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대상 5~6명 꾸준히 거론속 "마지막 희생양…이제 시작" 논란
연구재단·기계연 사임에 "열심히 일만 했던 분들"…인위적 물갈이에 반발여론 고조

"마지막 희생양이냐, 이제부터 시작이냐."

한국연구재단 이승종 이사장과 한국기계연구원 최태인 원장이 사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출연연기관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과학기술계 출연연 수장 교체가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인위적 물갈이'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와는 별개로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한 출연연 안팎에서는 5~6개 기관이 기관장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승종 이사장과 최태인 원장 모두 그동안 기관 내부를 추스리는데 주력해 왔던 만큼 "도대체 중도하차 시키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이 불가피하게 바뀌는 상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기준과 대상에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당초 거론됐던 인물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전혀 의외의 인물이 물갈이의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어떤 일이든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동감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5~6명 이름 추가 거론…"물갈이 대상 더 있나"

이승종 이사장과 최태인 원장의 사임을 바라보는 과학기술계는 일단 착찹한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자진사임'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9일자로 사표를 낸 이 이사장은 "개인적인 이유로 사퇴하는 것인 만큼 절대 확대해석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면서 "정확히 20개월 동안 오로지 기관의 안정과 발전만을 위해 일했다. 아직 더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고, 조금 더 다듬을 일들이 있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자리를 내놔야 하는 아쉬움이 뭍어났다.

최 원장은 언론보도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받지 않고 있다. 사의를 밝힌 것은 맞지만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연구원 안팎에서는 "왜 기계연 원장이 물갈이 대상이 됐는지 궁금하다. 부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수선한 기관 내부를 정비하고 기관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인위적 물갈이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들 외에 5~6개 기관의 수장이 교체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관이나 기관장의 공통점은 없다. 오히려 규모가 작고 선임된지 얼마되지 않은 부설연구소도 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근거없는 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새정부 초기부터 교체 '1순위'로 꼽혔던 A, B,C 기관장의 이름은 최근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한때 '0순위'로 거론되기도 했던 한 출연연 원장은 최근 내부 임직원에게 "동요하지 말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장이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흔한 메시지로 볼 수도 있지만 때가 때인 만큼 "임기 문제는 해결됐으니 이제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자"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자연적 물갈이'도 지속…"출연연 기관장 선임제도 개선 서둘러야"

이같은 '강제적 물갈이'와는 별개로 임기만료 등에 따른 '자연적 물갈이'도 하반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임 원장이 중도사임한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와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현재 신임원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현 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도 신임 기관장 공모에 들어갔다. 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2개 기관장은 11월 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달중 공모절차에 착수한다.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나머지 상당수 출연연 기관장들은 2014년 임기가 만료된다.

변수는 임기가 연내에 끝나는 기관의 경우 '자연적 물갈이'를 통해 원장을 교체하겠지만, 1년 가까이 혹은 1년 이상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그대로 두겠냐는 것. 

기관장 교체의 명분이 없는 만큼 무리한 물갈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지만, "명분이나 원칙을 갖고 출연연 기관장 문제에 접근한 적은 없지 않느냐"며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방침이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던 연구재단 이사장과 기계연 원장의 사임과 배경에 출연연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출연연 평가시스템 개선방안의 주요 내중 중 하나로 매년 실시하는 기관장과 기관 평가 결과를 기관장의 임기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장과 기관 평가는 매년 실시하면서도 기관장 임기에 평가결과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을 고쳐보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6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평가 개선 종합대책 공청회'에서 박항식 과학기술조정관은 "그동안 기관평가 따로 기관장 임기 따로였다"는 표현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정회 미래부 성과평가정책과장은 "기관평가와 기관장 연봉, 임기 등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출연연 기관장 선출 및 임기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왕이면 빨리,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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