보가 어떻게 되는지, 누가 오는지, 기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내부에 공유가 하나도 안된다. 연구원을 잘 운영할 사람이 기관장으로 오는 만큼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김종휘 에너지연 연구원)

"전문성을 가진 학술기관은 적어도 낙하산 인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가지 철학으로 쭉 가면 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중간 중간 바뀌니 기관발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연임이 우리 풍토에서 안 받아지는게 애석하다."(노환진 대구경북과기원 교수)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연구개발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달성해야 한다. 3년이라는 기관장 임기는 이에 반해 너무 짧다."(정성철 STEPI 명예연구원)

정권교체 때마다 문제가 되는 과학기술계의 낙하산 인사. 공모절차를 거친다지만 사실상 비공개적으로 진행되는데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전혀 뜻밖의 인사가 임명되는 등 인사의 불확실성이나 불가예측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성을 갖고 운영해야하는 정부출연연구소 등 과학기술계도 낙하산 인사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상임대표 이우일)이 13일 과총회관에서 '과학기술계 공공기관장 인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제86차 오픈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과학기술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에 대해서는 국가발전에 도움되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으로 ▲기관장 공모과정이나 제도의 신뢰도 추락 ▲기관장 공백기간의 장기화 ▲남은 임기 상관없이 사퇴 강요 의혹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와 특정인맥의 과도한 내정설 등을 짚었다.

그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을 연임하게 한다고 했지만 평가에 관계없이 연임한 경우가 있으며, 내정설이 있는 공모에는 일정 지연, 재공모 등 다양한 이유로 공백이 생긴다"며 "기관장이 없으니 대행체제를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신규연구과제나 대형연구사업 등 수행이 불가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 핵심은 낙하산 인사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임명 후 성과를 가지고 비판해야지 단순히 낙하산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러워서 비난하는 목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협력한 사람에게 보상하는 것이 민주적 정치과정의 특징이라면 전문성 있는 사람이 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경쟁을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낙하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임명된 사람의 전문성과 리더십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본질을 파악해야한다. 그 자리에 갈 수없는 사람이 갔다면 얼마든지 비난을 해야한다"며 "낙하산 임명자의 분석 없는 비판은 무의미 하다"고 덧붙였다.

낙하산 인사는 민주적 정치과정의 부산물이라 치더라도 최선은 아니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 것은 개선이 어렵기 때문으로 홍 교수는 분석했다. 이에 그는 ▲임기 말 6월 이전부터 기관장 신규 임용 불가 제도화 ▲새정권 출범과 함께 공공기관장 일괄사표제도 도입(일괄사표 후 1월 이내 수용 혹은 반려확정) ▲기관장 공모제의 실효성 확보 위해 임명제 기관과 공모제 기관 법정화 ▲기관장 공석 기간 법정 제한(3개월)등을 제시했다.

◆ 내외부 인사 바로 기관운영 가능할까? "기관장 교육프로그램 만들어야"

토론에서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는 과거 출연연 공공기관장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후보자 3명이 발표를 해야 하는데 모 차관이 나와 좌지우지하더라. 몇 분이 이미 결정해놓는 심사에 내가 왜 참석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다음부터는 나가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말 안타까운 것은 낙하산이라도 좋으니 기관장 공석이 없게 인사를 해달라는 연구원들의 목소리"라며 "이렇게 된 이유는 선진국의 시스템을 들여왔지만 우리는 아직 운영할 토양도 능력도,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출연연 원장의 경우 연임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전 교수는 "같이 경쟁했던 사람들이 연임을 하지 못하게 과학자를 국민 앞에 부도덕한 사람으로 만들어놓는 것이 아닌가"라며 "정말 낙하산 인사더라도 능력이 있다면 칭찬하고 세워줘야 하는데 우리는 끌어내리기만 한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관 내에서는 파가 나뉘다보니 서로를 공격하게 될 수도 있다"며 "과실연이나 과총이 제3자의 입장에서 기관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고 덧붙였다.

김종휘 에너지연 책임연구원은 출연연 기관장 선임 시 연구원 의견 반영할 것과 원장과 함께 일하는 소속원들의 책임강조, 통합연구회 출범에 따른 인사, 연봉, 회계업무처리 획일화 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인사 뿐만 아니라 연구수행시 현장의견이 반영돼야 하는데 제3자의 의견만 듣는 상황으로 성공적인 수행이 어렵다"며 "독일에서 수행 중인 평의원회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그는 "낙하산 인사더라도 유능한 사람도 있다"며 "그러나 이제는 유능한 사람 혼자서 기관을 이끌기 어려운 시대다. 소통하고 합심을 해야하는 만큼 원장 주변 행정관리직들도 유능한 사람들로 구성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환진 대구경북과기원 교수는 "적어도 전문성이 강조되는 학술기관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없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은 적어도 8~10년 기관장을 한다. 한 가지 철학으로 기관이 운영되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계속 바뀌다보니 기관발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노 교수는 "최근에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이 기관장이 되고, 그 사람이 예산이나 내부적인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문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기관장이 되면 1달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기관 경영, 노사문제, 의사결정 등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추천했다. 그는 "외부에서 오는 경우 내부의 문제를 잘 모르고, 내부사람의 경우 네트워크가 넓지 않다"며 "내외부 사람들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데이터를 만들어 취임 전 솔루션을 익히고 공부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성철 STEPI 명예연구위원은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우리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라며 "큰 가치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개발은 장기적 목표를 달성해야하는데 기관장 임기가 3년이다. 최소한 5년은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객석에서도 "대학총장은 그래도 대학교수가 하는데 연구소는 왜 외부에서 오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연구를 잘 아는 사람 가운에서 수장이 나올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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