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상 3명 공동수상…'세포간 커뮤니케이션' 연구
'신의 입자' 연구진 물리학상 여부 관심…한국은 '아직'

올해도 어김없이 6일간의 노벨상 축제가 시작됐다.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수상자가 연이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외 과학기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에는 제임스 로스먼 예일대 생물의학과 교수, 랜디 셰크먼 UC버클리대 세포 및 발생 생물학 교수, 토머스 쉬드호프 스탠퍼드대 교수 등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모두 생명현상의 기초가 되는 세포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과학자들로 알려졌다.

이들 연구진은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주요 운송 시스템인 소포 트래픽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가 인정됐다. 이 시스템이 방해를 받으면 신경질환과 당뇨, 면역질환을 유발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올해 노벨과학상은 누구에게로?…'힉스 입자' 발견한 피터 힉스 교수 유력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노벨 과학상은 영국계 학자들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물리학상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6시30분께 발표되는데 유력한 수상 후보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인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학 교수다.

힉스입자는 우주를 이루는 수많은 소립자에 질량을 준다고 알려졌는데 힉스 교수는 1964년 이 입자의 존재를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유럽 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힉스입자 찾기 실험에 돌입한 이래 노벨상 발표를 3일 앞두고 있는 지난 5일 후속연구를 하던 도쿄대와 일본의 고(高)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힉스입자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표 순간까지 확언할 수 없지만 힉스 교수의 물리학상 수상은 그 어느때보다 가장 유력하다는 게 국내외 연구자들의 반응이다.

이밖에 화학상에선 '클릭 화학(click chemistry)'을 개발한 미국 과학자 M.G. 핀과 발레리 포킨, 배리 샤플리스 등이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 10월만 되면 일본은 축제, 아시아권 수상자로 주로 일본인 꼽혀

올해 역시 노벨과학상 수상자 후보에는 일본인들이 주로 거론돼는 모습을 보였다. 7일 발표된 생리의학상 분야에서도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와 도쿄대 미즈시마 노보루 교수, 물리학상에 도쿄공업대 호소노 히데오 교수 등이 거론됐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세포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가소화작용(Autophagy)의 분자 메커니즘 및 생리학적 기능을 해명해 수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호소노 히데오 교수는 초전도 분야에서 철계 초전도체를 발견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후보에 올랐다.

일각에선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노벨상 예측으로 유명한 톰슨·로이터사의 지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톰슨·로이터사는 노벨상 수상자를 족집게처럼 잘 예측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톰슨·로이터사는 DB 분석을 통해 20년 이상 저술한 논문의 인용 빈도가 상위 0.1% 이내이면서 영향력이 큰 논문 수가 많고, 또 논문의 영향력 지속 시간이 긴 학자를 중심으로 해마다 예상자를 지목한다.

톰슨·로이터사가 예상한 과학자의 20∼30%는 그해가 아니더라도 노벨상을 받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만큼 그들의 업적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연구의 인용 정도와 연구자들로부터 받는 평가가 노벨상 후보 추천은 물론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금으로서는 한국 노벨과학상 영원히 받을 수 없어"

한국의 노벨과학상 바라기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10월만 되면 늘 떠들썩한 남의 집 잔치만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 과학자들도,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지친 상태다. 최근 몇 년 간엔 몇 몇 한국인 과학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STEPI(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패러다임 전환형 과학연구와 노벨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내용과 사회 기여를 분석한 결과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의 대부분이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인 것으로 분석됐다.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는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거나 새로운 현상 창조·실험방법 고안, 새로운 측정방법·측정도구 고안 등을 의미한다.

노벨 물리학상의 경우 기구적 패러다임 창출에 대한 수상 사례가 늘고 있었고, 생리의학상 역시 실험 및 도구적 성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연구들이 수상자의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는 특성상 기존의 패러다임과 충돌하거나 모순되는 면이 있고, 이로 인해 연구비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가 적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과학강국들에 비해 부족하다. 이런 상태라면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은 적어도 10년 이내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보고서 분석 결과다.

일본의 경우는 선진연구기관 및 개발도상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허브를 구축하고 창의적 우수 연구자 육성 정책을 펼쳤다. 중국은 익히 알려진대로 백인계획, 천인계획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영입하고 있으며, 독일은 고등교육 향상, 기초과학연구 진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기반기술 및 연구시설 확보가 과학기술적 성과 창출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다.

보고서는 최근 30년간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생리의학상을 분석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안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해결 과제는 ▲고위험·고보상 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 수단 개발 ▲패러다임 창출을 위한 다학제(多學際)적, 기구적 성격의 연구 지원 ▲유연하고 지속적인 연구 지원 체제 도입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이다.

보고서에서는 또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이라며 "당장 노벨상 수상자가 이웃나라 일본에 밀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문화가 부족한’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홍성욱·이두갑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이 순수과학 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과학 지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2012년 노벨상 수상자는 누구?

지난해 노벨과학상은 '최초', '획기적 발견', '큰 공헌'의 틀 안에서 수상자가 결정된 해였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학교 교수와 존 거든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였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성숙한 세포가 신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가능한 능력을 가진 미성숙 세포가 되도록 재 프로그램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두 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며 존 B. 거든(John B. Gurdon)과 신야 야마나카(Shinya Yamanaka)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들의 발견이 세포와 조직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혁명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질병을 연구, 진단하고 치료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고 위원회는 덧붙였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프랑스의 세르주 아로슈 교수와 미국표준기술연구소의 데이비드 와인랜드 박사였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의 수상은 양자컴퓨터와 양자시계 연구의 실험적 토대를 마련한 것에 있었다. 단일 원자나 이온 입자, 광자 등 이른바 양자 하나하나의 상태를 관측하고 양자계에서 발생하는 특이 현상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연구는 막 발걸음을 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 개발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컴퓨터는 1과 0의 2진법 비트로 정보를 저장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일명 '큐비트'로 불리는 양자비트 하나로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어 연산능력이 비약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기후변화 모델 분석과 같은 고도의 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레프코위츠 교수와 브라이언 코빌카 스탠포드 교수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 연구(GPCRs)의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GPCRs(G-protein-coupled receptors)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외부에서 들어온 생체신호를 내부로 전달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기능을 발휘하는지는 오랫 동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두 사람의 연구는 신약개발의 핵심으로 대두될 만큼 현대 의약학에 기여한 바가 커 일찍부터 노벨상 수상이 예견돼 왔었다.

지난해 노벨과학상은 미국과 유럽의 잔치였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명,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 과학자들의 강세 역시 두드러졌다. 야마나카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19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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