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출범후 처음,18개 출연·민간硏 폭설 피해복구 구슬땀
과기인들 "보람있는 활동"…향후 정례화 목소리도

토요일 새벽 5시. 여전히 어둠이 가득한 시간. 사람들이 하나, 둘 차에 올랐다. 여전히 졸린지 눈을 비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의 표정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153명의 봉사활동 참석자를 태운 버스 5대는 힘찬 시동과 함께 강릉을 향해 출발했다.

대덕에는 봄의 기운이 조금씩 감돌고 있지만, 영동지방은 최근 잇따른 폭설로 1m가 넘는 눈이 쌓여 있을 정도로 한 겨울이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참히 꺾인 나무들을 간간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봉사활동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이내 준비한 장비를 이용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눈을 치워 나갔다.

최근 폭설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 일원의 복구 지원을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출연연과 기업인들이 힘을 모았다.

22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출연연과 기업 등 18개 기관단체 소속 153명은 강원도 구정면 일원에서 폭설로 끊어진 도로 개척 등 농촌지역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대덕단지의 공동 봉사활동은 40년 역사 이래 최초다. 지난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는 각 연구원 별로 봉사활동에 나섰었다. 때문에 이번 활동이 상호 협력과 융합의 첫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과기인들이 구정면 사무소 앞에서 화이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과기인들이 구정면 사무소 앞에서 화이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자원봉사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김차동)과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회장 오태광)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김차동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최근 잇단 피해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기관, 단체장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을 계기로 봉사활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대설로 인해 강원도의 피해가 심하다고 들었다. 때문에 봉사활동을 가는데 시간을 지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이라 개인적인 일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서 감사하다. 여러모로 힘이 난다"라고 밝혔다.

또 오태광 연기협 회장은 "이런 모임은 연구단지 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일로 인해 연구단지가 하나가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국민께 사랑받는 연구원이 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강대임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은 "이번 모임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갑자기 날짜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153명이 모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류용섭 KIRD 원장은 "새로운 대덕이다. 앞으로 40주년의 첫 시작이다"라며 이번 봉사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 참석자는 "과기인들이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는데 가슴이 뿌듯하다. 이런 마음으로 연구개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지역 농민 박용관 씨는 과기인들의 참여에 감사를 표하며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고 도와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혼자 눈을 치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도와주기 위해 시간을 내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표준연 7인 명장이 함께 모여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왼쪽부터 김봉학, 이정태, 이재협, 김광섭, 이상길, 이재용, 김영균 명장)
표준연 7인 명장이 함께 모여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왼쪽부터 김봉학, 이정태, 이재협, 김광섭, 이상길, 이재용, 김영균 명장)

대덕연구단지 최초 공동 봉사활동. 각 기관장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왼쪽부터 오태광 연기협 회장, 강대임 과출협 회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 이사장, 류용섭 KIRD 원장)
대덕연구단지 최초 공동 봉사활동. 각 기관장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왼쪽부터 오태광 연기협 회장, 강대임 과출협 회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 이사장, 류용섭 KIRD 원장)

한편 이날 봉사활동에는 강릉 현지가 고향인 국회 미래창조과학 방송통신위원회 김한근 전문위원도 참석해 지원에 나섰다.

김 위원은 "연구원들 사이에 칸막이가 있었는데, 창조경제를 말하기 전에 이런 소통 활동이 진정으로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기초연구와 산업기술이 통합하고, 인적 교류가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제도적인 것 보다 마음적으로 의기투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런 인적 교류를 제도화해서 융합에 장벽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과기인들은 보람있는 활동이었다며 정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차동 이사장은 "아주 짧은 시간인데도 이렇게 모인 것은 대덕의 힘이다. 앞으로 공동 봉사활동 정례화, 체육대회 개최 등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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