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부조직법 협상 교착상태 장기화로 '지각출범' 불가피
수장도 없고 조직도 미완성…부처별 R&D 나눠먹기 양상까지

과학기술과 ICT의 중심의 창조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지만, 이러한 국정운영 기조를 책임질 미래창조과학부의 세팅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여야 갈등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내각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신설 부처인데다 수장도 없고 조직체계도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미래과학부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래과학부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해 핵심 업무를 놓고 부처간 '나눠먹기식' 양상을 보이는 등 미래과학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협상 난항…정부조직법 개정안 불발

26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최대 쟁점인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이관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개정안 처리에 실패했다. 지난 14일 1차, 18일 2차 시한을 넘긴데 이어 이날 3차 처리 시한까지 넘기게 된 것이다.

최종 쟁점은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과학부 이관 여부. IPTV(인터넷TV), 종합유선방송국(SO), 일반 채널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를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방송통신 융합을 기반으로 한 ICT 산업 육성을 위해 미래과학부 이관을,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을 내세워 종전대로 방통위에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2차 처리시한을 넘긴 뒤 지난 22일부터 공식 협상을 중단한 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간 물밑접촉을 벌여왔지만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처럼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불가피하게 다음달로 늦춰질 수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되면 신설되는 부처의 장관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연기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학협력 기능 소관 부처 문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인수위가 제시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학협력 기능의 미래과학부 이관에서 원자력안전위는 야당안을 수용해 종전처럼 독립기구(총리실 산하 등)로 유지하고 산학협력은 인수위안대로 미래과학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김종훈 초대 미래과학부 장관 내정자. 정부조직법 처 리가 지연되면서 인사청문회도 늦어지고 있다.   ⓒ2013 HelloDD.com
 

하지만 이 와중에서 논란이 됐던 원자력 진흥 업무,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소관 부처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데다 신성장동력 만큼 막판 법안문구 수정 과정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가 종전대로 별도 독립기구로 남는 만큼 당연히 원자력연구원도 다른 출연연처럼 미래과학부에 남아야 한다"며 "하지만 법안문구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거나 관련 예산·정책과 R&D 업무가 분리될 가능성도 있어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기초과학+ICT·창조경제…미래과학부가 안보인다

이처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미래과학부의 '지각 출범'에 따른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당초 국가 연구개발(R&D) 업무를 모두 총과할하면서 명실상부 국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미래과학부가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힘 센 부처'의 입김에 따라, 혹은 부처 이기주의에 따라 국가 R&D 업무가 '나눠먹기식'으로 쪼개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 원자력안전위는 독립기구로 존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원자력안전위의 미래과학부 이관 방침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로 밀려났던 원자력 진흥, 원자력 R&D 업무의 미래과학부 존치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기초과학 지원 임무를 수행했던 한국연구재단의 업무를 미래과학부로 완전 이관하는 대신 교육부와 공동 관리하기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기초과학 R&D 지원예산과 업무의 상당수가 미래과학부와 교육부가 나눠갖게 될 운명에 처했다.

종전 교과부의 기초연구사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연구지원사업(총 3단계 8125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단계(일반연구자 지원사업·예산 4396억원)는 교육부가, 2단계(중견연구자 지원사업·3220억원)와 3단계(리더연구자 지원사업·509억원)는 미래과학부가 맡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래과학부는 기초과학과 ICT의 융합,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구현 등 사실상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기조의 핵심 업무를 모두 포괄하고 있지만 부처 세팅이 늦어지면서 이러한 업무들이 오히려 다른 부처 업무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기초과학이 거북이라면 ICT는 토끼인데 이 두가지 분야를 어떻게 융합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냐가 미래과학부 초기 단계부터 최대 화두였다"며 "하루라도 빨리 부처가 안정화돼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다른 부처보다 시작이 늦어진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여기에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으로 삼고 있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지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부처의 업무까지 실질적으로 조율하고 관장하고 흡수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미래과학부가 핵심 업무를 뺏기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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