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포럼D]한명기 교수, 역사 속 국제관서 해법 제시
21세기 G2시대는 병자호란 연장선, 한국의 생존전략은?

"한국과 일본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것은 오래 전 하나의 선택에서 비롯됐다. 1543년 조선은 문치를 택했고, 일본은 기술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조선은 망했고, 일본은 동아시아 중심국가가 됐다."

18일 오후 3시 엑스포공원 대전교통문화센터에서 한명기 명지대 교수의 'G2 시대에 다시보는 조선의 국제관계'를 주제로 상상력포럼D가 열렸다.
18일 오후 3시 엑스포공원 대전교통문화센터에서 한명기 명지대 교수의 'G2 시대에 다시보는 조선의 국제관계'를 주제로 상상력포럼D가 열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순간 과학기술이 변화·발전하는 초첨단·초고속 시대다. 국제정세도 미·소 양강체제에서 미국 독주체제로, 다시 G7, G20 등 다국가 체제에서 미국과 중국 양강체제로 급변했다

이번 상상력포럼D는 급변하는 과학기술과 국제환경 상황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강화와 이를 위한 과학기술계의 소명에 초점을 맞췄다.

18일 오후 3시 엑스포과학공원 내 대전교통문화센터에서 열린 포럼에 한명기 명지대 교수가 강사로 나서 지난 한반도 역사를 매개로 아낌없는 조언을 던졌다.

한 교수는 우선 최근 세계정세를 정리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과는 군사적 측면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활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국과 무역 규모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고, 매년 수백억 달러 흑자를 얻어 만성적인 대일적자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과 군사적 동맹관계입니다."

◆"한반도 운명은 복배수적…현실 직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지난 역사를 들춰냈다. 동아시아에서 패권교체가 발생할 때마다 한반도에서는 전쟁과 비극이 발생했다. 복배수적(腹背受敵)이며, 단편적 사고로 그치지 않고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원과 명이 교체될 때는 홍건적 20만이 고려를 침략했다. 이 과정에 최영과 이성계가 등장했고, 결국 고려와 조선의 교체로 이어졌다.

임진왜란은 은광개발과 전국통일로 힘을 비축한 일본이 중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를 깨기 위해 도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직시한 명나라는 자국 영토대신 한반도를 전쟁터로 삼았고, 8년 3개월 간 파병하면서 힘을 상실했다. 이는 명과 청의 정권교체와 병자호란으로 이어진다.

한명기 교수는 "당시 광해군은 명과 청 사이에서 중립을 지켰지만, 인조반정으로 물러났고 조선 위정자들은 사실을 보기보다는 명분만을 앞세워 '숭명반청'을 외치다 비극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자호란을 기점으로 조선인의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됐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사실을 왜곡해 자신의 생각에 맞춰 해석한다.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각의 왜곡이 조선 멸망과 식민지배를 불렀다는 게 한 교수의 해석이다.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배하고 몰락의 길에 들어갔을 때, 일본은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기존 질서를 개혁한 반면 조선은 끝까지 진실을 알려하지 않았다. 메이지유신으로 개혁에 성공한 일본이 청일전쟁을 승리함으로써 청나라를 대신하는 동아시아 패권국으로 부상했고,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조선 집권자들이 좀 더 일찍 사실을 직시했더라면 최소한 식민지배는 면했을 것이란 뜻이다.

◆"G2 시대는 병자호란 연장선…힘의 균형 맞춰야"

병자호란을 기점으로 조선이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됐고, 이런 시각이 조선의 멸망과 식민지배를 불렀다는게 한 교수의 분석이다.
병자호란을 기점으로 조선이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됐고, 이런 시각이 조선의 멸망과 식민지배를 불렀다는게 한 교수의 분석이다.
한명기 교수는 이어 "병자호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명청사이에 끼어 있던 조선은 오늘날 미국과 중국에 샌드위치된 한국과 교차된다"면서 천안함 사태를 끄집어냈다.

천안함 사태 직후, 북경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한국은 왜 자꾸 중국을 모욕하는가?'라는 칼럼이 실렸다. 무역규모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 덕분에 먹고 살고 있다'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불편함을 거침없이 내비쳤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군과 서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중국이 자신들 앞마당으로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을 '모욕'으로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한국 정부와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 밀려 합동군사훈련을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진행했다.

중국 굴기,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위상 강화는 2010년 9월 발생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갈등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이 마찰을 일으킨 중국인을 구속하자, 중국은 북경 여행 중인 일본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맞불을 놨고 경제적으로도 일본 관광과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결국 일본이 중국인을 석방시키는 것으로 갈등이 무마됐다. 외교적으로는 일본의 백기투항이다.

그는 이런 중국의 급성장에 미국 역시 예민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한일 양국의 과거사 입장을 존중하지만,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는 관계"를 강조한 것도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블록화 구상에 따른 것이란 풀이다.

한명기 교수는 "지금이야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협조하고 협의한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뜨는 해와 지는해 사이에 대립이 생긴다"면서 "패권국 사이에 끼인 나라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때 가장 불행해진다. 그 자리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외교적 역량을 키우던가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력 커졌지만, 아직 미흡…올바른 역사관 확립도 중요"

더불어 한반도가 G2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한 교수는 "무엇보다 주변 패권국과 비교해 상대적 약체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고구려 멸망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한반도의 문제"라고 꼬집고 "한국의 성장 기반에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예전보다 경쟁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구별할 수 있는 혜안 ▲내부통합 등도 강조했다.

한명기 교수는 한국의 성장을 기술력이 이끌었지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명기 교수는 한국의 성장을 기술력이 이끌었지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을 배우긴 했지만, 일본 보수의 장점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서 "정권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을 국가안보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막대한 이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위해가 있다면 절대 불가능해야 할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 기업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또 "국가가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내부 통합도 필요하다. 남북분단보다도 한국 내부 분열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비록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나눠 볼 수 있다면 이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명기 교수는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학교 역사교육'에 대한 질문에 "한국 역사 교육의 문제는 단편적인 지식의 전달이며 암기"라고 지적하고 "역사 교육은 스토리텔링으로 가야 한다. 읽을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고 생각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필수교육 지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참석자들은 역사교육에 대한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참석자들은 역사교육에 대한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 조선의 국제 관계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한 교수의 강연은 청중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과거 조선의 국제 관계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한 교수의 강연은 청중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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