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중요한 50개 질문·답변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
양자·입자·천체·고전물리학부터 상대성과 시간여행까지
딱딱하고 어렵다는 상식에 도전…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면?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은 물리학과 관련된 이러한 50개의 질문과 답변에 대한 내용이다. 사진은 본문속 관련 이미지.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면?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은 물리학과 관련된 이러한 50개의 질문과 답변에 대한 내용이다. 사진은 본문속 관련 이미지.

물리학은 잘 몰라도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물리학을 새로 쓴 위대한 천재지만 그 역시 오류가 많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관한 자신의 방정식에서 우주가 불안정하며 수축하고 팽창한다는 예측이 나오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을 고수하기 위해 '우주 상수'를 수식에 넣었다. 오래지 않아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우주 상수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일생일대의 실수"라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얼마 전 국내 연구진이 우주탄생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단서인 '반물질(antimatter)'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물질은 글자 그대로 물질의 반대 개념이다. 모든 성질은 같지만 전기적 성질만 반대인 물질이다. 반물질은 물질을 만나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반물질 1g이 물질과 만날때 나오는 에너지는 인류가 50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지난달에는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가 우주 급팽창의 흔적인 '중력파 패턴'을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가설로만 존재하던 '우주 인플레이션 이론'을 실제 관측을 통해 입증했다는 것인데 세계 과학계가 우주 기원 규명에 획기적인 단서를 확보했다며 흥분했다. '노벨상급 세기의 발견'이라고도 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 우주 공간이 급작스럽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급팽창해 우주가 오늘날과 같이 비교적 평탄한 구조로 형성됐다는 이론이다. 

최근 이처럼 낯선 '물리학 용어'들을 자주 접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런 뉴스가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기초과학 수준이 높아지고 범위가 넓어졌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렵고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힉스 입자를 발견하고, 우주탄생의 기원을 풀어줄 실마리를 찾았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와 대단하다. 그런데 도대체 그게 뭔데?"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조차 실수가 잦았다는 물리학 아닌가.   

'이해'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는 알고 싶다.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브라이언 클레그 외 지음·황소걸음 刊)'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책이다. 브라이언 블레그, 프랭크 클로즈, 로드리 에반스 등 6명의 과학자가 물리학과 관련된 중요한 50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했다. 또 역사에 길이 남을 7가지 사유와 그 중요성을 논했다. 그 7가지는 양자물리학, 상대성과 시간여행, 입자물리학, 우주론, 천체물리학, 고전물리학, 과학기술이다.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 책 표지(왼쪽)과 본문 속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관련 이미지.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 책 표지(왼쪽)과 본문 속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관련 이미지.

눈밝은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도 쉽지 않겠는걸?' 물리학은 앞뒤로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기계적인 과학으로 느껴진다. 학교에서 배웠던 물리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저자들은 말한다. "물리학은 우리에게 가장 큰 놀라움을 선사하는 과학이자, 무척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과학이다. 아인슈타인도 가끔 헛발을 짚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는 실수를 나쁘게 여기지 않았다. 과학자란 그렇게 놀라움을 즐기는 사람들이니까. 그게 물리학자들의 특기니까."

책 읽을 때 가장 필요한 자세는 '그냥 즐기자'라고 믿는다. 이런 자세는 과학서적을 읽을 때 특히 필요하다. 텍스트 전부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물론 가능하지도 않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호기심을 갖고 어떤 답이 나오는지 즐겁게 따라가면 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었다면, 별들에게 눈 깜짝할 새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인간 전송이 가능하다면, 미래로 갈 수 있다면,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한 숟가락의 물질이 1억t이 나간다면, 무지개가 일곱가지 색이 아니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 269쪽의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이런 흥미진진한 질문과 대답이 무려 50개나 담겨 있다.

지금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상식이 되었지만 이 질문들은 한 때 매우 도발적이었다. 위대한 사상가와 과학자들을 우롱하기도 했다. 여전히 일부는 몹시 이상하게 보이거나 막연한 추측으로 남아 있다. 저자들은 말한다. "그게 바로 물리학이야."

딱딱하고 어려운 질문과 대답을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것이 독자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일까? 과학자들은 물리학과 관련된 7가지 분야에 대한 사유와 그 중요성을 설명하고, 물리학에 대한 중요한 50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각 항목마다 이해를 돕는 이미지를 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짜 그렇다면?’이라는 사족을 달아 가정이 사실일 경우 일어날 만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풀어놓는다. 또 '놀라운 사실'에서는 여러 객관적인 사실과 놀라운 수치들을 소개한다. '함께 생각하기'는 다른 질문들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다.

책은 다양한 관련 이미지와 함께 각 챕터마다 진짜 그렇다면, 놀라운 사실, 함께 생각하기 등을 짧게 넣어 어려운 물리학 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책은 다양한 관련 이미지와 함께 각 챕터마다 진짜 그렇다면, 놀라운 사실, 함께 생각하기 등을 짧게 넣어 어려운 물리학 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책 속의 '진짜 그렇다면'이나 '놀라운 사실' 짧은 코너만 봐도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들이다.

#. 2004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안톤 자일링 연구팀은 얽힌 광자를 도나우강 건너로 순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소 환경과 동떨어진 원거리에서도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런데 1초에 원자 10억 개를 스캔하는 속도라도 인간의 원자를 몽땅 순간 이동하는 데는 2000억 년이 걸린다.

#. 포도알만 한 중성자 별 하나의 무게는 1억t이다.

#.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아폴로 10호의 이동 속도는 3만9897km/h였다. 하지만 이는 광속에 비하면 0.00369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폴로 10호의 속도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켄타우리를 향해 날아가면 11만4776시간(약 13년 1개월)이 걸린다.

#. 1926년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가 냉장고를 발명했다. 아인슈타인이 발명한 냉장고의 미국 내 특허번호는 1781541이다.

#. 현재 1년에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물질은 1백만분의 1g이다. 물질과 반물질을 결합시켜 발생시킨 것과 동일한 에너지를 일반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을 깬 것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였다. 대신 태양계에 마음을 뺏긴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라고 굳게 믿었다. 1543년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모든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고 선언하자 세상은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17세기 독일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케플러가 행성운동의 3가지 법칙을 통해 행성들이 타원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입증하자 사람들은 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과학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자 반전이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상식들이 또 어떻게 뒤집힐까? 아마도 책을 덮을 때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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