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한 책임연구원·구중억 정책성과팀장·김주연 변리사
나무보다 숲…6개월 걸릴 기술이전 2달 만에 '완료'

'창조경제'가 미래 한국사회를 책임질 최우선 화두가 되면서 출연연 연구성과 확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고, 결국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27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정광화. 이하 기초지원연)이 센텍(대표 권용석)과 맺은 기술이전 협약이 화제다. 센택이 이전받은 기술은 ▲실온에서 고결정성 나노기공 이산화티타늄 제조법 ▲가시광 응답형 그래핀산화물-이산화티타늄 복합 나노구조체 제조법 등 2건이다.

협상 시작 2달 만에 기술이전을 완료한 기초지원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협상과 기술이전 전반을 도운 김주연 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기술사업화전략지원팀장(변리사), 기술개발 연구책임자인 이주한 책임연구원, 지적재산권 등록·취득 과정 등을 지원한 구중억 정책성과팀장. 기초지원연 본관 로비에 설치된 연구성과 홍보물 중 이번에 이전된 기술 소개포스터 앞에서 기술이전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협상 시작 2달 만에 기술이전을 완료한 기초지원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협상과 기술이전 전반을 도운 김주연 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기술사업화전략지원팀장(변리사), 기술개발 연구책임자인 이주한 책임연구원, 지적재산권 등록·취득 과정 등을 지원한 구중억 정책성과팀장. 기초지원연 본관 로비에 설치된 연구성과 홍보물 중 이번에 이전된 기술 소개포스터 앞에서 기술이전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센택이 기술상담을 신청하고 협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계약이 체결됐고, 3월 초 실질적인 기술이전을 마무리됐다. 통상 기술상담부터 협상, 계약 체결, 이전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획기적일 정도로 빠른 속도다. 또 앞으로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기술로 빠른 상업화가 예상되는 등 모범적 기술이전 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다.

25일 이번 기술이전에 관여한 '삼총사'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이 기술개발의 연구책임자인 이주한 기초지원연 책임연구원, 지적재산권 등록·취득 과정 등을 지원한 구중억 정책성과팀장(기초지원연) 그리고 협상과 기술이전 전반을 도운 김주연 변리사(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기술사업화전략지원팀장)가 주인공이다.

◆"기업 요구와 기술 공익성 확보가 협상 초점"

지난해 12월 24일 첫 협상 시작 후 한달만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가장 핵심은 기술에 대한 권리다. 기업은 해당 기술에 대한 권리 전체를 양도받기 원했지만, 기초지원연은 센택의 현재 사업영역 용도만으로 제한하는 전용실시권 계약을 주장했다.

출연연이 공공기관인 만큼 출연연 성과도 공공재로서 여러 기업에 더욱 폭넓게 활용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구중억 정책성과팀장은 "출연연 성과를 기업이 필요로 할 때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 출연연 보유 특허기술이 기술집약형 창조기업으로 이전, 사업화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어야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서 "출연연 성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최대한 많은 기업이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의견을 회사 측에 전달했고, 상대방이 쉽게 수용해줘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연 변리사는 "이번 기술이전은 특별했다. 기술의 활용분야가 다양할 수 있는 만큼 추후에도 많은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약을 통해 활용 범위를 제약하고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서 "기업 측에서 기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너무 적극적으로 연구소 요구를 수용했고, 연구자들도 기업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다"고 부연했다.

이주한 책임연구원은 "기초지원연은 말 그대로 기초과학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분석지원을 효과적으로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술이 나오는데, 이번 기술도 그 산출물 중 하나"라며 "연구자가 기술 사업화를 목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이 기술은 직접적인 사용처는 몰랐지만, 연구 초기부터 실용화와 산업 적용 가능성이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술료로 가치평가?…"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이전된 기술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실온에서 고성능의 고결정성 나노기공 이산화티타늄(광촉매)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이다. 중금속 등을 발생시키는 기존의 정화촉매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온에서 킬로그램(Kg) 단위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획기적 원가절감을 이룰 수 있다.

더불어 기존 광촉매의 경우 자외선 영역에서만 반응하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으나, 이번에 이전된 '가시광 응답형 그래핀 산화물-이산화티타늄 복합 나노구조체와 제조법'을 통해 생산되는 광촉매는 가시광 영역에서도 광촉매 특성을 나타냄으로써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김주연 변리사는 "분석할수록 정말 좋은 기술이었다. 광촉매에 대한 대량생산, 균질성 확보, 친환경성 등 기업 관심이 높은 키워드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기술의 가치를 평가했다.

그럼에도 기술이전비는 1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광촉매 대량생산과 품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 효과를 감안할 때, 쉽게 수긍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 변리사는 "기술이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기업에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연구원들보다 더 노파심이 들어 조심스러웠다"면서 "기술료는 기술의 사용처와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책정한다. 중소기업이고 현재 사업 분야 용도에 국한하면서 그렇게 책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한 책임연구원은 "알고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많이 열악하다. 기술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중소기업이 쓰기 위해서는 기술료가 저렴해야 한다"면서 "광촉매는 건설 부분에서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고,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필터 코팅제와 수질오염 개선 등에 폭넓게 쓰이는 추세다. 이 기술과 더불어 수질개선 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결국 인류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연구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협상과 기술이전 전반을 도운 김주연 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기술사업화전략지원팀장(변리사), 지적재산권 등록·취득 과정 등을 지원한 구중억 정책성과팀장, 기술개발 연구책임자인 이주한 책임연구원.
왼쪽부터 협상과 기술이전 전반을 도운 김주연 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기술사업화전략지원팀장(변리사), 지적재산권 등록·취득 과정 등을 지원한 구중억 정책성과팀장, 기술개발 연구책임자인 이주한 책임연구원.

◆"기술사업화, 과제 종료 후면 늦는다…기획단계부터 협업 필요"

출연연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 비단 기술 사업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구를 통해 과학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출연연의 성과가 사회로 환원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주한 책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은 기획을 통해 과제를 수탁하면 열심히 연구해 새로운 기술 등을 개발하고 특허와 논문을 발표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기업이 어떤 방향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른다"면서 "이번 기술이전을 거치면서 기술이전 전문가들이 조언해줘 연구방향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연 변리사는 "대부분 연구자들은 과제가 종료된 후 특허 문제로 우리를 찾는다. 그럴 경우 기업에서는 특허의 국내 출원과 국외 출원 등을 진행한 뒤에야 기술의 존재를 알게 된다. 너무 늦는다"면서 "분명 기업이 원하는 기술 수준과 연구자의 연구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기술이전 과정에서 이를 조정하기는 어렵지만 기획단계부터 기술이전 전문가 등과 소통하면 연구자 관점 이외에 시장정보와 수요자 요구 등을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리사는 "특허와 논문 발표 등으로 연구과제 종료를 선언하면 기업이 원하는 기술보완 등이 또 다른 하나의 연구과제가 된다. 그래서 좋은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도 많이 봤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구중억 정책성과팀장은 "지식재산 출원과 등록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연구가 끝나고 성과가 나온 뒤로 국한하기 보다는 기획단계부터 특허와 사업화가 검토돼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기술사업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연구자가 직접 사업화를 검토하라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고 밝혔다.

구 정책성과팀장은 이를 위해 일정 부분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연구과제 기획부터 중간에 사업화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직접비에 지식재산컨설팅 부분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이것을 인정해줘야 연구개발 과정에서 과제에 대한 기술적 평가와 함께 사업화 검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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