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아 수리연 박사, "은둔형 연구로 성과내는 시대 끝나…소통해야"
"산업체에 수학적 솔루션 제공…안전한 암호알고리즘 수학이론이 밑바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최적화응용연구팀 심경아 팀장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최적화응용연구팀 심경아 팀장
"수학자는 볼펜과 노트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요? 보통 수학자는 숫자와 이론에 집중하여 은둔하는 연구자의 이미지로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지요."

과거에 혼자 은둔해서 문제를 파고들고 훌륭한 이론이 나오기도 하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성 수학자가 있다. 바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김동수) 최적화응용연구팀의 심경아 팀장이다.

실제로 수학이라는 분야는 일상 속에 다양하게 녹아 있다.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낮다. 수학과 타 분야의 연계, 그리고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어려움과 거리감을 표현하는 기자에게 심 박사가 다정하게 말문을 연다. 냉철하고 딱딱하리라 예상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수학으로 만드는 다양한 성과다. 수학자일수록 수학을 어느 분야에 활용할지, 어떤 학문과 융합해야할지 더 고민해야한다는 말이다. 학제 간 연구, 즉 융합연구가 일상화되었다.

"수학만 연구하다보면 그 안에 집중하게 되지요. 수학 안에 있으면 수학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이론이 실제 응용이 되어 사용되는 성과를 필요로 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니까요.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써먹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적화응용연구팀은 수학을 바탕으로 보안을 위한 암호알고리즘 설계와 안전성 증명, 또 이를 실제 응용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암호연구를 할 때에 적당한 기능을 갖는 암호알고리즘을 설계해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설계 이전부터 응용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그 분야의 전문가와 소통을 통해 응용분야의 요구조건과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설계 후 안전성 분석에서도 암호알고리즘 자체만의 안전성 분석이 아니라 실제 보안시스템에 탑재 되었을 때 시스템 관점에서의 다양한 분석까지 이뤄져야한다.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제대로 봐야하는 시대가 왔다'고 그는 표현한다.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쇼핑을 하루라도 하지 못하는 날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다.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스마트한 시대가 열렸고, 해킹과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 또한 많이 요구되고 있다. 이들의 보안장치로 활용되는 암호알고리즘의 밑바탕에 수학이론이 깔려있다. 암호의 세계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다. 알고리즘을 설계해 인터넷에 올리거나 학회에 발표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고 공격을 받곤 하기 때문에 연구를 늦출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암호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실제 시스템은 암호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요소들이 엉켜 붙어 각자의 목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봐야하고 네트워크 시스템 전문가들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심 박사는 설명한다.

그는 "한 우물을 파서 깊이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한 우물만 파서는 다른 분야와 소통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대화해야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차별화된 전문성을 가지며 동시에 광범위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호 연구분야 키워드는 '기능'과 '대안'이다

수학이 꼭 필요한 분야라는데 반대의견을 낼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수학으로 인해 그런 기술이 나왔다는 이야기,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수학연구의 차별화와 응용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암호알고리즘은 대박 아이템 이지요." 

암호알고리즘은 실제로 무선인터넷 환경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암호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목적은 대부분 기밀성, 인증, 부인방지 등을 위해서다. 최근에는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그 외 특별한 기능이 요구되기도 한다. 주민번호나 이름 등 중요한 정보가 없어도 실제로 인터넷 사용기록을 연결하다보면 프로파일링이 가능해지고 결국 사용자가 누구인지 쉽게 드러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비연결성이라는 기능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이 기능을 통해 완벽한 익명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  

하지만 완벽한 익명성을 제공하면 범죄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곤란한 일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는 국가기관에서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는 추적성이 필요한데, 이런 기능을 갖는 특수 암호알고리즘 설계도 수리연 최적화 응용연구팀의 역할이다. 특수기능을 가지되 보다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암호 연산 고속화 기법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암호알고리즘을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일입니다. 현재 국가기관에서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산암호알고리즘을 쓰고 있는데 국산 암호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우리 것이 활용될 수 있는 정보보호강국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심 박사는 "첨단컴퓨터로 알려진 양자컴퓨터가 개발이 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개키 암호알고리즘이 모두 깨진다. 양자컴퓨터 시대에 안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위기가 오기 전에 안전한 암호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암호 기술의 개발은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리연은 세계수학자대회로 많은 집중 받고 있다. 그는 "세계의 저명한 수학자들이 모두 모여서 행사를 벌인다는 것 자체로 매우 의미가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굉장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을 것이고 기존 수학자들 뿐 아니라 신진학자 학생들에게까지 엄청난 자극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비췄다.

"천재라면 혼자서 100%를 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열정을 가진 연구자들이 팀을 이루면 100% 혹은 200%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요. 이런 파워와 열정으로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수학적 문제에 솔루션을 주는 역할을 더 하고 싶습니다. 이제 수학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의 중요성 가시화해 나가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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