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표준연 박사, 오존 측정기 교정용 1차 표준 확립
"국제 기술 선도·국내 기업 저변 확대 기대"

올 여름 연일 계속되는 고온현상에 여느 해보다 오존주의보가 많이 발령됐다. 서울시는 6월 3일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후 지금까지 총 6차례가 발령됐다. 예년에 7~8월에 집중됐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6월에 시작, 9월까지 발생돼 오존의 피해에 따른 주의가 시급하다.

지구 성층권 오존은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류권 오존은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이 강한 햇빛과 정체된 기류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하고 대체로 기온이 높을수록 농도가 짙어진다.

오존은 농도에 따라 1시간 평균 0.12 ppm 이상이면 주의보, 0.3 ppm 이상이면 경보, 0.5 ppm 이상이면 중대경보가 발령된다. 평균오존농도 0.12ppm 이상일 때 사람들은 불쾌한 냄새를 자각하고 이상태가 3~4시간 지속되면 기침과 눈의 자극, 숨찬 증상을 느끼게 된다.

또 2주일 정도 지속되면 두통과 숨가쁨, 시력 장애 등을 겪게 된다. 또한 대류권 상층부의 오존은 이산화탄소처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이다. 따라서 대기질 관리 및 기후변화 감시를 위해 정확한 오존 측정은 필수적이다.

신뢰성 있는 오존 측정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부각되나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체 기술로 오존 측정 표준을 확립한 나라가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국내연구진이 오존 측정 교정용 1차 표준을 미국표준기관(NIST)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립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 대기환경표준센터 이상일 박사팀은 대기 중 오존 농도를 측정하는 ‘오존 측정 교정용 표준기(KRISS O3 SRP)를 개발하고 표준 확립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표준기의 오존 농도 측정은 오존에 의한 자외선(253.7 나노미터) 흡수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이상일 박사는 "다른 가스상 대기오염물질과 달리 불안정한 가스인 오존은 표준가스(인증표준물질)을 이용한 측정 소급성 및 신뢰성 확보가 불가능하여 정밀한 측정을 위한 별도의 표준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한 표준기는 오존을 원하는 농도로 만드는 동시에 발생된 오존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이 표준기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전국 270여 곳에 설치된 오존 측정기와 현장교정기를 교정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미국 NIST의 표준기와 대등한 성능을 가진 표준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오존 측정 표준을 확립하고 오존 측정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며 “오존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느냐가 오존관련 대기질 관리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기존의 미국제품을 사서 쓰면 될 것을 왜 힘들게 자체기술을 개발하려고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자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관련 분야에 대한 국제 기술을 선도하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저변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발된 표준기는 오존을 원하는 농도로 만드는 동시에 발생된 오존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2012 HelloDD.com

◆ "국제비교 통해 성능 인정…측정 정확도 향상 위한 연구 지속할 터"

이 박사팀이 개발한 오존 측정 1차 표준기는 농도 0~1000 ppb 까지의 측정에 대한 교정을 할 수 있다. 이는 NIST의 표준기와 같은 수준의 측정범위와 정확도다. ppb는 극히 미량으로 함유하는 성분의 농도나 존재비를 나타내는 단위로 십억분의 몇을 의미하는 십억분율이다.

이 박사팀은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제도량형국(BIPM)을 방문. 이곳에 있는 오존표준기와 국제비교를 통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관련 내용이 측정분야 권위지인 메트롤로지아 테크니컬 서플먼트(Metrologia Technical Supplement) 49호지에 게재됐다.

5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측정표준기관 가스분석 워크숍에 국제비교결과를 발표했다. 표준기를 확보하지 못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쪽 국가들이 우리 기술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국제비교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표준기의 기술과 성능은 이미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확신하고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는 심적 부담감이 심했는지 파리에 도착해 보니 저와 이재용 선임기술원의 입술이 부르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험결과 국제표준과 10억분의 1의 차이도 보이지 않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 국제비교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4년에 한 번씩 국제비교를 통해 성능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앞으로 이 박사팀은 개발한 표준기의 측정 정확도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표준기의 측정 정확도 향상을 위해 오존의 자외선 흡수도(흡수단면적)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향후 연구를 통해 오존 측정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킬 예정이다.
 

▲ (왼쪽부터)표준기 개발을 함께한 이상일 선임연구원, 우진춘 책임연구원, 이재용 선임기술원.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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