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학자 6명으로 위원회 구성…개념설계 전면검토
교과부 "보고서에 의해 향후 일정 진행할 것"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가 결국 외국 과학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의하면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KoRIA는 1.08km²(약 32만평) 용지에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약 200m의 선형가속기, 실험동과 연구동 10여채로 구성될 전망이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10배 정도에 이르는 규모다. KoRIA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연결된 구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지하 10m깊이에 설치되며 원형가속기는 70KW로 양성자를, 선형가속기는 400KW로 우라늄(U)같은 무거운 중이온을 가속하게 된다.

200MeV(메가볼트)의 높은 에너지로 자연의 거의 모든 이온을 가속할 수 있는 유일한 가속기다. 하지만 KoRIA '베끼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교과부는 개념설계 재검토를 위해 국제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중이다.

김영기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을 중심으로 김 부소장이 직접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과학자, 베끼기 논란의 중심이었던 미국 미시간주립대 중이온가속기 에프립의 전문가 등 해외 과학자 5명에게 위원회에 참여해 줄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영기 부소장이 가속기 전문과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국내 과학자는 전면배제하고 외국인 과학자로만 위원회를 구성하는 셈이다. 현재 3명이 수락한 상태다. 6명 중 김 부소장은 기존 홍승우 교수를 중심으로 KoRIA의 개념 설계가 이뤄질 당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었다.

또 지난 5월 한국 방문시 그는 "과학벨트에 들어설 KoRIA는 검출 가능한 동위원소 종류나 양 등에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베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속기 전문가의 사전 진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외국인 전문가를 통해 KoRIA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있어 정부차원에서 재검토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국과학자들이 중심이 돼 위원회가 구성되면 위원들은 KoRIA의 개념설계부터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7월 중으로 서면회의를 개최하고 8월에 종합회의를 통해 일정이나 예산 등 타당성을 담은 KoRIA 자문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당초 연말까지 진행키로했던 KoRIA 개념설계 후속단계인 예비상세설계는 현재 잠정 중단됐다.

교과부는 위원회의 점검 결과에 따라 9월 중 재공고 여부를 결정하고 향후 KoRIA에 대한 일정과 추진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또 기존 개념설계를 담당했던 홍승우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하기로한 예비상세설계가 무산될수도 있다. KoRIA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진행은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을 구성해 진행하게 된다. 오는 9월이나 10월까지 전문가를 사업단장으로 선정하고 사업단 구축을 통해 KoRIA의 상세설계와 향후 일정을 맡아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단장 선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프로젝트를 담당할 사업관리능력도 필요하다. 사업관리능력이 뛰어난 국내외 인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과부의 이번 진행에 대해 과학자들은 "교과부의 입장은 알겠지만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H 원장은 "중이온가속기는 과학적인 지식과 엔지니어링 지식이 결합돼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원자탄을 혼자 만들 수 없었듯이 엔지니어링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또 무엇보다 대형사업 추진은 정말 세심하게 잘해야 한다"면서 "기존 KSTAR를 성공적으로 설립한 사례가 있으니 절차 등을 참조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언론의 보도로 이번 위원회가 구성된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중이온 가속기가 워낙 대형 국책사업이니 탄탄히 하는 것은 좋지만 국내 과학기술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결하기보다는 기획부터 꼼꼼히 진행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는면도 없지 않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은 "베끼기 논란이 불거진 건 속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구성되는 위원회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베끼기 여부를 묻는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리뷰를 하는 것"이라면서 "일부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논란이 있을때는 모든걸 내려놓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진행을 통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수도 있다. 이번 과정을 거치면 설계나 예산 등의 진단으로 보다 완벽한 중이온가속기로 가는 탄탄대로에 올라 설수 있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런 일련의 사안에 대해 홍승우 교수는 "기존 개념 설계 후 연구재단에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당시 국내외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설계했지만 국제 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기존 언론의 지적에 의한 재검토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교과부는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원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하반기 임명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중이다.

9월까지 공모와 추천위원회 발굴 인사를 대상으로 심사하고 압축할 계획이다. 기준안에 대해서는 6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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