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범 한양대 교수, 그래핀 적용 분리막 원천소재·제조기술 개발 성공
CO₂선택적 분리 세계 최초 규명…나소소재의 대면적화 한계 극복

(가운데)박호범 교수와 연구진들.
(가운데)박호범 교수와 연구진들.
박호범 한양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적용한 신규 분리막 원천소재와 분리막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2~3년 이내 조기 상용화 및 기술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팀은 그래핀과 그래핀 유도체의 크기조절 및 원자두께의 소재들을 새롭게 적층구조로 배열해 배기가스 중의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소재보다 두께를 100분의 1 이상 줄임(5nm이하)으로써 기존 분리막 대비 1000배 이상 성능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의 CO₂분리막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년간 탄소막과 고분자막 등 막 관련연구를 해온 박호범 한양대 교수는 "탄소나노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분리막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는 나노소재의 한계였던 대면적화(스케일업, scale-up)을 극복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센터장 박상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지' 온라인판에 4일 게재됐다.

박상도 센터장은 "젊은 연구자의 패기와 열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우수한 연구성과가 도출되어 기쁘다"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도출된 성과에 대한 실증을 조속히 완료하여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분리복합막, 바이오가스 정제기술로도 활용가능

개발된 초박막 그래핀옥사이드 분리막. (자료=박호범 교수팀 제공.)
개발된 초박막 그래핀옥사이드 분리막. (자료=박호범 교수팀 제공.)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은 크게 '연소 후 회수기술'과 '연소 전 회수기술'로 나뉜다. 이 중 연소 후 회수기술은 ▲흡착법 ▲흡수법 ▲분리막 기술로 나뉘며 박 교수는 분리막 기술을 활용해 기체분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분리막 기술은 압력차를 이용해 기체혼합물 중에서도 특수한 기체만을 분리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필름에 특정 기체만이 통과할 수 있는 기공을 뚫어 포집하는 것이다. 이 기법은 흡착법과 흡수법에 비해 저렴하고, 공정도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리막 소재는 95%이상이 가격이 싸면서 쉽게 모듈을 만들 수 있는 '고분자'로 오랜기간 동안 연구돼왔지만 투과도를 높이면 선택도가 낮아지고, 선택도를 높이면 투과도가 낮아지는 등 상관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단점과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속도가 빠르지 못해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박 교수팀은 그래핀을 비롯해 카본, 나노튜브 등 탄소나노소재를 활용해 선택적인 분리막 소재를 개발 했다. 최근에는 탄소나노소재의 한계로 여겨졌던 대면적화를 극복, 기존의 고분자막소재의 장점을 도입해 이산화탄소 투과도와 질소 선택도가 우수한 신개념의 나노탄소기반 분리복합막 개발에 성공했다. 실험을 통해 신개념 분리소재가 석탄화력발전의 배가스와 유사한 기체혼합물 조건에서도 우수한 기체분리 투과특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핀을 선택한 이유는 분리막 기술의 약점인 유량(流量)을 극복하면서도 값싼 가격으로 제조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그래핀은 값싼 흑연에서 화학적 박리법을 통해 대량으로 합성하기 용의하며, 2차원적 구조에 흠집을 내거나 여러가지 적층구조를 쉽게 제어해 기체의 선택적인 투과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기존 고분자 분리막에 비해 얇게 제조가 가능해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공정을 갖추는 것도 어렵지 않다.

초박막 그래핀옥사이드 분리막 제조 모식도. (자료=박호범 교수팀 제공.)
초박막 그래핀옥사이드 분리막 제조 모식도. (자료=박호범 교수팀 제공.)
박 교수팀이 개발한 그래핀 기반 분리막 소재는 대량생산도 쉽다. 연구팀에 따르면 막소재와 지지체 결합 시 강한 용매 사용으로 지지체 자체가 녹아 대량생산이 거의 불가능 했으나, 실험을 통해 수용성 용액을 이용한 코팅방식으로 변형,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그래핀의 경우 세상에서 가장 얇은 이차원 소재로 기공 제작에 유리하며, 층간 거리조절도 쉬운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투과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그래핀으로 분리막을 만들어 적층하더라도 5나노정도의 얇은 두께로 분리막을 제조할 수 있다. 분리막 두께가 얇아지는 만큼 공정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분리하는 기술은 기체분리기술 중에서도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 중 하나로, 다른 기체분리시장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수소와 메탄, 이산화탄소 등을 분리하는 바이오 가스 정제 기술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20년 탄소시장 대비 국내 독자기술 개발해야"

박호범 교수.
박호범 교수.
기체분리막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돼, 1990년대 말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기술로 이어졌다. 이후 2000년대 초반 교토의정서가 체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연구자들은 국내연구시점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만큼 기술개발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20년 탄소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뒤쳐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그는 "선진국이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만큼 탄소시장이 열렸을 때 우리의 독자적 기술을 활용해 세계를 선도해 나가야한다"면서 "이산화탄소 포집뿐 아니라 저장, 전환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분리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각 분야 관계자들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모듈을 만드는 업체와 막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 랩, 공정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좀 더 긴밀한 협력을 해야 세계 수준의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모듈화가 돼서 빠른 시일 내에 실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지난 2007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미래를 만드는 우수과학자'에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 연구기간동안 ▲담수화용 내염소성 고분자(Angewandte Chemie) ▲높은 선택도와 투과 성능을 가진 고분자(Science) ▲이산화탄소분리용 신규 미세다공성 고분자소재(Nature Materials) 등 주요논문을 유명 저널에 게재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의 지원을 받아 2차년도 사업을 진행 중으로 5편의 관련 논문과 3건의 특허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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