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마스카와 교수 KAIST 강연…"과학이 주는 희열 느껴야"
노벨상 4명 배출 나고야대 총장…자율성 보장된 대학풍토 강조

2008년 노벨상을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 나고야 교수가 2일 KAIST KI빌딩 퓨전홀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2008년 노벨상을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 나고야 교수가 2일 KAIST KI빌딩 퓨전홀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과학은 갈수록 거대화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과학 소외'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대중에겐 과학이 어렵고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젊은 과학자들이 학문을 더 깊게 연구해야 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maskawa Toshihide) 나고야 대학 교수가 2일 KAIST를 찾아 노벨상을 꿈꾸는 학생들 앞에 섰다. 그는 '자연에 최소 3가지 종류의 쿼크가 존재함을 예측한 붕괴대칭의 기원에 대한 발견'을 주제로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학생들은 일찍부터 몰려와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는 과학도로서 미래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열정과 끈기’를 강조했다. 돈과 명예를 좇아 연구에 매진한 게 아닌 순수하게 과학을 좋아해 몰두하니 노벨상이라는 영예가 뒤따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과학자들의 하나의 학문을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자기 전문 연구 분야를 100% 깊이 연구했다면 다른 분야의 연구도 주 분야의 50%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넓고 객관적으로 봐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를 우물 밖으로 꺼내 놓으면 자신이 경험한 우물 안의 세계를 알고 현재 당면한 우물 밖의 세계까지도 이해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일화를 통해 과학도의 갈 길을 이야기 했다. 단것을 싫어한다고 밝힌 그는 "아버지가 설탕 도매업을 하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보다는 가업을 이어가길 바라셨다. 하지만 가업보다는 과학자의 인생을 걷고 싶어 7년을 싸웠다"며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의지를 가지면 된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본인이 하는 연구가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한다. 나 역시 그랬다"며 "연구를 하면서 노벨상 수상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노벨상을 수상하고 연구를 그만 둔 사람도 있다. 과학 자체가 재미있기에 노벨상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십 년 이어진 연구에 지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자연 현상이 왜 이런 성질을 갖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다. 내가 가진 물음에 대한 답을 빨리 도출하고 싶어서 였다"며 "자신이 가진 의문을 지속적으로 생각해 제일 먼저 답을 찾는 '맛'을 알면 연구는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인류 멸망 시나리오 중 '물리학자의 실험에 의한 지구 멸망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다. 하지만 지구는 46억 년 간 존재해 왔다”며 “만약 시나리오가 정말로 실현 가능성이 컸다면 지구는 이미 멸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하마구치 미치나리 나고야대학 총장…"자율성 보장과 훌륭한 스승 필요"

한편 강연에 앞서 노벨상을 4명이나 배출한 나고야대학의 하마구치 미치나리(Hamaguchi Michinari) 총장이 무대에 올라 노벨상 수상을 위한 필수 요건을 꼽았다.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와 '훌륭한 스승'이 그것이다.

하마구치 미치나리 총장은 "나고야 대학은 역사가 오래됐다. 도쿄 대학과 비슷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지방대학으로 많은 수난을 겪었다"며 "140년 역사의 전반기는 고난의 역사와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의 연구 대학이자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이 됐다"고 자부했다.

그는 "나고야 대학은 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기초과학과 응용연구가 모두 활발하게 이뤄지는 대표 대학"이라며 "이런 영광은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대학 자체의 분위기와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 노요리 료지 교수는 23년 동안 연구를 했으며, 청색 LED 발명해 혁명을 일으킨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는 39년을 공들여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노요리 료지와 시모무라 오사무 스승은 히라타 요시마사였고, 토시히데 마스카와 고바야시 마코토 스승은 사카타 쇼이치였다"겨 "사카타 선생은 학문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함을 주장하며 제자들에게 선생님이라 부리지 말고 자유롭게 논하게 했다. 히라야 스승은 대학원의 실험 재료를 직접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런 스승의 노력은 젊은 과학자들을 노벨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하마구치 미치나리 총장은 "일란성 쌍둥이의 IQ가 80% 비슷하지만 창의성은 30% 정도 유사하다. 후천적 요인이 창의성을 가름한다"며 "위험이 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KAIST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한국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별 강연이 끝난 후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와 KAIST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특별 강연이 끝난 후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와 KAIST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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