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 '아티언스'를 말하다
"과학·문화 융복합은 21세기 필수…대전 최적의 조건 갖춰"

"대전하면 떠오르는 게 과학입니다. 그리고 교통의 중심지 정도죠. 밖에서 대전을 볼 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이 이 정도입니다. 대전에 와서 보니 다르더군요. 교육의 도시, 문화의 도시, 하천의 도시 등 수식어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볼 때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죠. 어느 것 하나 구체화 시킨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몇 차례의 지리산 종주로 깨달은 것은 '안에서 안을 보지 못하고, 밖에서 안을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리산을 종주하면서도 정작 지리산의 전체를 조망한 적이 없었다. 덕유산을 종주 할 때야 비로소 장대한 지리산 자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대전만의 '무엇'을 찾으려 애썼다는 박 대표는 과학에 기반한 포지셔닝 전략으로 문화대전의 면모를 표출해내기 시작했다. 그런면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아티언스(Artience:Art+Science) 프로젝트'다. 박 대표의 야심작으로, 올해 1월부터 준비를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문화 예술과 과학기술이 융합된 대전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다. 

아티언스 프로젝트는 5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포럼과 레지던시, 공모전, 청소년 캠프, 페스티벌 등이 그것이다. 9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아티언스 페스티벌에서는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속한 다양한 프로그램 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최종 축제에서 다양한 층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대전 예술 축제로 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융복합예술 프로젝트는 5개 프로그램의 타깃 층을 각각 다르게 잡아 전체적으로 다양한 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했다.

아티언스 포럼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체 프로젝트의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문화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풍부한 담론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레지던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과학기술인들을 대상으로 하며 캠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은 만 20세 이상 35세 이하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페스티벌은 융복합예술 프로그램의 총집합이자 시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축제로 가을을 여는 9월 저녁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무빙쉘터에서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실험적인 무대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1층부터 전망대까지는 '아티언스 레지던시' 참여작가 및 초대작가 작품, 공모전 입상작품들이 전시(9월 1일~11월 18일)되며, 9월 2일에는 ‘작가와의 만남’과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9월 1일~2일 하루 2회씩 총 4회차) 등이 함께 진행된다.

9월 3일에는 아티언스 공모전 수상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발표와 심사위원들의 특별 강연이 준비되어 있고 4일 페스티벌 마지막 날에는 ‘제3차 아티언스 포럼’에 이어 ‘미술을 이끄는 나침반 과학·문화·자본’등의 북 콘서트가 마련된다.

박 대표는 "그동안 대전에서 여러 행사들이 단발성으로 열렸지만, 본격적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주제로 체계적인 행사를 진행했던 적은 없었다"며 "스위스의 과학·예술 축제를 롤모델로 삼고, 우리도 그와 같이 발전해 나가려고 한다. 올해까지는 시범 사업으로 보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 2∼3년 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왜 과학인가? 왜 융복합인가?…"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요소"

왜 하필 과학이고, 융복합이었을까. 왜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대전에서 펼쳐져야 할까. 
그는 이같은 질문에 "첨단과학도시로서의 인프라가 제일 잘 갖춰져 있는 곳이 대전이고, 무엇보다 창조적 집단이 모여있다는 게 플러스 요소다"라며 "창조집단의 예술가들과 과학자다. 예술가들은 어느 곳에나 있지만 과학자들은 어디든 있지 않다. 이들이 모여 창조 도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계다. 문화라는 것은 모든 장르를 끌고나가는 하나의 매개고, 융복합은 문화를 더욱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도구"라며 "이것이 바로 21세기에 융복합이 필요한 이유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대전의 포지셔닝 전략은 뭐니 뭐니해도 과학에 기반해야 했다. 박 대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공통 부기로 해 그 확장 가능성이 무한한 예술과 과학은 서로 많은 것을 주고 받으며, 이를 통해 발전 또는 진보한다"며 "대전은 엑스포를 개최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유치했지만 21세기 트렌드인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1세기 문화는 순수예술, 기초예술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생활과 환경으로서의 문화로 그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재단이 예술재단이 아닌 문화재단인 뜻도 여기에 있다. 

박 대표는 "재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총합인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국민 행복감을 높이는 데 있다"며 "이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대전문화예술계의 활성화는 물론,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 "예술가는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고, 행정가는 불가능을 가능케한다"

프랑스의 어느 극장장이 이렇게 말했단다. 
"예술가는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는 사람이고, 행정가는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다."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행정가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집념과 열정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감도 필요하다. 이같은 사실을 늘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박 대표는 재단 직원들을 전문적인 문화예술행정가들로 키우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달까지는 직접 강의도 진행했다. 1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강의만 해도 10회나 됐다. 한국 문화 정책의 역사, 지역 문화 정책의 현재, 공공 지원의 필요성, 공모 사업에 대한 기획 문제 등 문화예술행정가라면 꼭 알아야 할 법한 부분들을 골라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기 정체성과 기관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고, 진짜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로서 자질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게 내 임무다"며 "문화 예술 기획과 경영, 정책 수립과 행정 집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전문직으로 직원들이 그에 맞는 적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끔 앞으로도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옆엔 늘 책이 있었다.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련했다는 간편 책장은 그의 책 사랑을 대신 말해주기도 한다.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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