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박용기 UST 전문교수 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강에는 정말 그림처럼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와 그 사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낮게 퍼져가는 뽀얀 물안개가 어우러진 이른 봄 강의 풍경은 내 어휘 실력으로는 감히 표현해 내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다. Pentax K-3, 16-50 mm @16 mm, 1/100 s, F/7.1, ISO 100.
강에는 정말 그림처럼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와 그 사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낮게 퍼져가는 뽀얀 물안개가 어우러진 이른 봄 강의 풍경은 내 어휘 실력으로는 감히 표현해 내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다. Pentax K-3, 16-50 mm @16 mm, 1/100 s, F/7.1, ISO 100.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에도 그치지 않았다. 창 밖을 보니 안개도 뽀얗게 끼어 이른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그만인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뭔가 마음이 급해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비가 와서 사진도 못 찍을 텐데 뭘 그리 서둘러 나가느냐’고. 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해도 나 역시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가서 보니 비가 그리 많이 오고 있지는 않았다.

마치 꿈을 꾸듯 봄이 거기 오고 있었다. Pentax K-3, 16-50 mm @28 mm, 1/100 s, F/7.1, ISO 100.
마치 꿈을 꾸듯 봄이 거기 오고 있었다. Pentax K-3, 16-50 mm @28 mm, 1/100 s, F/7.1, ISO 100.

누군가 사진은 빛이 있기만 하면 언제든지 찍을 수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비가 올 때의 독특한 분위기를 담고 싶다면 당연히 비가 오는 날 카메라를 들고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벌써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이른 봄 강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막 잎을 내기 시작한 버드나무는 아직 녹색 빛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봄비에 젖어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를 뻗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Pentax K-3, 70-200 mm @107.5 mm, 1/30 s, F/11, ISO 100.
이제 막 잎을 내기 시작한 버드나무는 아직 녹색 빛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봄비에 젖어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를 뻗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Pentax K-3, 70-200 mm @107.5 mm, 1/30 s, F/11, ISO 100.

강에는 정말 그림처럼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와 그 사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낮게 퍼져가는 뽀얀 물안개가 어우러진 이른 봄 강의 풍경은 내 어휘 실력으로는 감히 표현해내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다. 마치 꿈을 꾸듯 봄이 거기 오고 있었다.

강물에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들은 내 마음 속에도 조용히 파문을 만들고 있었다. Pentax K-3, 16-50 mm @19 mm, 1/40 s, F/11, ISO 100.
강물에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들은 내 마음 속에도 조용히 파문을 만들고 있었다. Pentax K-3, 16-50 mm @19 mm, 1/40 s, F/11, ISO 100.

이제 막 잎을 내기 시작한 버드나무는 아직 녹색 빛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봄비에 젖어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를 뻗으며 기지개를 켜고, 강물에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들은 내 마음 속에도 조용히 파문을 만들고 있었다. 봄은 그렇게 내 마음 깊은 곳에 떨림으로 다가왔다.

봄은 그렇게 내 마음 깊은 곳에 떨림으로 다가왔다. Pentax K-3, 16-50 mm @29 mm, 1/60 s, F/11, ISO 100.
봄은 그렇게 내 마음 깊은 곳에 떨림으로 다가왔다. Pentax K-3, 16-50 mm @29 mm, 1/60 s, F/11, ISO 100.

강가를 따라 펼쳐진 매실나무들은 벌써 꽃 잔치를 벌이며 봄의 한 가운데 서있었고, 향기로운 매화 향이 비에 젖어 어느새 푸릇푸릇해진 대지 위로 흐르고 있었다. 강에서 올라온 안개는 멀리 뻗어간 길 위를 감싸며 환상의 나라를 만들고 있었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만난 비에 젖은 버들 가지에는 앙증맞은 연록의 작은 잎들이 수줍은 듯 피어나고, 작은 꽃망울 위에는 보일 듯 말 듯한 꿈들이 총총이 맺혀있었다.

강가를 따라 펼쳐진 매실나무들은 벌써 꽃 잔치를 벌이며 봄의 한 가운데 서있었다. Pentax K-3, 16-50 mm @36 mm, 1/80 s, F/11, ISO 100.
강가를 따라 펼쳐진 매실나무들은 벌써 꽃 잔치를 벌이며 봄의 한 가운데 서있었다. Pentax K-3, 16-50 mm @36 mm, 1/80 s, F/11, ISO 100.

이 봄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 그곳에 간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 때로 이렇듯 계획되지 않은 일을 통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보상을 받기도 하기에 삶은 아름다운 게 아닐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들었던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의 우수에 찬 첼로 선율과 알비노니의 오보에 협주곡 d 단조 아다지오는 봄으로 가득 채운 내 마음을 봄비처럼 촉촉히 적셔주었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만난 비에 젖은 버들 가지에는 앙증맞은 연록의 작은 잎들이 수줍은 듯 피어나고, 작은 꽃망울 위에는 보일 듯 말 듯한 꿈들이 총총이 맺혀있었다. Pentax K-3, 100 mm, 1/640 s, F/5.6, ISO 400.
강가를 따라 걸으며 만난 비에 젖은 버들 가지에는 앙증맞은 연록의 작은 잎들이 수줍은 듯 피어나고, 작은 꽃망울 위에는 보일 듯 말 듯한 꿈들이 총총이 맺혀있었다. Pentax K-3, 100 mm, 1/640 s, F/5.6, ISO 400.

봄 비/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 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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