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 개발

"눈금이 없는 자는 쓸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생활 과정에 눈금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박성종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김명수) 박사는 최근 조명 효율을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필수 장비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표준연 기반표준본부 광도센터 박성종 박사팀은 지난 5월 6일 LED 조명산업의 핵심기술인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 기술’을 LED․태양전지 측정장비 전문기업인 광전자정밀(대표 박성림)에 기술이전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을 통해 그동안 미국, 독일, 호주 등 일부 외국 업체가 장악했던 조명산업용 계측기 분야에 처음으로 국내 업체가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적분구 광도계란 무엇인가

물의 부피를 재기위해 계량컵을 사용하듯, 빛의 양을 측정할 때는 광검출기를 이용한다. 일반 광검출기는 주로 일정한 방향성을 띠는 빛을 검출할 때 쓰인다. 레이저의 경우 직선의 형태로 빛이 나가기 때문에 작은 입구를 가진 광검출기로도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열 전구와 같이 빛이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광원은 일반적인 광검출기로 정확한 양을 재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적분구 광도계. 공처럼 생긴 적분구 안에 광원을 넣어 광원이 발산하는 빛의 양을 측정하는데 쓰인다.

적분구 광도계는 백열등이나 형광등뿐만 아니라 LED 조명의 효율을 평가하는데 필수 장비로 활용되며, 광원이 방출하는 광선속(Luminous flux, 단위: 루멘, lm)을 측정할 수 있다.

◆ 한계를 넘어선 도전…'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 개발

"기존 적분구 광도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빛을 측정하는데 탁월했던 기존 적분구 광도계는 일정한 “‡향으로 향하거나 크기가 큰 광원을 측정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기존 적분구 광도계를 활용해 작은 전구가 발산하는 빛을 감지하기는 유용하지만, 디스플레이처럼 판형이나 부피가 큰 광원은 적분구 안에 넣어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 크기가 크거나 한 방향으로만 빛을 내리쬐는 광원을 측정할 때는 측각광도계라는 대형 광계측기가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광원을 측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 비효율적이었다.

박 박사는 "빛의 방향이나 광원의 크기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측각 광도계와 측정 속도가 월등히 빠른 적분구 광도계에서 이 두 기기가 지니고 있는 각각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장점을 합친 기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측정기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 주었다.

◆ 한계 극복 비결은…'대칭으로 배치한 6개의 광검출창'

기존의 적분구 광도계와 박성종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는 기술적인 차이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적분구 광도계에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장착된 광검출창(구멍)이 있어 적분구 안에 있는 광원이 발산하는 빛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적분구 광도계는 센서가 달린 광검출창이 단 하나다.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광원을 측정할 경우, 광원의 빛이 구멍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면 신호가 크게 잡혀 빛의 양이 크게 측정되고, 반대편 쪽을 향하면 신호가 작게 잡혀 측정되는 빛의 양도 적게 산출된다.

반면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의 경우, 적분구 내에 센서가 달린 총 여섯 개의 광검출창이 뚫려 있다. 구멍의 위치는 대칭을 이루고 있어 적분구 안에서 광원이 발산하는 빛이 어느 쪽을 향하든 균일한 양으로 측정된다.

광원을 측정할 때 발생하는 오차를 근본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기존 기술에 비해 조명의 효율 측정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광원을 측정할 수 없었던 기존 적분구 광도계의 한계도 극복해냈다.
 

▲기존 적분구(왼쪽), 새 적분구(오른쪽) 새 적분구는 6개의 광검출창(구멍)을 대칭으로 배치해 적분구 광도계의 위치에 따른 응답을 균일하게 함. 적분구의 응답이 균일할 경우, 지향성이 큰 광원의 측정시 광출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음. ⓒ2011 HelloDD.com

◆ 날로 커지는 '고효율 조명측정기기'의 중요성

"합리적인 상거래를 방해하는 것 중 하나는 질량, 부피, 개수 등과 같은 양에 관한 논란입니다. 전통적으로 측정표준은 양에 관한 논란을 해결하고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요즘은 에너지가 중요해진 만큼 빛의 양을 측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투입되는 전기에너지 대비 많은 빛이 발산되는 효율 높은 전구를 달고자 합니다. 전구 하나 하나의 시장성과 경제성이 중요해졌고, 그럴수록 정확한 측정의 중요성 또한 높아집니다."

현재 박성종 박사는 빛의 색이나 성질 등 광측정 전반에 관해 연구 중이다. 광측정 연구를 통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이는 LED, 디스플레이 등의 광원이 발산하는 빛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그의 주임무다.

그는 "물리학과를 졸업해 2005년 학위를 받고 졸업할 때까지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진심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2005년 4월 표준연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의 쓰임새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표준은 만들어서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정립하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기에 의미가 남다릅니다. 눈금이 없는 자는 쓸 수가 없습니다. 평범한 막대기에 눈금을 그려 쓰임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표준 연구자들의 역할입니다."

박 박사는 우리나라 조명측정기기의 발전 속도가 느린 이유에 대해 "조명기기로 유명한 기업은 대개 외국에 있고, 우리나라 조명기기의 발전은 비교적 늦게 시작됐습니다. 조명 산업이 빠르게 발전한 나라에서 조명을 측정하는 기기의 발전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미국, 호주 등지에서 조명은 물론 측정기기가 유명한 이유도 조명 산업의 역사가 길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명측정기기는 긴 세월에 걸쳐 다듬어지고 공개된 기술에 기반하는 특성 상, 제작사의 노하우나 브랜드, 역사를 통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조명 측정기기의 성능은 외국과 유사해졌지만 역사가 짧다는 이유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와 같이 외국보다 기술적으로 한발 앞선 측정기기가 지속적으로 개발된다면 우리나라 측정기기도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입니다." 박 박사는 새로운 측정기기 개발에 굳은 의지를 피력하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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