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문·이과 통합형 교과과정 개편 제안

"문·이과 통합형 교과과정에서 과학·수학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박성현)은 최근 '한림원의 목소리' 제 42호를 통해 문·이과 통합형 교과과정의 개편방향을 제안했다.

개편방향은 ▲ 미래를 위해 과학·수학 교육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 할 것 ▲교육부의 교과목 개정 방향 시정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에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 할 것▲교육과정 개편은 신중하게 결정 할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림원의 목소리에 따르면 미국은 대통령이 나서서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고 강조한 만큼 초중고의 핵심과목으로 국어, 수학, 과학만 지정했다. 세계적인 학생들의 학업능력 평가도 이 세과목에 집중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학과 수학 과목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있다.

이에 한림원은 "(선진국이 수학, 과학 등에 주목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며 "과학이 점점 생활의 구석구석을 차지하는 미래에, 온 국민의 과학적 소양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교육부의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가 마련 중인 개정안의 교과목 개정방향을 시정할 것을 요청했다. 한림원에 따르면 개정안은 국어, 영어, 수학의 필수교과시간은 주당 10시간에서 12.25시간으로, 역사를 포함한 사회 과목 필수 교과시간을 각각 주당 10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했다. 이 안대로라면 전체 필수교과 시간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고등학교에서 문과형 수학만 배운 학생이 이공계에 진학하고, 물리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이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교육부가 구성한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는 11명 전원이 교육학자이고, 10명이 문과 출신이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연구진의 구성이 한쪽으로 편향되어있는 것이다. 한림원은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야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논의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전문가들로 교육과정 개정 위언들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또 "교육부는 5개월의 시한을 정해 놓고 교육과정 편제 연구를 시작했다. 백년지대계를 세우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새로운 교육을 계획하는 일은 '빠르게' 보다는 '신중하게' 진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이하 전문

한림원의 목소리 제 42호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 '과학·수학교육' 강화만이 살 길이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5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 급성장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60년대에 시작된 과학기술 중시 위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근면하게 땀흘려 일한 국민들의 덕분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의 마지막 문턱을 오르지 못하는 우리에게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적은 끝났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아픈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이에 우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하 한림원)은 종래의 'fast follower'에서 앞으로의 'first mover'로 탈바꿈하기 위한 기초과학의 육성과 지식창조형 인재 양성 등의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한림원의 목소리' 제 39호).

현 정부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마지막 도약을 위해 창조경제를 내세웠고, 한림원은 이를 위해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이 그 열쇠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한림원의 목소리' 제 41호),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초·중·고 시절부터 과학과 수학교육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융합적 사고를 권장하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 한림원은 이런 시대적 바탕 위에서 최근 교육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에 대하여 심히 우려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충심어린 지적과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미래를 위해서는 과학·수학 교육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지식창출의 근본이 되는 수학과 과학교육이 중요하다. 선진국은 모두 과학·수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강조했다. 영국은 초·중·고의 핵심과목으로 국어, 수학, 과학만을 지정하였다. 세계적인 학생들의 학업능력 평가도 이 세 과목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하나이다. 과학이 점점 생활의 구석구석을 차지하는 미래에, 온 국민의 과학적 소양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2. 교육부의 교과목 개정 방향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시대적 요구와는 반대로 최근 교육부의 행보는 우리 국민들에게 심히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이하 연구위)가 마련중인 개정안은 국어, 영어, 수학의 필수교과시간은 주당 10시간에서 12.25시간으로, 역사를 포함한 사회 과목 필수 교과시간을 각각 주당 10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했다. 이 안대로라면 전체 필수교과 시간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창의융합적 사고를 훈련시킬 수 있는 과학의 시간수를 줄이려 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과목은 생활에서 겪는 실제 문제와 씨름하며 창의융합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과목이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또한 초·중·고 교육은 대학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 고등학교에서 과학·수학 교육이 무너지면, 대학의 교육도 무너진다. 대학 교육이 무너지면, 국가 경쟁력도 사라진다. 고등학교에서 문과형 수학만 배운 학생이 이공계에 진학하고, 물리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이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3.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에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미래를 주도할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정 위원들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는 전문가, 과학의 변화를 예측하는 전문가, 수학·과학 교육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 창의력 교육의 전문가 등이 모여야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소수의 교육학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설계를 맡겼다. 교육부가 구성한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는 11명 전원이 교육학자이고, 10명이 문과 출신이다. 소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연구진의 구성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그 결과 문·이과의 균형이 문과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개정안은 포장만 문⋅이과 통합형이지 내용은 '이과 폐지'에 가깝다.
 
4. 교육과정 개편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5개월의 시한을 정해 놓고 교육과정 편제 연구를 시작했다. 백년지대계를 세우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우리는 졸속으로 진행된 행정의 폐해를 너무 많이 경험하며 살고 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마지막 문턱을 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fast follower'를 키우는 일은 잘 해 왔으나, 'first mover'를 교육해 본 경험이 없다. 새로운 교육을 계획하는 일은 '빠르게' 보다는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2014년 6월 18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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