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자력안전위 미래과학부 이관않는데 원칙적으로 의견 접근
엉뚱한 유탄맞았던 원자력硏은 미래과학부 이관여론 갈수록 확산

논란이 됐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가 독립부처 유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조율 중인 여야협의체 협상팀은 6일 국회에서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과학부로 이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재일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자력안전위를 미래과학부로 옮기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데 여야가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며 "대안으로 원자력안전위를 국무총리실 소속이나 안전행정부, 환경부 산하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 "원자력안전위 구성에 대해서도 원자력 전문가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 전문가를 참여시켜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원자력안전위의 독립성 보장에 여야가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당초 원자력안전위의 미래과학부 소관을 빌미로 '선수-심판' 분리론의 엉뚱한 유탄을 맞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및 원자력진흥업무의 산업통상자원부 행 문제 역시 재론될 가능성이 높아져 과기계와 원자력계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독립으로 가닥잡히는 원자력안전위…엉뚱한 유탄 맞은 원자력연은?

원자력안전위를 신설 미래과학부로 이관하고 교과부와 지경부로 분산돼 있던 원자력 연구개발과 진흥업무를 산자부로 일원화하겠다는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정안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인수위 방침에 대해 과학기술계와 언론, 심지어 시민단체들도 "원자력 안전을 위해 규제와 진흥 업무를 분리하고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국제적인 권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IAEA의 계속된 권고에도 규제와 진흥업무를 분리하지 못하다 후쿠시마 사태로 간신히 제자리를 찾은 원자력 안전시계를 후쿠시마 사고 전으로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 사고란 비판이 잇따랐다.

잦은 고장과 납품비리 등 줄을 잇는 원전안전 문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리란 우려가 높아졌다. IAEA는 '기본안전원칙'과 '원자력안전협약'을 통해 "원자력 안전규제기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진흥조직이나 기구와 효과적으로 독립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법적으로 원자력 안전규제 기능과 조직을 원자력 이용부처로부터 독립시켜 운영하고 있다. 원자력계 역시 거대기초과학 영역에 속하는 원자력 연구개발을 산자부로 이관하는 것은 과학기술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다는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 철학에 배치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장기R&D에 대한 관련부처 및 산업계의 계속된 발목잡기 사례를 들며 "산자부로 가면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원자력 기술의 경쟁력 퇴보를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로 부당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국

가 연구개발 업무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모두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는데 홀로 떨어져 산자부로 가게 된 원자력연구원의 혼란은 더 컸다. 사실상 과학기술 부처의 산파 역할을 한데다 그동안 출연연의 맏형 역할을 한 원자력연으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발전협의회와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원자력연 노동조합 역시 즉각 반대성명을 내고 원자력연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방침에 강력 반발했다.

◆"원자력연 산자부 이관되면 안전연구 뒷전도 불보듯 뻔해"

이처럼 지난달 22일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 후속조치 발표 직후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원자력 거버넌스 논란은 정부조직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 최종 처리 시점을 앞두고 더욱 격화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와 달리 현재까지 분명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원자력연의 산자부 이관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다. 현재 여야간 협의를 기다리고 있는 원자력 관련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자력진흥법 개정안,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다. 연구현장과 원자력계는 정치권에 이들 3개 법안의 일괄 논의와 함께 원자력연 산자부 이관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당초 미래과학부로 가려던 원자력 안전업무의 독립부처 유지가 유력해진 만큼 원자력 진흥업무와 원자력연의 거취도 '패키지'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의가 시작된 지난 4일 발표된 과총 설문조사에서는 2005명의 과학기술인 중 76%가 원자력연의 산자부 행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부분은 "원자력은 중장기 기초·거대과학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5일 이상민 교과위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과학기술계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요구가 반복됐다. 박상대 한국과총 회장, 강신영 과실연 상임대표, 박성현 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신용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김명수 대덕클럽 부회장 등 과학기술계 주요단체장 19명은 이날 간담회에서 원자력안전위 독립과 함께 "거대종합 과학기술인 원자력 연구개발의 미래과학부 총괄"을 한결같이 촉구했다.

같은 날 새한국충청포럼에서 토론에 나선 강현국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인수위의 당초 방침이 '규제(심판)-진흥(선수) 겸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이라며 일침을 가하고 "규제를 밖으로 빼고 진흥을 맡고 있는 원자력연이 미래과학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간담회에서도 원자력연에 대한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이후인 과기노조 위원장 등은 "원자력 연구개발의 파급효과는 단순히 원자력발전소에 머물지 않는다"며 "이러한 원자력 연구개발 기능을 미래과학부에서 배제시킨다면 결국 박근혜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한 일자리 창출과 미래산업 발굴을 위한 미래과학부 신설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지는 원자력 연구개발을 원전 운영 주체인 산자부로 이관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할 원자력안전 연구는 뒷전으로 밀릴 게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부처 공무원들의 욕심과 인수위의 무능으로 뒤죽박죽된 원자력 관련 오류를 과감하게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7일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한 여야협의체의 3차 회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원자력연 부처 이관 사안이 자칫 다른 굵직한 사안과 함께 정치권의 주고받기식 일괄타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은 통상교섭 기능의 산자부 이관, 공룡부처 논란이 일고 있는 미래과학부의 ICT업무와 방송진흥정책 분리 여부, 산학협력의 교육부 소관 등이다. 따라서 이들 쟁점 사안을 둘러싼 부처 로비와 정치권 줄다리기의 와중에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적은 원자력연 사안이 묻혀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관계기관의 간부들이 국회 교과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매일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원자력 R&D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원자력 관련 업무 조종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번 만큼은 다른 정치적 쟁점에 묻혀 과학기술계의 핵심 사안이 제대로 논의도 안된 채 통과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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