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학관 수장고의 '진기명기' 국내 최초 라디오 등 가득
이은우 관장 "전문 가이드 투어 연말부터 가동할 것"

어린 과학 꿈나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립중앙과학관. 최근 몰입형 과학체험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과학대중화 명소 '창의나래관' 개관으로 중앙과학관을 찾은 인파는 더욱 많아졌다. 올해 중앙과학관 관람객 목표는 125만명.

관람객 수가 연간 100만명이 넘은 것은 지난 1993년 엑스포 시절 130만명 돌파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올 상반기에만 62만5000명이 과학관을 다녀가 연말까지 무난히 100만명 달성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일 년 내내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 과학관에서 또 하나의 색다른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거나 처음 만들어진 기계들 뿐만 아니라 동의보감 필사본, 장인들의 악기제작과정 도구, 근대 수술 의료기구 등 각종 진기명기들이 가득한 과학전시품 수장고(守藏庫)를 올해 11월경이면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이은우 과학관장은 "기존 상설전시관의 수장고에 있는 130만점의 과학전시품중 귀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신설 창의나래관 수장고에 배치해 놨다"며 "올해 11월경 창의나래관 수장고에 대한 전문 가이드 투어를 가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국내 최초 손풍금, 4000만원 가치 두루미 표본 등 과학보물들 가득
 

▲1967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IBM 컴퓨터. 컴퓨터라기 보다 대형 공작기계같다. ⓒ2011 HelloDD.com

창의나래관 3층에 들어서면 3개의 커다란 회색 철문이 눈에 들어온다. 22~24℃ 정도로 자동으로 온습도가 유지돼 시원한 느낌이 든다. 화재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불이 났을 경우 자동으로 불화성 가스가 분사되는 첨단 보존관리시설로 구축돼 있다.

이곳에서 보관중인 수장품은 약 25만점. 자연사 분야의 수장품은 조류·식물·곤충 등 25만점이고, 과학기술사 5900점, 이공학 관련 수장품 540점이 있다. 이공학 분야 수장고 문을 제쳤더니 대형 컴퓨터가 수장 공간 한 가운데 중심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IBM 1401 컴퓨터다. 경제기획원 인구조사 통계용으로 1967년 도입된 것으로 본체와 프린터 출력장치 크기가 묵직하다.

▲그 때 그 시절의 진공관 라디오. 스피커가 별도로 분리돼 있다. ⓒ2011 HelloDD.com

▲비디오 보고, 테이프로 가요도 듣고 '최초의 VCR' ⓒ2011 HelloDD.com

바로 옆 켠에는 1920년대 경성방송국(KBS 전신) 전파의 최초 수신 진공관 라디오가 있다. 과학관에서 2006년 1200만원을 들여 구입한 것이다. 1920년대 초창기 미국제 축음기 빅토리아 모델의 원반형 레코드판이 지금도 소리가 짱짱하다.

에디슨축음기, Victor축음기, Patent Applied 축음기, ELRC 축음기도 눈에 띈다. 1984년 국내 최초의 VCR 1호기 금성사 제품과 1900년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손풍금(Hohner)도 투박하지만 정겹다.
 

▲추억의 흑백TV들. ⓒ2011 HelloDD.com

여기에 카메라, 촬영기, 영사기, 타자기, 전화기, 시계 등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밑거름이 되던 근현대 과학기술사물 초기 모델들이 수장돼 있다. 과학기술사분야 수장실로 자리를 옮겨 보자. 목활자와 목판, 조판·제본 용구 등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고서적이 쌓여있다.

100년 된 인체 수술도구와 함께 동의보감, 의학입문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의학서적류도 가지런히 정렬돼 있다. 선조들의 과학기술 창의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전통 과학사물을 비롯해 천문·기상·지리, 건강·생활, 표준과학, 건축, 국방과학, 금속제련, 인쇄, 세라믹과학과 관련된 과학사물들이 즐비하다.
 

▲동의보감 필사본도 이곳에. 갈색 고서들의 향연. ⓒ2011 HelloDD.com

▲100년 전 의료수술 도구들. 일제강점기 이후 해외 의료시설 도입으로 사라졌다. ⓒ2011 HelloDD.com

▲현존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장구와 북 제작과정 시리즈 진열품. ⓒ2011 HelloDD.com

자연사 수장품들도 볼만하다. 두루미는 현재 약 4000여만원 가치의 표본들이다. 두루미 말고도 19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남북한에서 채집된 국내 유일의 조류 표본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국내에서 절종된 표본들과 사라져 가는 희귀한 조류들도 목격할 수 있다.

수십만종의 곤충과 식물표본들도 각 종류별로 상자 안에 보기 좋게 보관돼 있다. 윤대식 과학관 학예연구사는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과학전시품들을 수집·보존·연구·전시하는 것은 과학관에 또 하나의 중요 역할"이라며 "올해 연말이면 과학관 수장고가 어떻게 관리되고 운영되는지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귀 곤충들이 수십만점. 과학관 직원들이 거의 직접 채집해 온 표본들이다. ⓒ2011 HelloDD.com

▲두루미 한 마리당 표본가치가 4000만원. 실제 두루미가 노닐듯 실감난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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